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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177

돌사람 돌의 옛 이야기 緣海 친구들이여 나는 버려진 한 덩이 망각에 불과했지만 정에 맞아 박동이 시작되고 숨길이 트여 대지에 우뚝 서며 생명을 얻어 삶이 시작됐다오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 속에 영광도 치욕도 물러갔지만 사랑마저 모두 보내고 무너지지 못해 지켜온 세월 탑으로 벅수로 문무석으로 오.. 2008. 5. 6.
오월, 움직임 오월, 움직임 緣海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일고 강물처럼 머물 곳 찾아 나즈막 흘러가더니 오, 그 위에 실린 햇살 한 토막 어디로 갔나 새로 난 잎새 위 봄비 한 방울 흩어질 때 소스라치는 놀람처럼 안타까운 떨림이 일고 오, 그 위에 맺힌 눈물 한 방울 어디로 갔나 누구였나? 오월이 움.. 2008. 5. 4.
칸나 칸나 / 윤순정 젊어서 슬픈 여자들의 무리 아예 얼굴은 땅 속에 박고 거꾸로 섰다 하늘바라기하며 수없이 돋아나는 클리토리스 철갑처럼 걸쳤어도 도무지 가려지지 않는 치마 8월의 2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수많은 사내들 그 빛깔 너무도 강렬하여 아예 실눈을 떴다 눈, 코, 입 땅 속에 묻혔으니 부끄러.. 2008. 5. 1.
핑계 핑계 緣海 마음에 두고도 딱따구리 나무 찍듯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날, 햇빛이 눈부셨기 때문이었다고 해두자 마음에 담아 두었음은 마음이 비어 있었다는 것 말을 하지 못했음은 할 말이 너무 많았다는 것 아주 나중에 잃어버린 복권만큼이나 미련이 미련스럽게 남더라도 바보처럼 말을 하지 못.. 2008. 5. 1.
낙화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낙화 ] - 緣海 - 우울히 견뎌온 날 끝에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웃음이 항시 머물던 입가엔 어느사이 씰룩이는 글썽임만이 버릇처럼 자리잡았네 한 참이나 해가 남은 봄날이 중천에서 빛나고 석양은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닥쳐온 운명을 이해 못해 왜 가야 하는가 왜 가야 하는가 막 붉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아직은 세상을 더 보고 싶은데 이 손을 잡아줘 이 손을 꼭 잡아줘 하지만 한낱 너무나 바쁜 이 세상에 나는 주인이 아니었음을 가야만 하는 손님이었음을 입술을 깨물며 느끼려 하네 너무나 무서운 이 마음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다독이며 너무나 짧았던 봄날 먼 길 홀로 가려 하네 흐려진 눈으로도 늘 보고 싶었던 그대여 이제 마주잡은 그 손 놓아도 좋아 아니 이젠 놓아줘 제.. 2008. 4. 29.
나에게 그대는 나에게 그대는 緣海 진주는 끈으로 꿰어지지만 끈이 어디 보이던가요 살아왔던 날들은 세월로 엮어지지만 세월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끈이 보이지 않아도 목걸이로 인해 그 존재를 알 수 있고 세월은 보이지 않지만 삶 속에 그 흔적이 묻어 있듯 나의 모습이 지금처럼인 것은 보이지 않는 그대.. 2008. 4. 27.
너무나 짧은 봄날 너무나 짧은 봄날 緣海 봄이여 그대를 기다린 겨울은 너무나도 길었지만 그대를 만난 봄날은 너무나도 짧구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다투어 꽃들은 피어났다 지고 새로운 초록이 그 자리를 메워갑니다 너무 쉽게 가버리는 봄날이 아쉬운 것은 바쁘게 붕붕대는 벌들의 날개짓 속에 서늘한 미련들을 감.. 2008. 4. 27.
소금같은 별 소금같은 별 緣海 메밀꽃밭을 홀로 걷다가 메밀꽃이 소금같다고 생각했다 소금은 기나긴 밭도랑마다 안개처럼 피어났다 안개낀 염전길을 걷다가 돋아나는 소금이 별같다고 생각했다 별은 가라앉은 바닥마다 메밀꽃처럼 피어났다 별꽃 핀 밤길을 걷다가 별들이 안개꽃같다고 생각했다 안개꽃은 미명.. 2008. 4. 20.
두통이 개이던 날 아침 두통이 개이던 날 아침 緣海 두통이 개이던 날 아침 청노루귀가 앞산을 뛰어 다니고 바람꽃이 봄바람에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어대고 있었다 머리를 곱게 넘긴 얼레지가 투명한 아침볕에 기지개를 켜고 갈래치마를 촘촘히 두른 처녀치마는 긴 목을 더 뻗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두통이 맑게 개이던 날 .. 2008. 4. 18.
봄비는.... 봄비는 緣海 봄비는 꽃잎 끝에 내리는데 낙화는 내 마음에 진다 어리둥실 빗물에 쓸려가는 피다 만 꽃잎하나 봄비는 우산 끝을 때리는데 상처는 내 가슴에 팬다 후두두둑 낙숫물 되어 흐르는 아픔 몇 방울 봄비는 유리창에 맺히는데 세월은 내 몸 속에서 간다 깊은 시름 동심원 되어 흩어지는 한숨 한.. 2008. 3. 26.
슬픈 색 노루귀 슬픈 노루귀 - 연해 - 봄바람 불면 키만큼만 손 흔들고 봄비 오면 꽃잎에 눈물 달고 초롱 초롱 꿈은 열리지만 부슬 부슬 잔털마다 빗물 맺히어 말을 건네기도 전에 울먹이는 마음 곁눈길 한번에도 고개 꼬아 꽃잎 접네 검은 흙을 파보아도 꽃잎은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서 다 나왔을까 슬픈.. 2008. 3. 25.
동행 동행 緣海 - 우리 만나기 전에는 발길은 어긋났고 눈길도 엇갈렸습니다 - 우리 만날 때에는 발길을 서로에게 향하고 서로에게 눈길을 주었습니다 - 우리 이제 동행이 되어 같은 방향을 가고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이제야 비로소 함께 가야 할 곳을 같이 바라본 것입니다 Alfonsina y el mar (알폰시나와 바다.. 2008.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