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안에서684 꽃 닮은 당신은 꽃 닮은 당신은 - 연해 그 사람 생각만 해도 미소 짓는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면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봄보다 먼저 핀 꽃잎앞에 앉아보낸 시간이 소중하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내리고 저녁에는 안개가 짙었습니다 얻은 것 하나 없어도 하루가 행복하다면 인생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 9. 16. 대둔산에서 대둔산에서 - 연해 - 딱 알맞은 높이였어, 막힌 가슴 뚫기에는 머루알처럼 절벽에 맺힌 바위들도 빗살처럼 석양에 눕는 햇살들도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음속에선 무너지고 있었지 바람이 수다를 떨며 수선스럽게 비껴가면 왁자글 시끄러운 소리들을 싣고 케블카는 올라 거기 한 무더기 설레임들을 내려놓고, 후련함들을 태우고 다시 구름 속에서 하강하곤 했지 딱 적당한 시간이었어, 긴 아쉬움 달래기에는 구름 속 금강다리 건너 통천문 하늘에 오르니 절벽엔 가슴마다 메마른 하늘 움켜쥔 소나무들 건너편엔 이마에 주름 지으며 달리는 산들 몇날며칠 절었던 마음일랑 바위에 널어 말리면 그곳 지나는 바람들은 태곳적 배냇짓 되어온 기인 기다림들을 한번씩 헤적거리고 가나니 그리움 매달려 황태되는 이곳은 대둔산 겨울 덕장 딱 적당한 .. 2022. 9. 16.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 / 연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 마누라 아프다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기쁜 소리 마누라 웃음 소리 이 세상에 가장 듣기 싫은 소리 마누라 잔소리 이 세상에 가장 반가운 소리 마누라 밥먹자는 소리 하소연은 더 애기스러워지고 폭소는 갈수록 더 호탕해지는 평생의 소리 마누라 목소리 뒤돌아 주고 받는 시선 없이도 들려오는 소리로 더 익숙한 세월 머리에 흰 서리 내려도 개망초처럼 붙잡아온 세월 이젠 소리만 들어도 안다 마음의 온도까지도 그래서 소리로 말한다 여보 우리 벌써 35년이네 2022. 9. 13. 세상은 하나의 화분 세상은 하나의 화분 산과 들 바닷가 자투리 땅 촘촘히 자연이 화분이었네 방울비짜루 반디지치 갯장구채 어울려 피는 물 주지 않아도 거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크는 공짜 화분이었네 * * * * * * * 식물들에게는 지구가 하나의 화분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구름 물뿌리개와 햇빛 창문을 둔... 지구 한 모퉁이 서해안 어느 갯바위를 화분삼아 여러 들꽃들이 어울려 피어났습니다. 꽃 옆에 서는 일은 언제라도 즐겁습니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 9. 13. 꽃에게 배우다 [ 꽃에게 배우다 ] 고개 숙인 할미꽃은 겸손하라 충고하고, 진흙속 연꽃은 물들지 말라 가르치고, 바위끝 바위솔은 멈추지 말라 하네, 은방울꽃 맑은 종소리 들어보니, 내가 꽃보다 나은 게 어느 하나 있던가. * * * * * * * 꽃으로부터 얻는 교훈이 어디 이것 뿐이던가요. 생을 얻어 이 세상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넘치는 행운인데, 어디에 씨앗이 떨어져 삶의 터전을 잡았건 불평하지 않고, 적합한 계절을 골라 싹틔우고 꽃피우며, 곤충과 벌레에게 잎과 꿀을 주어 일상을 영위케 하는 것, 꽃은 이 세상을 만들고 아름답게 유지시킵니다. 오늘도 꽃을 보며 꽃에게 배웁니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 9. 13. 귀성(歸省) 귀성(歸省) - 연해/황호신 들판 끝에서 살랑이는 시간이 바람을 몰아오는 동안 나무끝에서 반짝이는 햇살이 하늘을 밀어오는 동안 어릴 적 추억이 영그는 길 따라 떠났던 고향이 돌아오고 세상찾아 끝에서 끝으로 떠났던 양 손 가득 꿈도 되돌아 오네 2022. 9. 9. 