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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659

그리운 시간이 말려 있다 / 산매자나무 <  Hiko - A Kiss Unexpected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그리운 시간이 말려 있다  ] - 연해 / 황호신 -빗소리가 뻐꾸기를 불러낸 한 낮 오래 된 기다림은 흐린 하늘빛이다 결코 곁을 안주는 푸른 눈 고양이처럼 무지개는 언제나 건너편 언덕에 뜨고 궁금한 꽃은 늘 먼 곳에 핀다 한 무리 목소리 물방울로 맺혀 분주한 몸짓들 거꾸로 달아 맬 즈음 안개 한 뭉치 할 말을 잊은듯 슬며시 다가왔다 치마를 도르르 말아 올린 산매자나무 자세는 박쥐나무보다 나긋하고 유혹은 얼레지보다 은밀하다 저 꼬임에 확 빠져볼까 꽃잎의 역사보다 오래 말려 있는 시간 그 계산에 쓱 말려 들어 볼까 가.. 2024. 6. 27.
스윙바이 / 호자덩굴 <  Brenda Russell - Le Restaurant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스윙바이  ] - 연해 / 황호신 -한 남자가 한 여자의 근일점을 통과한 후 질량 일부분을 소실하였다 목적했던 그녀는 일상을 공전하다 멀어져 버리고 관심의 무게를 덜어버린 그는 가속도라는 부작용을 얻어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맹목적으로 태양에 접근한 살별의 선택지점은 둘 중 하나 태양에 뛰어들거나 중력을 잃고 다가서기 전보다 더 빨리 달아나거나다 하루가 생겨났고 한 번 시작된 하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 왔다 혜성처럼 나타난 남자가 아득히 먼 오르트에서부터 키워왔던 꿈은 태양에게로의 투신 꿈은 눈.. 2024. 6. 18.
사랑한다면 꽃처럼 / 비너스도라지 <  Be Who You Are / Bee Gees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사랑한다면 꽃처럼  ] - 연해 / 황호신 - 꽃처럼 사랑에 진심이고 싶다 남에게 더부살이 하거나 기생하거나 혹은 일생을 속임수로 사는 식물도 꽃만큼은 속마음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있는 힘을 다해 피워 내듯사랑 끝에 꽃 진다 해도잎 시들 때까지 남은 기운 다 끌어 모아 사랑의 결실 열매를 여물리고 싶어꽃 만나 꽃 앞에 앉아 있으면 꽃을 사랑한 당신이 열어준 세상이 보여 내 여지껏 알지 못했던 곳앞으로 살고 싶은 세상과 다르지 않은 곳 그 곳 삶이 칙칙하고 눅눅할 지라도 꽃처럼 뒤돌아 보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귀.. 2024. 6. 14.
색맹, 색이 무너질 때 / 매화노루발 <  Old Sea Brigade - Hope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색맹, 색이 무너질 때  ] - 연해 / 황호신 -파도가 다 지나간 바다는 고요하고 쓸쓸했습니다 어제까지는 피는 줄도 몰랐던 꽃의 낙법 앞에서 좌절할 때 벼랑 끝에 선 남자의 센 머리 까칠한 수염 끝에서 해저를 읽지요 이곳까지 가라 앉는 동안  몸의 마디에 읽혀지는 수압의 납득과정 난 그 의미를 알지도 못하죠 끝을 잃어버린 흑백의 세계에서 짚고 일어설 바닥을 헤아려 봅니다 색이 무너지던 날 화선지처럼 피어난 꽃 나는 꽃잎의 화소를 버리고 동굴벽화가 됩니다  2024. 06. 09. 색맹, 색이 무너질 때 / 연해 2024. 6. 9.
채우면서 비우기 / 비비추난초 <  첸 (CHEN) ‘빈 집 (Empty)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채우면서 비우기  ] - 연해 / 황호신 -박혀 있던 흙에서 뽑혀 허공에 들려 올려진 무 뿌리처럼 산 허리를 돌려 비틀어 산꼭대기로 나를 뽑아 올리면 무우처럼 뿌리 박혀 떠나 보내지 못 한 생각들 아스라이 멀어진 발 밑 세상사들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들숨 다시 깊이 들이면 허파에 채워지는 건 바람 아닌 텅 빔 무우 빼낸 빈 자리 같은 숲길 허파가 쉴 만한 나무 밑으로 채워서 비운 공간 하나 내려 보낸다   2024. 06. 07. 채우면서 비우기 / 연해 2024. 6. 7.
와풀표 쇼핑 하우 / 참기생꽃 <  Anemone - 김광한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와풀표 쇼핑 하우  ] - 연해 / 황호신 -다담아 도안점에선 다 담지 말고 하나로마트 가선 하나도 사지 말고 파머스마켓 가지 말고 파먹고 살자고 딱따구리 나무 쪼듯 다짐 받았는데 다른데보다 조금 싸다고 배추 몇 망 큰며느리가 좋아했다고 토마토 한 박스 손녀가 잘 먹더라고 차돌박이 두 세트 초짜 낚시꾼 살림망 같은 카트에 물고기처럼 잡아온 상품이 넘치는데 우리집 냉장고는 언제 다 소화되려나 오늘 들인 물건들을 다 채우려면 오래 묵은 무언가를 또 버려야 할텐데 젊어 좋던 시절에는 윤미라 보급형이니 특별공급형 원미경이니 하며 우아 떨었.. 2024. 6. 2.
