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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177

사랑나무 사랑나무 / 緣海 사랑나무는 다 보았다 가고 또 오는 것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을 그날 밤 하늘의 별들 검은 눈망울 반짝이던 강물 서약은 손가락 마디를 떠나 수많은 잎새에 맺힘을 말없이 굽어보던 나무 별들은 실명하고 강물은 역류하고 벤치위 온기는 사라져도 뿌리처럼 깊었던 소용돌이의 회오.. 2010. 1. 27.
첫 눈 첫눈 // 緣海 처음 왔다고만 첫눈은 아닌거야 너와 들인 기억이 손톱끝 봉숭아물만큼 아슬아슬해졌을 때 손톱깎이가 입을 다물어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떼내기 전에 저 먼 하늘에서 돌다가 소리없이 툭 떨어지는 한 송이 눈꽃 백동백 하얀 꽃잎처럼 여리게 내 앞에 너 문득 나타났을 때 그때 한 송이 .. 2010. 1. 6.
바람과 낙엽 바람과 낙엽 // 緣海 황호신 만지기만 했을 뿐인데 왜 자지러지듯 쏟아지는 거니 속삭였을 뿐인데 목소리는 또 왜 떨리는 거니 불어오는 부름 따라 목적지 없는 방랑자들 몰리어 가면 먼 데서 도달한 엽서처럼 뿔뿔이 던져지던 무채색의 목소리들 11월의 찬 바람이 불어 오면 빈 의자에도 체온이 그리.. 2009. 11. 11.
바람과 코스모스 바람과 코스모스 // 緣海 아프도록 바람을 고민하다 어느덧 분홍에도 결이 새겨졌다 볼에 흐르는 실크의 유혹 흔들림은 하늘의 특권인걸 흔들리지 못하는 깊은 족쇄 뿌리만 없다면 들뜬 물빛 저 하늘 더 많은 바람 만날텐데 키재기를 하며 자라 오를 때 높이가 시작됐던 흙색 유년기 날마다 자라던 기.. 2009. 10. 6.
모래지치 서산 꽃친구들의 초청으로 예전 근무하던 서산에 가서 여러 들꽃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중, 올해 내내 보고 싶었던 모래지치를 올려 봅니다. 섬의 귀로(歸路) -- 緣海 -- 번민이 되어버린 숱한 생각들을 모래 속에 묻어버리고 우리는 귀로에 오른다 다시 갈매기들을 몰고 돌아오는 지금 우리는 좀 더 .. 2009. 7. 22.
흰망태버섯 - 왕대밭에 피는 흰망태버섯 - 너의 향기는 --緣海 -- 너의 향기는 꽃인듯 피어나지만 나비를 내쫓고 파리만 불러들이지 너의 모습은 축축한 어둠 속에서 젖은 낙엽을 뚫고 피어나지 순결의 상징 하얀 망사를 둘렀지만 머리엔 냄새나는 벙거지를 썼지 곧고 반듯한 대숲에서 자라지만 스러지는 모습은 .. 2009. 7. 19.
낯꽃 1. 해당화 2. 원추리 3. 갯기름나물 4. 당아욱 5. 번행초 6. 괭이밥 7. 산달래 8. 산달래 9. 참골무꽃 10 기장대나물 11. 대극 12. 대극 13. 대극 14. 원추리 15. 방울비짜루 16. 개망초 17. 메밀꽃 18. 산비장이 19. 달맞이꽃 20. 까마중 낯꽃 -- 緣海 -- 들꽃을 찾아가 들꽃을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이 피.. 2009. 7. 15.
호자덩굴 꽃 다음 열매 (여름) -- 緣海 -- 봄에 꿈꾸었지요 꽃을 탐하였지요 봄은 짧고 꽃은 쉬이 떨어져 낙화의 그림자 아래 잉태된 열음 열매는 하늘을 열고 여름을 맞아들이지요 해의 색을 담아 붉어진 열음 열매 위의 상처는 거기 뻗어있던 두 나팔꽃 그 긴 꽃잎의 흔적이지요 필경은 하얀색 아픔이지요 낙화의 그늘아래 잉태된 열음 열매는 자신을 열고 끝내는 고독을 받아들이지요 봄꿈에 꽃을 탐한 나비는 어디론가 그늘을 찾아 날개짓 소리 멀어졌지만 꽃 다음 열매, 기다리는 것은 되돌아올 발자국 소리 소리 가득한 가을이지요 Michael Whalen - The Shape of Her Face 2009. 7. 7.
닭의난초 오래 된 정 오래 된 정은 너무나 깊어서 가슴에 띄우지 않으면 건널 수 없습니다 오래 된 정은 너무나 많아서 가슴에 담지 않으면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오래 된 정은 너무나 밝아서 가슴에 비추지 않으면 쳐다볼 수 없습니다 -- 緣海 -- 01. Ng Aik Pin - Nocturne 02. Stamatis Spanoudakis - To Dori 03. Giovanni Marradi - Se.. 2009. 6. 28.
호자덩굴 마음을 담는 그릇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마음밖에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다른 이의 마음 밖에는 없습니다 마음은 크기에 마음은 변치 않기에 더 크고 더 오래 가는 당신 마음에 내 마음을 담아주세요 -- 緣海 -- 01. Bridge Of Time 02. Nocturne 03. Now The Leaves Are Falling Fas 04. The.. 2009. 6. 28.
도라지, 석류꽃 하지 -- 緣海 -- 낮이 가장 길던 날 아침 일찍 안개속에서 떠나던 사람 한 걸음씩 왔던 발자국 지우며 흘리던 길어 하염 없을 마음속 눈물 밤이 가장 짧던 날 산그늘 밑으로 어둠도 내리고 등불밑 눈자위 되돌아 보면 들려올 듯 발자국 소리 짧아 속절 없을 그림자 하나 더 이상 길어지지 못할 밝음 더 이.. 2009. 6. 21.
물칭개나물 낙화 떨어져 다시 핀 꽃 황호신 뒤돌아 서서 발걸음 옮기기 아쉬워 다시 한 번 뒤돌아 보며 눈물대신 보일 듯 말 듯 바람에 흩날리던 미소 나는 보았습니다. 흐려진 미소속에 살짝 뒤틀리던 그대의 입술을 그래도 떠나야 할 길이라면 그대여 이 봄 바람이 다하기 전에 연분홍 입술을 열어 다시 한 번 비어 있.. 2009.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