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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2017, 두번째 들꽃을 찾아서...

by 緣海 2017. 3. 18.



<  Steve Raiman - Best Collection >

 

 

 

 

[청노루귀] - 인내, 믿음, 신뢰

 

 

 

 

 

 

 

 

 

 

너에게서 나는

 

 

- 연해 -

 

꼭, 언제라고

시점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적당한 어느 때가 되면

버려지고 싶다

꽃잎이 꽃술을 둘러싸고 행복해 하다

문득 떠나는 것처럼

다 이루었으므로

소임을 다한 꽃잎이

아름다운 단 한번의 자유낙하 끝에

꽃을 키우고

씨앗을 잉태하고

빛나는 햇살을 받아들여

꿈을 성장시켰던 곳을 떠나

맨 처음

무작위로 자리 잡았던

바로 그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처럼,

꼭,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뽀송뽀송 솜털이 눈부시어 가느다란

아기 팔같은 꽃줄기

남보라가 가장 가까울 것만 같은

뭐라 부르기 어려운 색깔의

청노루귀 몇 송이

뛰어 노는 풀밭에서

쓰러지고 싶다

하늘이 빙글 빙글 돌고

구름이 따라 돌고 또 나도, 뭐라

설명하기 힘든

봄날의 저 부드러운 바람결

무수한 결들의 갈피에 깃들여져 구르는 것처럼,

꼭, 언제일 필요는 없지만

내 의지로 떠나고 싶다

모든 꽃이 매화처럼 향기롭지만은 않아도

나비 하나 부르지 못해

쌀쌀한 바람에 입을 꼭 다물어도

죽어도 가지를 놓지 못해

매달려 퇴색해가는

쓸쓸한 눌림꽃의 고집이 아닌

찬바람에도 향기를 놓는 야매의 억양처럼,

너에게서 나는

너에게서 사는 나는

 

 

 

[변산바람꽃] - 덧없는 사랑, 기다림

 

 

 

 

 

 

 

 

너 없인 못산다는 말

 

- 연해 -

 

첫 비가 몰려 올 때

흙냄새 섞인 바람결이 먼저 왔다

흙냄새가 장미보다 향기롭다는 걸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다

 

한번도 같이 살아보지 못한 첫사랑보다

평생을 함께 산 끝사랑이

그 끝자락 어느 즈음에서

비보다 먼저 오는 흙냄새처럼

향기로 포장되지 못해도

더 진실할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너없인 못산다는 말

그 말은 평생 살아보고서야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

먼저 보내고 밥이 넘어가지 않아

이내 뒤따라 가신 분들이 하실

죽음보다 깊은 사랑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첫 비보다 먼저 몰려 온

흙냄새로 인하여 알게 되었다

 

 

 

[변산바람꽃] - 덧없는 사랑, 기다림 (광각버전)

 

 

 

 

 

 

 

정자와 느티나무

 

- 연해 -

 

 

결국 나에게 되돌아왔다

별을 꿈꾸고

나아가 보았던 수많은 타인들의 세상

높은 산을 그리며

그림자들을 헤치고 건너가 만났던 봉우리들

언젠가 이루고 싶었던

향기로운 바다

모든 강줄기들이 한번쯤은 꿈꾸었을

파도와 해변의 만남

별은 사라지고

산이 무너지고

험류와 탁류를 모두 거쳐 바닷가에 홀로 선다

초롱하고 맑았던 눈이

얼마나 흐려졌는지 보기 위해

돌아온 나에게 거울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흐린 눈 너머

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깨닫는다

왜 정자 뒤에는 늘

느티나무가 서있는지를

 

 

 

 

[복수초] - 영원한 행복(동양), 슬픈 추억(서양)

 

 

 

 

 

나에게서 발견된 나

 

- 연해 -

 

거리를 지나면서 보고파지고

국경에선 그리워졌지만

우주로 나가면서는 문득 외로워졌다

 

왜 나의 착시는

멀수록 작아지는 원근법과는 달리

달아날수록 커지는 것일까

 

왜 추억의 농도는

어제 그제의 일보다

더 멀리 흘러간 채색이 더 진한 것일까

 

 

우주에서 선명했던 날들이

국경을 지날 때 흐려지더니

낯익은 거리에 와서는 사라져 버렸다

 

거기 낯선 모습으로 발견된 나를 다시 만난다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의 어우러짐]

 

 

 

 

약속해요 새 봄에는

 

- 연해 -

 

다시 돌아온 봄날에

향기 아찔한 생강나무 밑에서 생각에 잠깁니다

생각이 너무 많았는지, 줄지어

샛노란 꽃을 달아 놓고 생각나무가 되었습니다

다시 이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지난 겨울 부음을 전하신 분들께

봉분처럼 둥글게 등을 말아 봄 소식을 전합니다

봄은 다시 돌아 오고

아무 생각없이 보내버린 옛 이야기들이

이제 와서 어쩌라고

이 나무 저 나무에 꽃피워 달라고 졸라댑니다

겨울동안 딱딱했던 대지가

앙금처럼 풀어지는 새 봄에는 약속합니다

종일 내리는 봄비에

맺혀지는 구슬방울처럼, 줄지어

조롱 조롱 새 이야기들을 걸어 놓을 것을요

새큼한 향이 배인 봄바람과

온유하게 내려앉는 햇살이 다 가기 전에

생강나무 밑에서 생각에 잠깁니다

저물도록 생강나무가 됩니다

 

 

 

 

 

 

[너도바람꽃] -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

 

 

 

 

 

 

 

 

 

 

 

 

 

 

 

끝사랑 당신

 

- 연해 -

 

첫사랑은 추억속에 묻고

끝사랑은 땅속에 묻는다

 

별들이 보내온 바람따라

강물처럼 흘려온 세월

다 보내고서야 돌아보는 얼굴

당신과 나는 사랑의 끝으로 여기 있네

 

끝사랑에 정 하나면 충분하지

나는 당신에게 첫사랑보다

안쓰러운 마지막 사랑 되기 원하네

 

첫사랑은 보내야 하지만

끝사랑은 함께 가는 것이기에

보이지 않는 정에 휘감겨

오늘도 나는 당신 품에 머무네

 

여울 많은 세월 끝에서

잊을 수 없는 첫사랑보다

보낼 수 없는 끝사랑 되기 원하기에

 

(2011. 09. 13) 

 

 

 

Steve Raiman

 

01. Songbird

02. Lifelines

03. A Prima Donna

04. Dreams

05. Clipse

06. Forever

07. After the Rain

08. Moonlight Echoes

09. Waterfall

10. Under the Moon

11. Heart Strings

12. Dance with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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