동네꽃 / 은방울꽃 <  How Can I Tell Her About You - Lobo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동네꽃  ] - 연해 / 황호신 - 잘 못 건드렸네 울고 싶은 여름 구름 소리 없이 무너지는 어깨 고개 숙여 맞을 뿐인 동네꽃  2024. 05. 27. 동네꽃 / 연해 2024. 5. 27.
목이 길어 기다림꽃 / 봄맞이꽃 <  Fariborz Lachini - Secrets And Dreams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목이 길어 기다림꽃  ] - 연해 / 황호신 -이름이 아직 봄인데 어느새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었다느려 터진 빛은기껏 삼십만 킬로미터 우주 제한속도는 답답하기도 하지 이름에 계절을 달고 살려니 등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이제 그만 일어나 벗어버리고 싶은 거북이 등껍질 시지푸스의 돌덩이는 가볍기도 하지 마지막 봄맞이꽃 한 송이 봄을 보내며 절벽에 매달렸다 벼랑 끝 삶에  높이는 차라리 편안함이겠지만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낮달 더 피지 못해 기다림은 오래도 가지  2024. 05. 21. 목이 길.. 2024. 5. 21.
빛 저편 그늘에게 / 나도수정초 <  DANIEL - 은방울 (Lily of the Valley)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빛 저편 그늘에게  ] - 연해 / 황호신 -언젠가부터 몸에서 풀냄새가 사라졌어요 토막 빛이 나무들 틈으로 사라진 뒤 남은 어둠은 길었어요 결국 엽록소 비릿한 향이 몸에서 떨어졌지요 어둠에 팽겨쳐진 운명은 쉽게 어둠에 물들어요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십니다 들썩이는 어깨는 듣기만 하네요 "어느 놈의 그림자길래 허여멀건 무골장승이여"나오려던 말이 지하로 스며들고 말았어요 녹색이 사라진 몸에는 우윳빛 지느러미만 포장지처럼 나풀거리는데반투명 그림자 얼굴이 지금 와서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데요 그.. 2024. 5. 15.
궁리항은 놀 궁리 / 긴꽃뽀리뱅이 <  Laura Wright - The Last Rose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궁리항은 *놀궁리  ] - 연해 / 황호신 -  초여름 바람 곰곰이 놀 궁리 헤아리다 지나가면 노을의 표정으로 놀고 싶어진궁리포구젓갈 냄새 싣고 돌아와서야 생각났다 박선장네 서쪽 창에 걸어두고 온  노을 한 조각 *놀궁리 : 충남 홍성군 서부면 궁리의 해상파크 2024. 05. 13. 궁리항은 놀궁리 / 연해  [  긴꽃뽀리뱅이  ] 2000년 한국식물분류학회지 제30권 1호에 박재홍 외 5인이 미기록아종으로 보고한 종이다. 화서는 줄기 및 가지에 정생하고, 5-8개의 두상화가 산방상으로 달린다. 표면에는 .. 2024. 5. 13.
너무 높아 예쁠 리 없는 그 꽃 / 석곡 <  Celtic Music - Cliffs of Moher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너무 높아 예쁠 리 없는 그 꽃  ] - 연해 / 황호신 -절벽에 붙잡힌 삶은 높이를 거역하지 못한다 노랑발도요가 대지를 벗어나 날개를 달기로 작정했을 때 어떤 꽃들은 벼랑에 뿌리 내려 운명을 바꿨다 당신이 섬에서 나와 바다를 건넌 것처럼 더 갈 곳 없는 하늘 밑에 이르러서야  머리 풀듯 향을 내린다 모든 손으로부터의 도피 날개도 없이 높은 곳에 오른 꽃은 눈표범한테서 달아난 아이벡스처럼 절벽 끝 달 속에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마디가 있는 뿔이 날카롭다 그곳은 괜찮니? 지낼 만 해? 올려보다 고개가 .. 2024. 5. 11.
입하 무렵 / 나도수정초 <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 - 에밀레 >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입하 무렵  ] - 연해 / 황호신 -지금까지 봄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여름이라 한다 어디쯤에 선을 그어 놓았는지 달력에만 존재하는 그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지막 봄비가 송홧가루를 걷어갔다 계절과 작별중인 봄꽃이 자꾸 쳐다 본다 사람 보내기 서투른데 꽃 보내는데는 익숙하겠나 은방울꽃은 줄지어 잎그늘로 숨었다 폭우의 기억과 함께 숲길 걷다 보면 물묻은 발자국이 뒤따라 온다 버석이던 숲이 일순 조용해졌다 운무가 발자국을 삼키며 따라 오고 있다 신기루처럼 아련히 나도수정초 숨어 피었다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더니 햇빛 들면 불 켜놓.. 2024.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