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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종남산 송광사 / 환승 종점에서

by 緣海 2013. 12. 17.

 [전주 종남산 송광사] -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환승 종점에서

 

- 연해 -

 

밤은 호수처럼 짙어만 가고

할 일 없이 키 큰 빌딩들 사이로 우아하게 등장하는 눈송이들은

도시의 불빛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저 부드러운 결이 차갑다는 것을

볼을 스치고 지나갈 무렵에서야 비로소 안다

불현듯 느낀다

 

차창마다 파리한 권태로움을 달고 나타나는 버스들은

한무리의 입김들을 토해 내놓고는 이내 떠나간다

종점에서도 머물지 못하고 어디론가 다시 가야하는 이들의 눈에

다 커서도 집에만 있는 자식의 흰 얼굴이 맺혀있다

종점은 곧 원점이다

도착하자마자 떠날 일을 걱정하는 이들의 굳은 손은

빈 주머니에 꽂힌 채 말을 잃고 있다

 

떠나올 때 나는 행복하였노라

사람이 많이 드나들었던 공간의 아득한 향내같은 것

이 버스와 저 버스는 같은 시간의 다른 공간

도착하는 나와 떠나는 나는 서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것은 차원의 벽

시공의 벽

또 다른 우주의 벽

그러므로 도착할 때 나는 불안하였노라

 

차 문이 열릴 때마다

울컥 찬 바람을 앞세우고 사람들이 올라탄다

앞문으로 탔다가 뒷문으로 내리는

삶의 버스엔 사람보다도 바람이 먼저 당도했을까

바람이 몰고 왔다가

바람이 몰고 떠나가는

승객들이 바뀌는 여기에 나는 왔고 나는 떠나고

시청앞 환승 종점에 눈발이 날린다

한 점 두 점 그리고......

 

 

 

California Dreamin'/ Melanie Saf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