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

아라크네의 직조 예술

by 緣海 2009. 8. 9.

오늘 오후부터는 날이 개이고 하늘에 뭉게구름이 소독 연막처럼 피어났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어릴 적 뒷산 풀밭에서 마음껏 뒹굴면서 바라보았던

바로 그 하늘이 생각납니다.

 

뭉게구름을 바라보면서 거미 하나가 거미집을 만들어 놓은 걸 발견했습니다.

그 거미집은 오후 햇볕의 역광에 찬란한 오색무지개를 만들고 있었지요.

더운 여름날 오후의 햇살을 밀집모자 하나로 막아내며

한참을 이 아이와 놀았습니다...^^*

 

 

 



<  감미로운 클래식 기타연주 모음 >

 

 

 

 

 

 

 

 

 

 

 

아라크네는 리디아에 사는 염색(染色)의 명인 이몬드의 딸로 베짜는 솜씨가 뛰어나

여신 아테나보다도 자기가 훨씬 낫다고 뽐냈다.

이 소문을 들은 아테나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를 찾아가

신을 욕보이는 언행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였으나

그녀는 듣지 않고 결국 아테나와 솜씨를 겨루었다.

 

 

 

 

 

 

 

 

 

 

 

 

 

그녀는 올림포스 십이신과 신들의 벌을 받은 인간의 이야기 및 신들의 비행을 내용으로 하여 천을 짰다.

최고신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태양신 아폴론,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겁탈 및 비행을 천에 수놓았다.

그녀의 작품은 아테나조차도 흠잡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였다.

이에 질투한 여신이 베를 갈기갈기 찢자 비탄에 빠진 아라크네는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하였다.

여신은 아라크네의 자살마저 허용하지 않고 그녀를 뱃속에서 줄을 뽑아 베를 짜는 거미로 둔갑시켜

자자손손 실을 잣는 벌을 내렸다.

 

 

 

 

 

 

 

 

 

 

 

 

 

 

 

노파로 변신한 아테나 여신과 아름다운 처녀 아라크네가 베를 짜는 기술을 겨룬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겸손하지 않고 자만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기려 함인가?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욕망과 자만에 대한 신의 징벌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아라크네 역시 비록 능력은 뛰어 났으나 신에 대한 불경으로 인생이 거덜난다.

신화의 내용만 놓고 볼 때 아라크네가 뭐 그렇게 잘못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신들이 저지른 온갖 추악한 잘못을 예술작품으로 까발리자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데 대해 앙심을 품은 권력자가 응징을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라크네는 예술가의 비극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틴토레토가 그린 아라크네의 그림을 보면,,,

아테나 여신은 투구를 쓰고 있다.

아테나 여신은 니가 얼마나 베를 잘 짜는지 한번 보자며 매우 못마땅한 듯 턱을 괴고 아라크네를 노려보고 있다.

아라크네는 이쁜 젖가슴까지 활짝 드러내놓고 아테나 여신을 조롱하듯 천연덕스럽게 베를 짠다.

베틀 밑에서 올려다 보는 구도가 특이하다.

아라크네의 베짜기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치열한 예술 행위 이다.  

 

 

 

 

 

 

 

 

 

 

 

 

 

 

개미형 인간  VS  거미형 인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인간이 성공시대의 주인공일 때가 있었다. '

개미와 배짱이' 동화가 나온 때가 개발독재 시대였으니 앞뒤 돌아보지 말고 일하는 개미가 잘 살고,

허구헌 날 나무 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는 배짱이는 쪽박 찬다는 내용이 교과서에까지 실렸다.

독재자 입장에서 개미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배짱이는 예술가다. 독재의 부당성을 노래하는 배짱이가 밉쌀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다. 

 

개미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해도 살림살이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자들은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를 개무시하고 쪽박까지 깨버렸다. 

 

 

 

 

 

 

 

 

 

 

 

 

 

 

 

 

요즘은 거미형 인간이 필요한 시대라고 한다.

