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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지나간 수선화는 물 속에 있어요 / 수선화

by 緣海 2024. 4. 4.



<  Maroon 5 - Goodnight Goodnight >

 

 

 

 

 

 

 

 

 

[  지나간 수선화는 물 속에 있어요  ]

 

- 연해 / 황호신 -



물 속에 비쳐 보았어요
그 옛날 나르시스처럼
물에 빠질까봐 조바심도 내 가며
물결이 가라앉길 기다렸죠

물에 보인 저 모습은 무엇일까요
잔잔해질수록 명확해지는
태초에 모든 욕망은 거울에서 비롯되었을거야
뿌리 내려 발을 묶어 놓지 않았더라면
또 다시 뛰어 들고 말았겠죠
세이렌 귀는 축복이자 저주였지만
수면 저 밑에 있는 유혹은
수선화의 눈을 파멸로 이끄네요
소리처럼 우릴 묶어 놓는 게 또 있을까요

빛처럼 뛰어들게 하는 건 다시 없을 거예요

시간을 거슬러 모든 수선화의 기억들이
얼굴 뒤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면
물 밖 얼굴의 주인들은
물가에 모여 사는 고요처럼
그저 멀끔히 수면을 응시할 뿐입니다
그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러다 문득 바람이 불어오면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물 속에 피었던 수선화들

 

 

2024. 04. 04. 지나간 수선화는 물속에 있어요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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