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緣海
처음 왔다고만 첫눈은 아닌거야
너와 들인 기억이 손톱끝 봉숭아물만큼 아슬아슬해졌을 때
손톱깎이가 입을 다물어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떼내기 전에
저 먼 하늘에서 돌다가 소리없이 툭 떨어지는 한 송이 눈꽃
백동백 하얀 꽃잎처럼 여리게 내 앞에 너 문득 나타났을 때
그때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다섯 송이 여섯 송이
내 품에 안긴 너의 등뒤로 하얗게 어지럽게 조용하게
흐르는 그것들이 바로 첫눈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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