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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태백산 일출산행 3 / 문수봉에 두고 온 얼굴

by 緣海 2014. 1. 19.



<  A Place Called Morning - Bill Douglas >

 

 

 

[태백산] - 강원도 태백시 문곡소도동 산80번지 

 

 

 

 

 

 

 

 

 

 

 

 

 

 

 

 

 

 

 

 

 

 

 

 

 

 

 

 

 

 

 

 

 

 

 

 

 

 

 

 

 

 

 

 

 

 

 

 

 

 

 

 

 

 

 

 

 

 

 

 

 

 

 

 

 

 

 

 

 

 

 

 

문수봉에  두고 온 얼굴

 

- 연해 -

 

가슴에 새겨진 문신같아서

잘 지워지지 않는 얼굴 하나 잊어버리려

높이도 올라간 날

문수봉은 태백에 등돌리고 서 있었다

그에게도 익숙한 미움처럼

내가 건너왔던 세상은 구름의 파도에 휩싸여

눈앞에서 요동치며 넘실거렸다

 

높이 오를수록 저 아래로 멀어지는 것들

마침내 그가 보이지 아니하고

그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다 멀어지고

사랑이 섬처럼 둥둥 떠다니고

만남과 이별이 구분되지 아니할 무렵

나는 까닭없이 더워져서

입김을 내뿜고 목도리를 벗어 던졌다

 

문수봉에는 돌탑이 눈을 맞고 서서

오가는 바람들과 세월을 거래하고 있었다

 사연을 정지된 시간으로 바꿔주는 동안

많이도 늙어버린 돌탑은

내가 가지고 간 하소연을 받아들고는

몇줌인가의 망각을 댓가로 쥐어 주었다

그리고 돌아서는 나에게

남은 생은 오래도록 어두울 거라 말해 주었다

 

간직할 수 없는 얼굴 하나  돌탑위에 두고 내려올 때

가슴에는 대신 문수봉이 새겨져 있었다

물 만나 마른 꽃잎이 펼쳐지듯

잠시 접어두었던 일상이 다시 회복되었지만

주름마다에는 표백된 슬픔만

희미하게 번지며 아릿하게 물들고 있었다

 

 

 

 

A Place Called Morning(아침이 열리는 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