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347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 / 연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 마누라 아프다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기쁜 소리 마누라 웃음 소리 이 세상에 가장 듣기 싫은 소리 마누라 잔소리 이 세상에 가장 반가운 소리 마누라 밥먹자는 소리 하소연은 더 애기스러워지고 폭소는 갈수록 더 호탕해지는 평생의 소리 마누라 목소리 뒤돌아 주고 받는 시선 없이도 들려오는 소리로 더 익숙한 세월 머리에 흰 서리 내려도 개망초처럼 붙잡아온 세월 이젠 소리만 들어도 안다 마음의 온도까지도 그래서 소리로 말한다 여보 우리 벌써 35년이네 2022. 9. 13.
뭇 별로 바위에 피다 뭇 별로 바위에 피다 / 연해 바위솔도 서러운데 하물며 난쟁이바위솔이다 몸을 낮추어야 해 보일 듯 말 듯 모여 있는 모래알갱이처럼 작은 꽃을 피워야 해 한 방울의 새벽 이슬과 먼지가 뭉친 흙이 우주의 전부다 태양을 향해 꽃잎을 열어 신과 함께 한 시간은 자신과 함께 한 시간일 뿐 온 힘으로 뿌리를 잡고 바위에 매달리는 삶 끝에 마침내 별들이 바위에 피었다 2022. 9. 9.
길을 막고 길마가지 길을 막고 길마가지 - 연해 - 어제는 때 아닌 눈 낙화에 서러워 울었습니다 남은 눈길 모두 지우고 돌아 앉은 밤 바람이 골짜기로 내려옵니다 오늘은 첫 햇살에 훠이 훨 전부 떠나 버린 아침 빈 산골에 가득한 공허 시린 꽃잎을 열어 그 아찔한 공간을 풀어놓습니다 Will You Go Lassie Go?(The Wild Mountain Thyme) - Silencers 2022. 9. 9.
미용실 판타지 [ 미용실 판타지 ] - 황호신 - 한 달 동안 머리 길러서 올게요 모를 듯 미소를 뒤에 남기고 미용실 문을 나선 순간 시간은 잠들고 꿈은 비로소 잠에서 풀려난다 빗과 가위가 더듬고 간 까끄러운 옆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바리캉의 촉감을 상상해 본다 당신 혹시 나와 같은 환상 있었는지 한 달이 지나 미용실 문을 다시 열 때 잘 자라준 머리칼처럼 여전히 거기 서 있는 가위와 빗 난 항해에서 막 돌아온 선장처럼 의자에 앉는다 거울 속 장미꽃이 액자 안에서 웃다가 허무처럼 등 뒤로 다가서면 곰처럼 제 가슴만 두드리는 미용실 미련 판타지 2022. 1. 8.
둥근잎유홍초 / 무릎꽃 무릎꽃 - 연해 - 꽃이 나를 보는 각도와 내가 꽃을 보는 각도가 달라 나는 무릎에 꽃을 피우기로 마음 먹었다 언젠가 너의 꽃에 눈맞춤 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그날처럼 아름다움으로만 꽃을 보는 습관으로 미처 알아채지 못한 너의 한숨과 눈물방울이 밑둥쪽으로 몸을 굽혔을때 거기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만 너에게 꽃잎을 달아줄 줄 알아 그로 인하여 둘렀어야 할 거미줄과 흔들렸어야 할 풍력의 바람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다 채워지지 못할 갈증으로 돌위에 가시위에 피멍 들도록 무릎꽃을 피우고서야 깨닫는다 가장 아름다운 꽃은 아픔의 꽃이라는 것을 2021. 12. 22.
구슬이끼 / 기다림이 시간을 잃으면 [모성애] - 구슬이끼 기다림이 시간을 잃으면 - 연해 - 그리움이 된다 기다림이 시간을 잃으면 외로움이 된다 그리움이 길을 잃으면 잊혀진 시간과 거리는 추억의 단위로 수렴되지 못하고 기억과 망각의 어디쯤에서 갈림길처럼 만났다 다시 헤어진다 손을 휘저어 안개속 사랑과 그 후 하얀 몸짓만 허공에 가득한데 시간을 잃어 그리움이 된 기다림 이제는 시간도 자주 길을 잃네 Alone In The Dark - Vadim Kiselev 2020. 3. 29.
