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실 판타지 ]
- 황호신 -
한 달 동안 머리 길러서 올게요
모를 듯 미소를 뒤에 남기고
미용실 문을 나선 순간 시간은 잠들고
꿈은 비로소 잠에서 풀려난다
빗과 가위가 더듬고 간
까끄러운 옆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바리캉의 촉감을 상상해 본다
당신 혹시
나와 같은 환상 있었는지
한 달이 지나 미용실 문을 다시 열 때
잘 자라준 머리칼처럼
여전히 거기 서 있는 가위와 빗
난 항해에서 막 돌아온 선장처럼 의자에 앉는다
거울 속 장미꽃이 액자 안에서 웃다가
허무처럼 등 뒤로 다가서면
곰처럼 제 가슴만 두드리는
미용실 미련 판타지
< 윤건 - 내게 오겠니 (슬픈 연가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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