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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177

바람을 보다 바람을 보다 / 연해 꽃잎의 흐름이 바람의 얼굴이었다 꽃은 마지막 서비스로 자신의 꽃잎을 날려 보이지 않는 바람을 군무로 그려내었다 제 몸 흔들며 날아가 바람을 묘사하는 꽃잎들의 스케치 보여도 보지 못했다 투명한 감각의 흐름 그들은 항상 무언가를 흔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을 꽃이 없으면 낙엽을 떨구어서라도 기어이 제 형상 그려내는 그것 눈송이를 허공에 뿌려 잿빛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그것 아침에 쌓인 눈은 밤새운 그들의 몸부림 이른 저녁 꽃잎이 다 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보았다 처마 끝 울리는 풍경소리가 바람의 목소리인 것을 Solamente El Amor - Nicolas De Angelis 2018. 2. 11.
낯선 별에서 만남 / 연해 낯선 별에서 만남 / 연해 다시 태어난다면 이 생은 틀렸고 다음 생이나 그 다음 생쯤 너무 늦지 않게 저 소금호수의 하늘에 희미한 마젤란성운의 어느 행성에 환생하고 싶다 아침마다 태양이 다섯개씩 뜨고 밤에는 일곱개의 달이 지는 곳 남천 하늘을 반 쯤 채운 은하수가 비껴 돌며 밤이 새도록 인생의 공회전을 이야기할 때 별빛이 흘러가는 언덕 하늘이 열리는 곳에 앉아 별꽃같은 마젤란 여인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문득 흐려진 눈에 지나간 지구별에서의 기억과 오리온 나선팔의 전생이 물 만난 압화처럼 다시 꽃피어 줄까 시작도 끝도 없이 휘감기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오래 기다렸던 사람이 바로 너였으면 좋겠다고 바람꽃같은 그녀의 하얀 입술에 말을 해줄까 언젠가는 서로에게 던져질 운명 너는 마젤란 나는 은하수, 그만큼의 .. 2018. 2. 3.
왕덕천을 따라 사포리까지 왕덕천에서 / 연해 한 잔 술을 마시면 내가 흔들리는지 세상이 흔들리는지... 가까웠던 정이 떠나면 내가 비틀거리는지 하늘이 도는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은 없더라 붙잡아도 붙잡아도 곁에 머무는 세월은 없더라 홀로 고독을 안고 기꺼이 오늘은 길에 선다 설마 길이 먼저 끊길까 .. 2017. 9. 7.
태백산 일출산행 3 / 문수봉에 두고 온 얼굴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태백산] - 강원도 태백시 문곡소도동 산80번지 문수봉에 두고 온 얼굴 - 연해 - 가슴에 새겨진 문신같아서 잘 지워지지 않는 얼굴 하나 잊어버리려 높이도 올라간 날 문수봉은 태백에 등돌리고 서 있었다 그에게도 익숙한 미움처럼 내가 건너왔던 세상은 구름의 파도에 휩싸여 눈앞에서 요동치며 넘실거렸다 높이 오를수록 저 아래로 멀어지는 것들 마침내 그가 보이지 아니하고 그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다 멀어지고 사랑이 섬처럼 둥둥 떠다니고 만남과 이별이 구분되지 아니할 무렵 나는 까닭없이 더워져서 입김을 내뿜고 목도리를 벗어 던졌다 문수봉에는 돌탑이 눈을 맞고 서서 오가는 바람들과 세월을 거래하고 있었다 사연을 정지된 시간으로 바꿔주는 동안 많이도 늙어버린 돌탑은 내가 .. 2014. 1. 19.
태백산 일출산행 2 / 화부(火夫)가 되어 [태백산] - 강원도 태백시 문곡소도동 산80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화부(火夫)가 되어 - 연해 - 서로 꼭 안아주라고 겨울은 추운 것이지 포옹한 연인의 배경으로 눈내리고 바람까지 불어준다면 얼마나 따뜻한 그림이 되랴 때로는 세상이 추워서 축복이 되기도 하나니 우리 포근히 품을 내어 외투와 속옷의 경계선을 넘어 온기를 주고 받으리 서로 힘을 다해 사랑하라고 때로는 미움도 세상에 떠도는 것이지 애증의 외나무다리 건너가 서로 껴안고 흘리는 눈물은 얼마나 뜨거우랴 거기까지 걸린 시간이 비록 멀고 견디기 힘들었을 지라도 오래 참은 누선이 폭발하듯 서로의 얼굴에 봇물처럼 그리웠음을 토해 놓으리 나 화부가 되어 살을 에이는 겨울에게 장작불을 피워주리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황의 이글거림으로 얼굴.. 2014. 1. 2.
