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937 미용실 판타지 [ 미용실 판타지 ] - 황호신 - 한 달 동안 머리 길러서 올게요 모를 듯 미소를 뒤에 남기고 미용실 문을 나선 순간 시간은 잠들고 꿈은 비로소 잠에서 풀려난다 빗과 가위가 더듬고 간 까끄러운 옆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바리캉의 촉감을 상상해 본다 당신 혹시 나와 같은 환상 있었는지 한 달이 지나 미용실 문을 다시 열 때 잘 자라준 머리칼처럼 여전히 거기 서 있는 가위와 빗 난 항해에서 막 돌아온 선장처럼 의자에 앉는다 거울 속 장미꽃이 액자 안에서 웃다가 허무처럼 등 뒤로 다가서면 곰처럼 제 가슴만 두드리는 미용실 미련 판타지 2022. 1. 8. 둥근잎유홍초 / 무릎꽃 무릎꽃 - 연해 - 꽃이 나를 보는 각도와 내가 꽃을 보는 각도가 달라 나는 무릎에 꽃을 피우기로 마음 먹었다 언젠가 너의 꽃에 눈맞춤 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그날처럼 아름다움으로만 꽃을 보는 습관으로 미처 알아채지 못한 너의 한숨과 눈물방울이 밑둥쪽으로 몸을 굽혔을때 거기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만 너에게 꽃잎을 달아줄 줄 알아 그로 인하여 둘렀어야 할 거미줄과 흔들렸어야 할 풍력의 바람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다 채워지지 못할 갈증으로 돌위에 가시위에 피멍 들도록 무릎꽃을 피우고서야 깨닫는다 가장 아름다운 꽃은 아픔의 꽃이라는 것을 2021. 12. 22. 들꽃과 사람들 제10회 전시회 "그저 꽃이라 하네" 들꽃과 사람들이 13년만에 어느덧 제10회 전시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뜻을 모았던 6인의 멤버들은 그동안 떠나가거나 고인이 된 분도 있고, 지금은 세명만 남아 모임의 역사와 명맥을 이어가고 있군요. 많은 분들이 오셨다 떠나갔고, 아쉽게도 인연이 끊어진 일도 다반사였네요. 그래도 이만큼 모임이 유지되어 온 것에 대해 자그마하나마 자부심도 느껴 봅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전시회를 열지 못하고 지나가야 했습니다. 올해는 다행히도 약간의 숨통이 트인 덕분에 다시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도 책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뒷바라지만 하고 있기도 하고, 초기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에 당혹감도 느끼지만, 그래도 들꽃사는 들꽃사, 여전히 그 색채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재개하게 된.. 2021. 12. 13. 결혼하는 아들에게 전하는 영상편지 2번째... 큰 아이 결혼시키면서 영상편지 올린지 5년만에 이번에는 둘째 아이 영상편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은 한참 지난, 올해 2월 27일 가족, 친지, 친구들의 조촐한 축하속에서 치러졌지만, 아직도 위세를 떨치는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장에서 보여졌던 영상을 이제야 이곳에 올립니다. 결혼을 하는 당사자나 찾아온 축하객들에게 참으로 힘든 행사였지만, 그래도 행복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아직도 꿈결처럼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직 막내는 결혼 생각을 안하고 있어서 언제 다시 축하영상을 올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첫째 결혼때 힘들어 하던게 무색하게 둘째는 좀 수월하게 행사를 치렀습니다. 코로나 와중이었지만, 아무래도 한번의 경험이 좀 더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지 .. 2021. 5. 16. 구슬이끼 / 기다림이 시간을 잃으면 [모성애] - 구슬이끼 기다림이 시간을 잃으면 - 연해 - 그리움이 된다 기다림이 시간을 잃으면 외로움이 된다 그리움이 길을 잃으면 잊혀진 시간과 거리는 추억의 단위로 수렴되지 못하고 기억과 망각의 어디쯤에서 갈림길처럼 만났다 다시 헤어진다 손을 휘저어 안개속 사랑과 그 후 하얀 몸짓만 허공에 가득한데 시간을 잃어 그리움이 된 기다림 이제는 시간도 자주 길을 잃네 Alone In The Dark - Vadim Kiselev 2020. 3. 29. 2020 제9회 전시회 안내 2020. 1. 24. 