2017, 두번째 들꽃을 찾아서...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청노루귀] - 인내, 믿음, 신뢰 ◈ ◈ ◈ ◈ ◈ ◈ ◈ ◈ ◈ ◈ ◈ ◈ ◈ ◈ ◈ ◈ ◈ ◈ ◈ ◈ ◈ ◈ ◈ ◈ ◈ ◈ ◈ 너에게서 나는 - 연해 - 꼭, 언제라고 시점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적당한 어느 때가 되면 버려지고 싶다 꽃잎이 꽃술을 둘러싸고 행복해 하다 문득 떠나는 것처럼 다 이루었으므로 소임을 다한 꽃잎이 아름다운 단 한번의 자유낙하 끝에 꽃을 키우고 씨앗을 잉태하고 빛나는 햇살을 받아들여 꿈을 성장시켰던 곳을 떠나 맨 처음 무작위로 자리 잡았던 바로 그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처럼, 꼭,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뽀송뽀송 솜털이 눈부시어 가느다란 아기 팔같은 꽃줄기 남보라가 가장 가까울 것만 같은 뭐라 부르기 어려운 색깔의 청노루귀 몇 .. 2017. 3. 18.
2017 첫 들꽃과의 만남 [변산바람꽃] - 기다림 ◈ ◈ ◈ ◈ ◈ ◈ ◈ ◈ ◈ ◈ ◈ ◈ ◈ ◈ ◈ ◈ ◈ ◈ ◈ ◈ ◈ ◈ ◈ ◈ ◈ ◈ ◈ 구름에게 물음 - 연해 - 내 몸이 멈추는 날 돌아도 늘 제자리였던 생각이 자전을 끝내고 공전을 거듭하던 나의 행동반경은 헛된 반복을 그치겠지 우주에서 돌고 돌던 티끌의 움직임 가.. 2017. 3. 6.
뻐꾹나리 / 뻐꾸기 소리 [뻐꾹나리] - 영원히 당신의 것 [흰뻐꾹나리] - 영원히 당신의 것 뻐꾸기 소리 / 연해 연락이 없는 사람을 기다리다 벤치에 누워 잠이 든 모양입니다 잠결에도 오고 가는 발자국 소리 들리고 초여름 그늘 속이지만 햇살이 지나가다 얼굴을 간질여 줍니다 기다리는 사람 대신 바람 소리 먼데.. 2015. 5. 28.
들현호색 / 들현호색 [들현호색] - 보물주머니, 비밀 (경북) 들현호색 - 연해 - 누군가를 향해 붉어진 마음이다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범람하는 마음이 넘쳐 흐르는 자줏빛 강물이다 어딘가를 향해 뜨거워진 마음이다 더 이상 막아낼 수 없는 더운 숨결이 도도히 흐르는 강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한 계절 그리움 .. 2015. 5. 26.
애기나리 / 몸살 [애기나리] - 깨끗한 마음 몸살 - 연해 - 나는 지금 불타고 있다 불길 속에서 그간 아물지 못했던 상처들과 잊지 못한 얼굴들 아직도 체화 되지 못한 그리움들이 한데 어울려 재가 되지 못하고 뼈를 세워 일어서고 있다 불을 불로 잡으려 베게옆에 온열기 달궈놓고 지나간 이야기들을 화형.. 2015. 5. 15.
앵초 / 젊은 시절과 고뇌 [앵초] - 젊은 시절과 고뇌, 첫사랑 젊은 시절과 고뇌 - 연해 - 그립고 궁금하여 먼 길 떠난 날 봄비 내렸습니다 이슬비의 체온은 뜨거웠습니다 거리엔 신열처럼 붉은 강물이 넘쳐 흐르고 걷다가 다 젖어버린 바짓단을 접은 채 그대 앞에 섭니다 마음은 이미 꽃처럼 붉었는데 그대는 그저 하얗게 탈색되어 나를 반깁니다 만날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언어들은 서로의 강변쪽으로만 흐르고 아직 붉은 채로 떨구어진 꽃잎들은 황토색 강물에 휩쓸려 한 복판에서 빠르게 흘러갑니다 강폭이 너무 넓습니다 소식이란 늘 그런 것인지요? 아직도 신발속에서 울컹이는 빗물처럼 가슴 한 쪽이 울먹거려 오고 얼굴에는 아픈 빗방울이 강물처럼 자꾸만 흐릅니다 만남이란 늘 그런건가요? 고뇌는 아직도 젊어 운무로 피어 오르고 잡을 수 없는 그대와 .. 2015.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