 

거미는 먹을 식량을 갈무리하지 않고 띵까띵까 노래만 하는, 대책없는 배짱이와 다르다.

거미는 거미줄을 쳐 놓고 세월아 네월아 한다.

그러다가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면 엉금엉금 기어와서 먹이의 몸통에 빨대를 꼽고 체액을 빨아 먹으면 그만이다.

거미는 현대적인 삶에서 네트워크형 인간의 전형으로 비유된다.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할 필요가 없다.

바람이 불면 낭창거리는 거미줄에 몸을 싣고 눈만 껌벅거리며 세월을 낚으면 된다.

그래도 수확은 쏠쏠하다.

거미는 먹이가 잘 다니는 길목을 알기 때문에 위치 선정만 잘하면 힘들게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게으르지만 그 게으름을 보상하고도 남을 잔대가리 굴리기로 커버한다. 

 

 

 

 

 

 

 

 

 

 

 

 

 

거미와 시

김진수

새벽잠이 바늘귀처럼 열릴 때
장판지 덮고 자던 납거미
방구들 뜨끈한 새벽에
마실 나왔습니다.
문바람에 콧잔등이 다 시큰한데
저는 몹시 더웠던가 봅니다.
이 놈이 불나방처럼 분주히
주위 벽을 맴돌 땐
내가 무춤 놀랬습니다.
나는 새벽 바늘 눈 치켜뜨고
장판지 속에 약침 놓아 놈을
잡았습니다. 또옥,
태연히 불끄고도 잠이 안 와
눈에 거미줄 하나 치고 내처
불나방 같은 시도 한 마리
잡았습니다.

 

 

 

 

 

 

 

 

 

 

 

 

 

춤추는 거미

 

 송은영


녀석의 덩치는 생각보다 크다
불가항력의 길고 검은 다리를 어슬렁거리며
독설을 퍼붓는데
능수능란한 늪이다

정중앙에 소실점을 찍고
걸리면 절대로 빠져 나갈 수 없게
자신의 영역을
철저하게 위장하여 울타리를 친다

허방에 포박된 약자들이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친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듯
녀석 특유의 앙팡지고
끈적한 당당함에
사람들은 제물이 된다

호기심을 무기삼아
사시사철 참을 수 없는 순간을 급습하는
초강력 거미줄은
늘 신선한 사냥감을 향해 미친듯이 발사된다
탕. 쩍 

 

 

 

 

 

 

 

 

 

 

 

 

 

 

 

거미

 

박성우

 

거미가 허공을 짚고 내려온다

걸으면 걷는 대로 길이 된다

허나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공중의 길, 아슬아슬하게 늘려간다

 

한 사내가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간 뒤

그 사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올라와야 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끼니처럼 옥탑 밑에 떠 있었다

곤충의 마지막 날갯짓이 그물에 걸려 멈춰 있듯

사내의 맨 나중 생이 공중에 늘어져 있었다

 

그 사내의 눈은 양조장 사택을 겨누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당겨질 기세였다

유서의 첫 문장을 차지했던 주인공은

사흘 만에 유령거미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조장 뜰에 남편을 묻겠다던 그 사내의 아내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장례를 치렀고

어디론가 떠났다 하는데 소문만 무성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은

그 사내의 집을 거미집이라 불렀다

 

거미는 스스로 제 목에 줄을 감지 않는다

 

 

 

 

 

 

 

 

 

 

 

 

 

 

 

 

거미 시인 / 정경미

 

 

 시를 쓰는 그녀는

조금씩 거미가 되어간다네

무언가 걸려들 구석구석에

시신경에서 실을 뽑아 줄을 친다네

 

가랑잎 걸렸으면 어쩌나

괜찮은 요리감이 걸렸어야 하는데

겨울이 흘려놓은 사연을

폐부 깊숙이 삭히면서

흑백 필름에 빗줄기 서는

기억을 얇게 펴면서

숨죽여 먹이감을 살핀다네

 

