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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684

12월의 편지 12월의 편지 / 緣海 달이 열두개 지고 나니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달을 열두개 보내고 나니 매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보낼 달이 없어 해를 하나 보내야 합니다 한 개의 해를 보내려 하니 바람이 불고 눈이 옵니다 바람속에서 바람꽃이 웃습니다 눈속에선 눈꽃이 미소짓습니다 열두개의 달을 .. 2009. 12. 16.
나는 너에게 나는 너에게 緣海 나는 너의 처음이고 싶다. 저 깊은 바다에도 길이 있다면 그 길은 천갈래 만갈래로 얽히고 오르고 내리며 돌고 또 돌겠지만, 그 어둡고 습한 길에 한 마리 돌고래만 헤엄쳐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만, 연을 따라 만행하듯 어디라도 너의 시작을 항상 나로 하여금 비롯되게 하고 싶다. 내.. 2009. 12. 10.
만남 만남 Ⅰ 緣海 인연의 강물은 바다에서 다시 만납니다 세상은 인연의 바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 한 줄 수평선을 그어 거기 섬 하나 심고 싶어요 만날 때 합쳐진 길은 돌아갈 땐 다시 갈라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만나는 때입니다 당신이 내게로 올 때 나는 길이 되고 싶어요 그 길 끝에.. 2009. 12. 2.
바람과 낙엽 바람과 낙엽 // 緣海 황호신 만지기만 했을 뿐인데 왜 자지러지듯 쏟아지는 거니 속삭였을 뿐인데 목소리는 또 왜 떨리는 거니 불어오는 부름 따라 목적지 없는 방랑자들 몰리어 가면 먼 데서 도달한 엽서처럼 뿔뿔이 던져지던 무채색의 목소리들 11월의 찬 바람이 불어 오면 빈 의자에도 체온이 그리.. 2009. 11. 11.
바람과 코스모스 바람과 코스모스 // 緣海 아프도록 바람을 고민하다 어느덧 분홍에도 결이 새겨졌다 볼에 흐르는 실크의 유혹 흔들림은 하늘의 특권인걸 흔들리지 못하는 깊은 족쇄 뿌리만 없다면 들뜬 물빛 저 하늘 더 많은 바람 만날텐데 키재기를 하며 자라 오를 때 높이가 시작됐던 흙색 유년기 날마다 자라던 기.. 2009. 10. 6.
지금, 여기, 그리고 그대 여기가 내 사는 곳이요, 지금이 내 사는 시간이니..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슬퍼하리라 세상 바뀌고 저 산과 저 강 저 모양으로 서있고 저대로 흐른다 하여도 그 가운데 그대 없는 적막을 슬퍼하리라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고독하리라 비구름 눈구름 그대로 흐르고 꽃피고 단풍잎 지는건 똑같다 .. 2009. 9. 13.
겨울나무 겨울 나무 -- 緣海 -- 슬픔을 담는 것도 아픔을 담는 것도 마음이기에 겨울나무는 허공으로 솟아오르다 멈춘 그 지점에서 마음 속으로 눈물 삼킨다 울다가 울다가 강물 멈추면 가지 끝에 이는 찬 바람 냉엄하고 메마른 그대 칼바람이여 눈물젖은 볼이 얼얼하여 아픔도 모르도록 불어와 다오 솜털두른 .. 2009. 8. 25.
버려지는 것들 버려지는 것들 -- 緣海 -- 한 손에 종이컵을 들고서 다른 손으로 화분의 풀을 뽑는다 풀은 뽑히지 않으려고 뿌리를 넓게 벌려 저항한다 삶의 의지는 이토록 거세었던가 줄기가 뜯기도록 힘을 준 끝에 뿌리는 미련처럼 흙을 매달고 힘없이 들어 올려지고 만다 벚꽃은 낙화하여 물위에 떠있고 나방은 버.. 2009. 8. 25.
[근조]삼가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삼가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평생 그러하셨던 것처럼 우리들 낮은 자리에 늘 함께 하소서.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그대 떠난 하늘 / 엄지영 2009. 8. 18.
아라크네의 직조 예술 오늘 오후부터는 날이 개이고 하늘에 뭉게구름이 소독 연막처럼 피어났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어릴 적 뒷산 풀밭에서 마음껏 뒹굴면서 바라보았던 바로 그 하늘이 생각납니다. 뭉게구름을 바라보면서 거미 하나가 거미집을 만들어 놓은 걸 발견했습니다. 그 거미집은 오후 햇볕의 역광에 찬란한 오색무지개를 만들고 있었지요. 더운 여름날 오후의 햇살을 밀집모자 하나로 막아내며 한참을 이 아이와 놀았습니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아라크네는 리디아에 사는 염색(染色)의 명인 이몬드의 딸로 베짜는 솜씨가 뛰어나 여신 아테나보다도 자기가 훨씬 낫다고 뽐냈다. 이 소문을 들은 아테나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를 찾아가 신을 욕보이는 언행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였으나 그녀는 듣지 않고 결국 아테나와 솜.. 2009. 8. 9.
모래지치 서산 꽃친구들의 초청으로 예전 근무하던 서산에 가서 여러 들꽃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중, 올해 내내 보고 싶었던 모래지치를 올려 봅니다. 섬의 귀로(歸路) -- 緣海 -- 번민이 되어버린 숱한 생각들을 모래 속에 묻어버리고 우리는 귀로에 오른다 다시 갈매기들을 몰고 돌아오는 지금 우리는 좀 더 .. 2009. 7. 22.
흰망태버섯 - 왕대밭에 피는 흰망태버섯 - 너의 향기는 --緣海 -- 너의 향기는 꽃인듯 피어나지만 나비를 내쫓고 파리만 불러들이지 너의 모습은 축축한 어둠 속에서 젖은 낙엽을 뚫고 피어나지 순결의 상징 하얀 망사를 둘렀지만 머리엔 냄새나는 벙거지를 썼지 곧고 반듯한 대숲에서 자라지만 스러지는 모습은 .. 2009.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