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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678

너무나 짧은 봄날 너무나 짧은 봄날 緣海 봄이여 그대를 기다린 겨울은 너무나도 길었지만 그대를 만난 봄날은 너무나도 짧구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다투어 꽃들은 피어났다 지고 새로운 초록이 그 자리를 메워갑니다 너무 쉽게 가버리는 봄날이 아쉬운 것은 바쁘게 붕붕대는 벌들의 날개짓 속에 서늘한 미련들을 감.. 2008. 4. 27.
소금같은 별 소금같은 별 緣海 메밀꽃밭을 홀로 걷다가 메밀꽃이 소금같다고 생각했다 소금은 기나긴 밭도랑마다 안개처럼 피어났다 안개낀 염전길을 걷다가 돋아나는 소금이 별같다고 생각했다 별은 가라앉은 바닥마다 메밀꽃처럼 피어났다 별꽃 핀 밤길을 걷다가 별들이 안개꽃같다고 생각했다 안개꽃은 미명.. 2008. 4. 20.
두통이 개이던 날 아침 두통이 개이던 날 아침 緣海 두통이 개이던 날 아침 청노루귀가 앞산을 뛰어 다니고 바람꽃이 봄바람에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어대고 있었다 머리를 곱게 넘긴 얼레지가 투명한 아침볕에 기지개를 켜고 갈래치마를 촘촘히 두른 처녀치마는 긴 목을 더 뻗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두통이 맑게 개이던 날 .. 2008. 4. 18.
시화전 올해에 다시 옥합문학회 시화전 작품 제작을 의뢰받아 만들게 되었습니다. 옥합문학회는 대전의 장애우들의 문학회로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그들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작품들을 많이 써오고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비판의 시각과 내면의 갈등, 절망과 비관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희망을 가지고자 애쓰는 그들의 여러 시편들에서 때로는 섬숙한 삶의 내면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정상인보다도 더 놀라운 의지와 마음 속 풍경을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친구들의 옆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재주를 그들을 위해 보태고자 합니다. 시의 주제가 봄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요근래 찍은 현호색 사진을 위주로 하여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이제 이 작품들을 인화점에서 인화하고 표구점에서 액자작업을 하여 전시장에 걸.. 2008. 4. 15.
만해 생가 여행기 Ⅰ. 여행 스케치 내가 좋아하는 가수 중에 “여행스케치”라는 그룹이 있다. 이들이 펴낸 제1집 음반 중에 실려 있는 [여행스케치]라는 노래를 듣다보면 여행을 떠나기 앞서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여행 중에 들을 수 있을 법한 소란스러운 대화들로 간주를 대신하고 있다. 서로 미루다 쌀을 안 가져와.. 2008. 4. 8.
얼레지와 노루귀의 사랑 이야기 [어느 꽃같이 고운 봄날이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개울물도 풀려서 여기저기 웅크리고 있는 바위 사이를 소리내어 흘러가고,가지 끝마다 새 잎들이 돋아나고, 그 사이에서 새가 울어대는 아름다운 계절이었지요.계곡 물을 따라 떠내려 가다가 돌들 사이에서 잠시 멈춘 나뭇잎 할아버지가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개울가 바위틈에 얼레지 소녀가 살고 있었단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햇살에게 말을 거는 그 소녀는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봄날이 좋았습니다. 괜히 지나가는 꿀벌에게 웃음도 지어 보이고, 먼 산을 바라보며 까치발을 딛기도 했지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수선화처럼 하루를 보내기도 했답니다] 얼레지소녀는 모든게 궁금했습니다. 봄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저 산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 2008. 4. 2.
봄비는.... 봄비는 緣海 봄비는 꽃잎 끝에 내리는데 낙화는 내 마음에 진다 어리둥실 빗물에 쓸려가는 피다 만 꽃잎하나 봄비는 우산 끝을 때리는데 상처는 내 가슴에 팬다 후두두둑 낙숫물 되어 흐르는 아픔 몇 방울 봄비는 유리창에 맺히는데 세월은 내 몸 속에서 간다 깊은 시름 동심원 되어 흩어지는 한숨 한.. 2008. 3. 26.
슬픈 색 노루귀 슬픈 노루귀 - 연해 - 봄바람 불면 키만큼만 손 흔들고 봄비 오면 꽃잎에 눈물 달고 초롱 초롱 꿈은 열리지만 부슬 부슬 잔털마다 빗물 맺히어 말을 건네기도 전에 울먹이는 마음 곁눈길 한번에도 고개 꼬아 꽃잎 접네 검은 흙을 파보아도 꽃잎은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서 다 나왔을까 슬픈.. 2008. 3. 25.
동행 동행 緣海 - 우리 만나기 전에는 발길은 어긋났고 눈길도 엇갈렸습니다 - 우리 만날 때에는 발길을 서로에게 향하고 서로에게 눈길을 주었습니다 - 우리 이제 동행이 되어 같은 방향을 가고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이제야 비로소 함께 가야 할 곳을 같이 바라본 것입니다 Alfonsina y el mar (알폰시나와 바다.. 2008. 3. 21.
우리에게 시간은 우리에게 시간은 緣海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 짧았어요 세상의 빛은 높은 나무에게 모두 빼앗기고 숲 사이로 자투리 빛이 탐조등처럼 들어올 때 햇살은 반짝이며 얼굴위에 머물렀지요 잠시나마 자태를 뽐내며 해바라기를 할 때 어디선지 찾아온 꿀벌 한 마리 그의 다리에 묻어온 꽃가루를 받아.. 2008. 3. 20.
선암사의 봄 선암사의 봄 緣海 봄바람은 허리에 불어 휘늘어진 연분홍 꽃잎 간지럽다 휘청이었습니다 봄비는 가지마다 내려 솟아오른 연둣빛 잎싹 무겁다고 출렁이었습니다 오는 봄마다 봄을 타 빛나는 얼굴 붉어진 볼 봄볕은 열꽃으로 남았습니다 Loving Cello / Ralf E.Bartenbach 2008. 3. 18.
탑의 悲願 탑돌이 緣海 열망입니다 님 흔적 찾을 길 없으니 마음 속에 탑을 세우고 삼오칠구 쌓여진 업보 새기며 홀수배로 님 마음따라 돌아 갑니다 보고픔입니다 님 생각 번뇌에 못견디면 탑파塔婆에 봉안된 님 모습 그리다 상륜에 번지는 은은한 미소 돌아서 돌아서 바람일다 체념입니다 나를 보되 너를 보라 .. 2008.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