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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177

지나간 수선화는 물 속에 있어요 / 수선화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지나간 수선화는 물 속에 있어요 ] - 연해 / 황호신 - 물 속에 비쳐 보았어요 그 옛날 나르시스처럼 물에 빠질까봐 조바심도 내 가며 물결이 가라앉길 기다렸죠 물에 보인 저 모습은 무엇일까요 잔잔해질수록 명확해지는 태초에 모든 욕망은 거울에서 비롯되었을거야 뿌리 내려 발을 묶어 놓지 않았더라면 또 다시 뛰어 들고 말았겠죠 세이렌 귀는 축복이자 저주였지만 수면 저 밑에 있는 유혹은 수선화의 눈을 파멸로 이끄네요 소리처럼 우릴 묶어 놓는 게 또 있을까요 빛처럼 뛰어들게 하는 건 다시 없을 거예요 시간을 거슬러 모든 수선화의 기억들이 얼굴 뒤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면 물 밖 얼굴의 주인들은 물가에 모여 사는 고요처럼 그저 멀끔히 수면을 응시할 뿐입니다 그들이 두런거리는.. 2024. 4. 4.
바람이 미는대로 / 쥐방울덩굴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바람이 미는대로 ] - 연해 / 황호신 - 낙하산처럼 다가가고 싶다 느리게 그러나 너의 심장 한 가운데 찍힌 좌표를 향해 모든 꽃은 결실을 의도하지만 열매 모두가 종착지에 이르지는 못하듯 내 무모한 시도가 불발탄이거나 빗나간 탄착점을 형성한다 해도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릴 것이다 거꾸로 뒤집힌 낙하산에 씨앗 하나 매달고 바람이 미는 곳 너를 향해 2024. 02. 13. 바람이 미는대로 / 연해 2024. 2. 13.
설날 아침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설날 아침 ] - 연해 / 황호신 - 그대 없이 또 한 살 먹었습니다 그대도 나 없이 한 살 더 먹었겠지요 나처럼 나처럼 한 살 더 먹었겠지요 2024. 01.10. 설날 아침 / 연해 2024. 2. 10.
꽃 있던 자리 눈 덮이니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 있던 자리 눈 덮이니 ] - 연해 / 황호신 -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있다면 어느 것 먼저 듣겠어?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상처난 사과부터 먹는 식습관처럼 좋은 소식일 수록 나중에 들을 것 같다 결국 다 썩은 사과만 먹을 지라도 꽃 핀 산과 눈 덮인 산 있다면 어느 것부터 보겠어? 나라면 꽃산보다 눈산부터 보고 싶다 꽃의 기억에 눈 쌓이면 왠지 슬플 것 같아 자연의 순환과 삶의 덧없음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부질없는 생멸의 공식 갔다가 오는 게 아닌, 왔다가 가는 산 자들의 절대적 숙명 꽃 진 자리 쌓인 눈 앞에서 나는 더운 숨만 내쉬고 있었지 이제 곧 눈 덮인 자리에 꽃 피어 나겠기에 2024. 01. 30. 꽃 있던 자리 눈 덮이니 .. 2024. 1. 30.
함덕 19코스에서 / 연해 황호신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함덕 19코스에서 ] - 황호신 - 서우봉 언덕길을 걸으며 파도가 붉게 우는 것을 보았지 델문도에서 오작교 건너가서 본 노을보다 더 뜨겁게 애써 발소리조차 지우며 홀로 걷는 등뒤로 발자국 자꾸 따라와 뒤돌아 보면 내가 밟은 긴 그림자 뿐 그리움이 섭섭하고 사랑이 치사해 질수록 온전히 혼자 되려고 귀를 닫았지만 보이지 않는 어딘가 아니, 어느 곳에서도 들리던 너 혼자였지만 내내 혼자인 것 같지 않았던 그날 그 바다 2023. 8. 28.
무언의 언덕 / 황호신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무언의 언덕 ] - 연해 황호신 - 무엇이 밀어 올렸을까 바람의 언덕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찾아 오르는 동안 뛰었던 절박한 박동 지난 일들이 시시해지고 지난 곳들이 흐릿해질 즈음 말없이 언덕에 서네 이제 무엇을 더 바랄까 무엇이 다 가져갈까 지나쳐온 날들 비에 젖은 수묵화처럼 아련해지면 등떠밀리듯 내려가네 바람이 잦아 들고 달아 올랐던 마음이 식어지면 2022. 12. 4.