태백산 일출 산행 1 / 산 꼭대기에 피는 꽃 [태백산] - 강원도 태백시 문곡소도동 산80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산 꼭대기에 피는 꽃 - 연해 - 산에 오르는 동안 저 멀리 시간을 눈물처럼 삼키는 높음이여 걸음마다 너를 향해 수없이 머리 조아렸음을 다 올라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 봉우리들이 머리를 네쪽으로 부복하고 있었기에 나도 그중 고개숙인 한 봉우리로 올라와 태백의 장군봉위에 섰을 때 그 위에 새로 솟은 봉우리는 눈길을 내어 발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지 산에 서니 산보다 더 높다며 천지사방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굽어보는 동안 산줄기들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바람이 그 뒤를 따르고 그 뒤를 꽃들이 따라 내려간다 보아라, 산 꼭대기에는 늘 꽃들이 군락으로 피고 그 꽃 능선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가니 꽃은 이제.. 2013. 12. 31.
종남산 송광사 / 환승 종점에서 [전주 종남산 송광사] -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환승 종점에서 - 연해 - 밤은 호수처럼 짙어만 가고 할 일 없이 키 큰 빌딩들 사이로 우아하게 등장하는 눈송이들은 도시의 불빛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저 부드러운 결이 차갑다는 것을 볼을 스치고 지나갈 무렵에서야 비로소 .. 2013. 12. 17.
송호리 국민관광지 / 행복의 길 [송호리 국민관광지] - 충북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행복의 길 - 연해 - 행복의 길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라고 예전에 써두었던 글을 잃어버렸다 꽃이 보여야만 꽃길인가 눈감아도 향기따라 가는 모든 길이 꽃길이듯 글은 잃었어도 길은 아직 마음속에 있네 여기 서있는 나와 저만치 어딘가.. 2013. 12. 13.
장태산의 가을 / 체온이 기억한 것들 [장태산] - 대전광역시 서구 장안동 체온이 기억한 것들 - 연해 - 줄도 없고 칸도 없는 회잿빛 하늘 종이위에 글씨가 흐른다 글씨가 첫눈처럼 쏟아지면 마음이란 글자는 하늘을 가로질러 달아나고 얼굴이란 글자는 미련이 남은 듯 마지막 남은 단풍잎 귀퉁이에서 머뭇거리다가 문득 형체.. 2013. 11. 21.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 가을비 호숫가에서 [문광저수지] - 충북 괴산군 가을비 호숫가에서 - 연해 - 가을비 오는 날 호수에 갔지 호수는 친절하게도 그 넓은 품을 펼쳐 혼자인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지 나도 우산처럼 가슴을 확 열어 내 안 깊은 곳에 호숫물을 끌어대고 싶었지만 이미 그곳엔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어 조금만 더 주어.. 2013. 11. 6.
감은사지 석탑 / 탑의 날개 위에 [감은사지 석탑] - 경북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탑은 기원이다. 탑은 열망이다. 대지에 우뚝 서서 허공을 찌르고 있는 탑은, 땅에 사는 인간이 하늘에 있는 절대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되돌아 오지 않는 단방향성의 송신장치이며, 대답은 마음 속에서만 얻어질 것이다. 탑은 쏘지 않는 발.. 2013. 2. 19.
금강로하스길 / 입춘 [금강로하스길] -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 2013, 새해 첫날, 첫 해맞이의 기대는 두터운 구름속으로 묻혀버리고, 우중충했던 금강로하스길에서 본 풍경을 입춘날 지나서야 꺼내어 본다. 입춘 - 연해 - 힘겨운 봄이다 근질거리는 모든 것을 참을 수 없다 가라앉은 겨울 보내다 어느날 얼굴에 .. 201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