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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감은사지 석탑 / 탑의 날개 위에

by 緣海 2013. 2. 19.

 [감은사지 석탑] - 경북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탑은 기원이다. 탑은 열망이다.

대지에 우뚝 서서 허공을 찌르고 있는 탑은, 땅에 사는 인간이 하늘에 있는 절대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되돌아 오지 않는 단방향성의 송신장치이며, 대답은 마음 속에서만 얻어질 것이다.

탑은 쏘지 않는 발사체이며, 세월이라는 연료를 충전하고 있는 다단 로켓이다.

오늘날처럼 궤도에 띄우지 않고도 하늘과 교신하는 지상 기지국이다.

탑돌이로 소망을 가속시켜 우주공간에 발산하는 고대의 입자가속장치이다.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 일연스님의 묘사의 한 자락을 엿본다.

감은사지 석탑, 신라 문무대왕의 호국의지가 층마다 배어있는 탑이다.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익산 미륵사지 9층석탑의 규모를 방불케 한다.

사람들이 왜 이 탑앞에 와서 감동 받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면 대왕암을 만난 뒤에 왜 그냥 이곳을 지나치지 못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그 석탑을 밤에 만나고 아침에 또 만났다.

이제 마음 한켠에 늘 궁금함으로 남아있던 그 옛날의 질문들을 놓아주었다.

중첩된 탑신을 돌아 저 하늘로 날아간 물음표는 먼 훗날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날 대답을 들려줄 수 있을지...

 

 

 

 

 

 

 

 

 

 

 

 

 

 

 

 

 

 

 

 

 

 

 

 

탑의 날개 위에

 

- 연해 -

 

저녁에 쇠종소리 울리고

목소리 하나 귀에 먹먹히 들려온다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 돌아가겠네, 돌탑 사이 어디쯤

키 높은 그림자와 마주 앉아

별빛 강물이 다 흐르도록

들려주는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거쳐간 이름들 다 기억하고 있을까

뒤란 대나무숲에서

한무리 새 쏟아져 나와 잠든 혼 깨우면

첫 햇살 받은 탑의

펼쳐진 날개 위에

내려앉은 이슬, 그 덧없는 일생만큼이나

짧은 한 순간의 만남

 

아침에 흰 이슬 빛나고

지난 밤 이야기 다 기억할 수 있다면

아득히 먼 그리움 안고

나 가겠네, 왔던 길 되돌아

얼굴 하나 가슴속에 묻을 수 있으리

방랑자의 발길처럼

너와 나 그저 스쳐갈 운명이었음에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 Dana Winner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