다시 태어나도 이 별에 / 연해 [ 다시 태어나도 이 별에 ] - 연해 - 그대여, 다음 생에 살만한 곳 다른 별을 찾고 있는가 하나 뿐인 태양이 하늘을 비추어 밤과 낮의 구분이 있으며 동행한 달이 날마다 모습을 바꾸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내면 바닷물이 모습을 바꾸어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되고 땅마다 온갖 생물을 길러내는 곳 그 대지에 바람이 불면 거기 사는 모든 것들의 내음이 몰려와 코끝을 간지럽히는 곳 적도에서 극지까지 살지 못할 곳 없고 함께 살아왔고 같이 살아 갈 동물과 식물들이 가득 한 곳 그리움 가득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 바로 여기 지구별 화성을 테라포밍 하여 저녁마다 지구를 올려다 보고 유로파와 가니메데의 지하바다 그 물속에서 유영하자 다른 태양계를 찾아 빛으로 4년 알파 센타우리에 가자 과연 갈 수 있을.. 2022. 10. 20.
호수와 코스모스 / 연해 [ 호수와 코스모스 ] - 연해 - 마음을 열어 뛰어들고 싶은데 흔들리는 건 마음 뿐 닿을 듯 닿을 듯 너와 나의 거리 바람은 바람을 데려갔다가 되돌아오고 되돌아오고 세월은 어쩌자고 흘러간 기억만 풀어 놓는지 물결 비늘처럼 일어 수면에 흐려진 코스모스 얼굴 잡힐 듯 잡힐 듯 물가에서는 그리움의 키만 자라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 9. 29.
대둔산에서 대둔산에서 - 연해 - 딱 알맞은 높이였어, 막힌 가슴 뚫기에는 머루알처럼 절벽에 맺힌 바위들도 빗살처럼 석양에 눕는 햇살들도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음속에선 무너지고 있었지 바람이 수다를 떨며 수선스럽게 비껴가면 왁자글 시끄러운 소리들을 싣고 케블카는 올라 거기 한 무더기 설레임들을 내려놓고, 후련함들을 태우고 다시 구름 속에서 하강하곤 했지 딱 적당한 시간이었어, 긴 아쉬움 달래기에는 구름 속 금강다리 건너 통천문 하늘에 오르니 절벽엔 가슴마다 메마른 하늘 움켜쥔 소나무들 건너편엔 이마에 주름 지으며 달리는 산들 몇날며칠 절었던 마음일랑 바위에 널어 말리면 그곳 지나는 바람들은 태곳적 배냇짓 되어온 기인 기다림들을 한번씩 헤적거리고 가나니 그리움 매달려 황태되는 이곳은 대둔산 겨울 덕장 딱 적당한 .. 2022. 9. 16.
귀성(歸省) 귀성(歸省) - 연해/황호신 들판 끝에서 살랑이는 시간이 바람을 몰아오는 동안 나무끝에서 반짝이는 햇살이 하늘을 밀어오는 동안 어릴 적 추억이 영그는 길 따라 떠났던 고향이 돌아오고 세상찾아 끝에서 끝으로 떠났던 양 손 가득 꿈도 되돌아 오네 2022. 9. 9.
이순(耳順) 이순(耳順) / 연해 탑골공원 큰 길 건너다 한 가운데에서 호통치는 노인을 보았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말 할 입 클수록 들을 귀는 작아지는가 신호 끊기고 자동차들이 호통칠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저 나이에 옛 사람은 귀가 순해졌다는데 호통보다 소통이 절실한 나이 귀가 순해지고 입은 부드러워져야 하는 나, 나의 나이 2022. 9. 9.
여행 (旅行) [청산도 가는 배 안에서] 자동차를 버리니 기차가 내게로 왔다 커다란 배와 버스도 오고 택시도 왔다 마치 먼 예전부터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들끼리 떨어진 간격은 걸어서 메웠다 때로는 일부러 걷기도 했다 걷다 보니 사람이 보였다 그동안 놓쳤던 풍경이 가까이 다가 오고 숨어 있던 보석같은 삶과 문화의 흔적들이 비로소 보였다 마치 서서히 열리는 꽃 안에 꽃술이 보이는 것처럼... 여행이었다 곡류 같기도 하고 황톳길 같기도 한... 여행 / 연해 [청산도 범바위] 여행이란 어디로가 아닌 누구랑 가느냐이다 멤버가 결정 되면 갈 곳이 어디인 지는 저절로 정해졌다 가야 할 그곳 보다 함께 할 시간이 더 좋아서 혼자였다면 굳이 영혼이라도 데려 갔을 것이다 뒤돌아 보았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길가.. 2019.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