여행 (旅行) [청산도 가는 배 안에서] 자동차를 버리니 기차가 내게로 왔다 커다란 배와 버스도 오고 택시도 왔다 마치 먼 예전부터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들끼리 떨어진 간격은 걸어서 메웠다 때로는 일부러 걷기도 했다 걷다 보니 사람이 보였다 그동안 놓쳤던 풍경이 가까이 다가 오고 숨어 있던 보석같은 삶과 문화의 흔적들이 비로소 보였다 마치 서서히 열리는 꽃 안에 꽃술이 보이는 것처럼... 여행이었다 곡류 같기도 하고 황톳길 같기도 한... 여행 / 연해 [청산도 범바위] 여행이란 어디로가 아닌 누구랑 가느냐이다 멤버가 결정 되면 갈 곳이 어디인 지는 저절로 정해졌다 가야 할 그곳 보다 함께 할 시간이 더 좋아서 혼자였다면 굳이 영혼이라도 데려 갔을 것이다 뒤돌아 보았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길가.. 2019. 1. 1. 안국사지의 진달래 [안국사지에서] ◈ ◈ ◈ ◈ ◈ ◈ ◈ ◈ ◈ ◈ ◈ ◈ ◈ ◈ ◈ ◈ ◈ ◈ 1 진달래꽃 흐드러지면 가야지 했는데.... 미루어 온지 몇년 째인지... 드디어 원하던 상황이 딱 된 날 찾게 되었습니다. 2 " 그냥 가기 뭣하면 중간에 안국사지(安國寺址)쯤에 들러 크고 못생긴 보물 고려 불상과 탑을 건.. 2018. 4. 5. 바람을 보다 바람을 보다 / 연해 꽃잎의 흐름이 바람의 얼굴이었다 꽃은 마지막 서비스로 자신의 꽃잎을 날려 보이지 않는 바람을 군무로 그려내었다 제 몸 흔들며 날아가 바람을 묘사하는 꽃잎들의 스케치 보여도 보지 못했다 투명한 감각의 흐름 그들은 항상 무언가를 흔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을 꽃이 없으면 낙엽을 떨구어서라도 기어이 제 형상 그려내는 그것 눈송이를 허공에 뿌려 잿빛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그것 아침에 쌓인 눈은 밤새운 그들의 몸부림 이른 저녁 꽃잎이 다 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보았다 처마 끝 울리는 풍경소리가 바람의 목소리인 것을 Solamente El Amor - Nicolas De Angelis 2018. 2. 11. 낯선 별에서 만남 / 연해 낯선 별에서 만남 / 연해 다시 태어난다면 이 생은 틀렸고 다음 생이나 그 다음 생쯤 너무 늦지 않게 저 소금호수의 하늘에 희미한 마젤란성운의 어느 행성에 환생하고 싶다 아침마다 태양이 다섯개씩 뜨고 밤에는 일곱개의 달이 지는 곳 남천 하늘을 반 쯤 채운 은하수가 비껴 돌며 밤이 새도록 인생의 공회전을 이야기할 때 별빛이 흘러가는 언덕 하늘이 열리는 곳에 앉아 별꽃같은 마젤란 여인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문득 흐려진 눈에 지나간 지구별에서의 기억과 오리온 나선팔의 전생이 물 만난 압화처럼 다시 꽃피어 줄까 시작도 끝도 없이 휘감기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오래 기다렸던 사람이 바로 너였으면 좋겠다고 바람꽃같은 그녀의 하얀 입술에 말을 해줄까 언젠가는 서로에게 던져질 운명 너는 마젤란 나는 은하수, 그만큼의 .. 2018. 2. 3. 왕덕천을 따라 사포리까지 왕덕천에서 / 연해 한 잔 술을 마시면 내가 흔들리는지 세상이 흔들리는지... 가까웠던 정이 떠나면 내가 비틀거리는지 하늘이 도는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은 없더라 붙잡아도 붙잡아도 곁에 머무는 세월은 없더라 홀로 고독을 안고 기꺼이 오늘은 길에 선다 설마 길이 먼저 끊길까 .. 2017. 9. 7. 2017, 두번째 들꽃을 찾아서...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청노루귀] - 인내, 믿음, 신뢰 ◈ ◈ ◈ ◈ ◈ ◈ ◈ ◈ ◈ ◈ ◈ ◈ ◈ ◈ ◈ ◈ ◈ ◈ ◈ ◈ ◈ ◈ ◈ ◈ ◈ ◈ ◈ 너에게서 나는 - 연해 - 꼭, 언제라고 시점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적당한 어느 때가 되면 버려지고 싶다 꽃잎이 꽃술을 둘러싸고 행복해 하다 문득 떠나는 것처럼 다 이루었으므로 소임을 다한 꽃잎이 아름다운 단 한번의 자유낙하 끝에 꽃을 키우고 씨앗을 잉태하고 빛나는 햇살을 받아들여 꿈을 성장시켰던 곳을 떠나 맨 처음 무작위로 자리 잡았던 바로 그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처럼, 꼭,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뽀송뽀송 솜털이 눈부시어 가느다란 아기 팔같은 꽃줄기 남보라가 가장 가까울 것만 같은 뭐라 부르기 어려운 색깔의 청노루귀 몇 .. 2017. 3. 18.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