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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대둔산에서

by 緣海 2022. 9. 16.

 

 

 

 

 

대둔산에서

 

- 연해 -

 

 

딱 알맞은 높이였어, 막힌 가슴 뚫기에는

머루알처럼 절벽에 맺힌 바위들도

빗살처럼 석양에 눕는 햇살들도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음속에선 무너지고 있었지

 

바람이 수다를 떨며 수선스럽게 비껴가면

왁자글 시끄러운 소리들을 싣고 케블카는 올라

거기 한 무더기 설레임들을 내려놓고, 

후련함들을 태우고 다시 구름 속에서 하강하곤 했지

 

딱 적당한 시간이었어, 긴 아쉬움 달래기에는

구름 속 금강다리 건너 통천문 하늘에 오르니

절벽엔 가슴마다 메마른 하늘 움켜쥔 소나무들

건너편엔 이마에 주름 지으며 달리는 산들

 

몇날며칠 절었던 마음일랑 바위에 널어 말리면

그곳 지나는 바람들은 태곳적 배냇짓 되어온

기인 기다림들을 한번씩 헤적거리고 가나니

그리움 매달려 황태되는 이곳은 대둔산 겨울 덕장

 

딱 적당한 추위였어, 비망의 통증 잊기에는

매사에 어리석으니 사는게 다 그렇대

하늘을 올랐으나 산만 오른 줄 알고

다시 내려와 올려다보니 하늘이 높더라고

 

바람마다 구름싣고 구름마다 눈물싣고

가다가 흩어지고 흐르다 흘려 버리니

그대여! 달을 보지 말고 손가락만 보게나

어제 그 달은 가버렸지만, 내 손가락은 여기 이대로 있잖은가

 

 

 



<  Uaral - Sounds of P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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