우두커니 앉은 사람 곁에서

칭칭 하루종일 실을 감기도 하고

포크레인 거친 손아귀에 실 엉켜도

눈길 가는 곳이면 거미줄을 친다네

가정법원에 뛰어 들어가

차갑고 미끄러운 대리석에 씩씩거리며

몇 번인가 줄을 친 적도 있다네

 

오늘도 그녀는 아테나 여신과

최고의 직물짜기를 시합한 아라크네처럼

몸뚱어리로부터 거미줄을 뽑아내다가

뒤엉킨 거미줄을 둘둘말아 잠이 든다네

그 모습이 불후의 시 한 편이라네

 

 

 

 

 

 

 

 

 

 

 

 

 

 

 

 

 

거미와 소녀 / 천향미

 

 

세 살 이후로

거미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도시로 전학 간 그녀는 덩그러니 허공에

폐가 같은 그리움 한 채 남겨 놓고

잠적했다

 

유치원 시절, 미로 찾기

연극을 했다

막이 오르자 무대 위에 가랑비가 내렸다

토란이파리 빗방울 굴리듯 아라크네

둥근 물방울을 포갰다 그때

숨죽인 객석을 향해 미끄러지듯 들리는 소리

 

한필의 베가 완성 되었어요

 

천 조각 흩어진 무대 위

기억을 건져 올리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검은 조명이

포획된 곤충의 울음처럼 무겁다

길을 찾다 잠이 든 그녀의 유년

꿈의 공간에 흔들리는 집을 짓고

연극이 끝난 뒤

선생님이 나눠주던 솜사탕을 먹는다

솜사탕으로 감긴 실타래가 그녀의 뱃속에서

아기처럼 자라고

거미줄에 직조된 새벽 햇살이

격자무늬 비단처럼 곱다

세살 적 마지막으로 보았던

삼베이불홑청을 시침질하던

어머니 스란치마 희미한 막이 내린다

 

 

 

 

 

 

장미의 집 / 박소영

 

 

 

 

 아라크네 비단실보다 더 가늘고 섬세한 실로 만든 창을 가지고 있지요

 언제나 열려 있는 창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햇살이 비치면 더욱 아름답지요

 누구든 들어오고 싶게 만들어진 아름다운 창에 당신이 들어왔지요

 아우슈비츠 포로나 히틀러에게 포획된 유태인처럼 벗어날 수 없는 집

 

 어둠이 긴 머리채를 늘어뜨리고 밤바다처럼 덮쳐 와도 촛불하나 켤 수 없고

 바람이 불어와도 닫을 수 있는 문이 없지만 알함브라 궁전보다 더 아름답고 튼튼하지요

 연금술사처럼 당신의 목숨을 내 것으로 변환시키기 위해 충실한 나

 비단실보다 더 아름다운 실을 잣고 또 잣고 있지요

 

 나의 집에 입주한 황홀함의 대가로

 수컷 버마재비가 교미 후 암컷에게 잡아먹히듯이 당신의 생이 끝나지요

 나도 어쩔 수 없어요 창세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음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당신도 알지요

 

 어제와 오늘에 당신과 내가 있고 다시 열리는 내일 위에 또 다른 나와 당신이 있지요

 

 

 

감미로운 클래식기타 연주곡

    


01. 안나를 위한 샹송
02. 첫발자국
03. Cavatina
04. 타이스의 명상곡
05. Maria Elena
06. 사랑의 인사(엘가)
07. 은파
08. 사랑의 찬가
09. 오빠 생각
10. 남몰래 흐르는 눈물

11. 솔베이지의 노래
12. 슈베르트 세레나데
13. 꿈길에서
14. 환상의 폴로네즈
15. 라리아네의 축제
16. 왕궁의 불꽃놀이
17. Love Story
18. Love is Blue
19. Two Guitars
20. 헝가리무곡
21. Romance

'詩 안에서 > Poem & Flow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애 / 이경애  (0) 2010.02.03
[근조]삼가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0) 2009.08.18
그대의 바닥에서  (0) 2009.02.02
12월의 편지  (0) 2008.12.11
거울 / 緣海  (0) 200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