이순(耳順) 이순(耳順) / 연해 탑골공원 큰 길 건너다 한 가운데에서 호통치는 노인을 보았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말 할 입 클수록 들을 귀는 작아지는가 신호 끊기고 자동차들이 호통칠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저 나이에 옛 사람은 귀가 순해졌다는데 호통보다 소통이 절실한 나이 귀가 순해지고 입은 부드러워져야 하는 나, 나의 나이 2022. 9. 9. 뭇 별로 바위에 피다 뭇 별로 바위에 피다 / 연해 바위솔도 서러운데 하물며 난쟁이바위솔이다 몸을 낮추어야 해 보일 듯 말 듯 모여 있는 모래알갱이처럼 작은 꽃을 피워야 해 한 방울의 새벽 이슬과 먼지가 뭉친 흙이 우주의 전부다 태양을 향해 꽃잎을 열어 신과 함께 한 시간은 자신과 함께 한 시간일 뿐 온 힘으로 뿌리를 잡고 바위에 매달리는 삶 끝에 마침내 별들이 바위에 피었다 2022. 9. 9. 길을 막고 길마가지 길을 막고 길마가지 - 연해 - 어제는 때 아닌 눈 낙화에 서러워 울었습니다 남은 눈길 모두 지우고 돌아 앉은 밤 바람이 골짜기로 내려옵니다 오늘은 첫 햇살에 훠이 훨 전부 떠나 버린 아침 빈 산골에 가득한 공허 시린 꽃잎을 열어 그 아찔한 공간을 풀어놓습니다 Will You Go Lassie Go?(The Wild Mountain Thyme) - Silencers 2022. 9. 9. 난초 옆에서 [ 난초 옆에서 ] - 緣海 황호신 - 난초꽃이 예뻐 보여 말을 부려보기로 했다 우주의 이치는 수학으로 표현된다지만 꽃의 매력은 언어 외에 무엇으로 말하겠는가 다만, 추상적 미학의 올바른 서술은 침묵 ! * * * * * * * 몇몇 새우난초의 변이종 가운데 기본종인 새우난초다. 잎은 여타 새우란하고 별 차이가 없지만, 숲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에 투영된 붉은 꽃잎이 무척 아름답다. 꽃잎이 녹색인 것, 백색인 것, 황색인 것 등 내륙에서도 몇몇 종들은 만나볼 수 있지만, 희귀성 말고는 이 기본종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난초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선조들의 많은 칭송과 찬사들이 있어 왔다. 예쁜 난초 옆에 서면 먹을 갈아 솜씨좋게 난을 치거나 한 줄 읊조리지 않고는 못견딜 정서에 드는 것은 미인 옆에서도 초.. 2022. 9. 6. 하루 [ 하루 ] - 緣海 황호신 - 하루살이에게 하루는 일생의 전부 꽃에게 하루는 화무십일홍 전 생애의 십프로다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숱한 날들중 하나 라고 너무 쉽게 살아버리지 않았던가 * * * * * * 다음 블로그 종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여 부랴부랴 티스토리로 이전하였습니다. 본문은 모두 이전이 되었지만, 사라져버린 댓글들... 한때의 마음과 마음이 묻어나던 소중하고 긴 댓글들이 사라져버린게 너무나 안타깝네요.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티스토리의 설정들이 선뜻 다가오지 않아요. 블로그 이름과 닉네임이 살아있어서 굳이 찾는다면 어렵진 않겠지만, 오랜 친구들의 목록이 사라진 점도 너무나 아쉽구요. 그동안 소홀했던 블로그에 다시 정을 붙이게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이 작업들이 또 다른 계기가 되었으면 .. 2022. 8. 31. 미용실 판타지 [ 미용실 판타지 ] - 황호신 - 한 달 동안 머리 길러서 올게요 모를 듯 미소를 뒤에 남기고 미용실 문을 나선 순간 시간은 잠들고 꿈은 비로소 잠에서 풀려난다 빗과 가위가 더듬고 간 까끄러운 옆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바리캉의 촉감을 상상해 본다 당신 혹시 나와 같은 환상 있었는지 한 달이 지나 미용실 문을 다시 열 때 잘 자라준 머리칼처럼 여전히 거기 서 있는 가위와 빗 난 항해에서 막 돌아온 선장처럼 의자에 앉는다 거울 속 장미꽃이 액자 안에서 웃다가 허무처럼 등 뒤로 다가서면 곰처럼 제 가슴만 두드리는 미용실 미련 판타지 2022. 1. 8.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