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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장태산의 가을 / 체온이 기억한 것들

by 緣海 2013. 11. 21.

 [장태산] - 대전광역시 서구 장안동

 

 

 

 

 

 

 

 

 

 

 

 

 

 

체온이 기억한 것들

 

- 연해 -

 

줄도 없고 칸도 없는

회잿빛 하늘 종이위에 글씨가 흐른다

글씨가 첫눈처럼 쏟아지면

마음이란 글자는 하늘을 가로질러 달아나고

얼굴이란 글자는 미련이 남은 듯

마지막 남은 단풍잎 귀퉁이에서 머뭇거리다가

문득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이 남았던가

시무룩한 하늘에 가득 적힌

추억이라던가 그리움이라는 단어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흩어져

도무지 쌓이지 않는 첫눈처럼

그 많던 이야기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온기를 버리고 싸늘히 굳어버린

너와 나의 모든 문장들이

연습장에서 나와 소리없이 날개를 펼친다

깊이 잠긴 서쪽 하늘로

글씨들이 무리지어 날아간다

 

 

Dream Of Love & Fulfillment - Ralf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