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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꽃 시점 / 복사나무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전지적 꽃 시점 ] - 연해 / 황호신 - 내 너희를 좀 알지 자 자 벌들아 줄을 서 봐 그렇게 한꺼번에 오면 좀 혼란스럽잖아 내가 인물은 안 봐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놈이 그놈 같잖아 땡볕에 얼굴이 검게 타서 자세히 구분도 못해 내 능력은 밀려드는 너희 중에 괜찮은 꽃가루를 가지고 온 너를 구별해 내는 것이지 구별 포인트는 향기 후각적 자극에 우선 선택권이 있다는건 시력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 답답한 미남 벌은 나에게 안경을 씌워 주고 싶겠지만 참아, 자세히 안 봐도 널 사랑해 2024. 04. 12. 전지적 꽃 시점 / 연해 2024. 4. 12.
별별 색이 다 있네 / 현호색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별별 색이 다 있네 ] - 연해 / 황호신 - 꽃은 '색'이라는 낱말 위에 생의 기초를 놓는다 꽃대위에 올려진 色의 변주에 수많은 망막들이 뇌쇄당하는 것이다 한 자리에 앉아 누군가는 색을 만들고 누군가는 색을 보는데 花靑素(화청소)로 색을 만들어 낸 꽃이든 망막으로 색을 느낀 사람이든 같은 색에 동참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다 예컨대 꽃이 빨강색을 만들었는데 사람이 파랑색으로 본다면 서로의 약속은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 꽃은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에게 색을 보는 눈이 있다는 걸 2024. 04. 08. 별별 색이 다 있네 / 연해 2024. 4. 8.
숲에 그린 문인화 / 보춘화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숲에 그린 문인화 ] - 연해 / 황호신 - 난초잎 하나 휘어 놓고 끝에 이슬방울 달아 생을 휘청이게 하고 싶다 꽃대궁 길게 뻗어 연두색 꽃 몇 개 세워 놓으면 남종화풍 수묵화 그려질까 삶의 바위 틈에 뿌리 내리고 복잡한 세상 배경 삼아 옆에 물이나 한 줄기 흘려야겠다 꽃만을 생각할 때 멀어지는 근심의 속도로 잡생각은 빛망울 속으로 보내 버림 자연은 인간이 찾는 한 폭 산수화 지필묵 대신 카메라 들고 옛 시인묵객 시늉이나 내볼까 함 2024. 04. 07. 숲에 그린 문인화 / 연해 2024. 4. 7.
지나간 수선화는 물 속에 있어요 / 수선화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지나간 수선화는 물 속에 있어요 ] - 연해 / 황호신 - 물 속에 비쳐 보았어요 그 옛날 나르시스처럼 물에 빠질까봐 조바심도 내 가며 물결이 가라앉길 기다렸죠 물에 보인 저 모습은 무엇일까요 잔잔해질수록 명확해지는 태초에 모든 욕망은 거울에서 비롯되었을거야 뿌리 내려 발을 묶어 놓지 않았더라면 또 다시 뛰어 들고 말았겠죠 세이렌 귀는 축복이자 저주였지만 수면 저 밑에 있는 유혹은 수선화의 눈을 파멸로 이끄네요 소리처럼 우릴 묶어 놓는 게 또 있을까요 빛처럼 뛰어들게 하는 건 다시 없을 거예요 시간을 거슬러 모든 수선화의 기억들이 얼굴 뒤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면 물 밖 얼굴의 주인들은 물가에 모여 사는 고요처럼 그저 멀끔히 수면을 응시할 뿐입니다 그들이 두런거리는.. 2024. 4. 4.
4월의 첫 꽃 / 남바람꽃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4월의 첫 꽃 ] - 연해 / 황호신 - 너에게는 선택의 시간이었구나 벌이 이 꽃으로 갈지 저 꽃으로 갈지 정해야 하듯 아직 나비에겐 이른 계절에 이 꽃을 피울지 저 꽃을 피울지 결정해야만 하는 것 한 의자에 둘이 앉을 수는 없으니까 올해의 꽃에게 이 봄은 단 한 번 뿐이니까 4월의 첫 꽃은 너의 선택이었으므로 내 선택은 4월의 첫 신부와 같은 너이기로 했다 2024. 04. 03. 4월의 첫 꽃 / 연해 2024. 4. 3.
풍매화 / 나도물통이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풍매화 ] - 연해 / 황호신 - 바람을 기다렸니 해 뜨길 기다렸니 날개짓 하나 찾아 주지 않아 울적해진 마음에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붙잡고 날아 오를 수 있었으면 4월의 첫 햇살에 엉뚱한 데가 뜨거워졌다가 다리 하나씩 펼치고 허공에 분출하는 나도물통이의 분연한 가루받이 흩어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버릴 지라도 단 하나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다 쏘아버리고 말거야 황사 자욱한 봄 하늘 수컷 범벅이 된 꽃 안쪽 세상이 혼탁 할수록 나는 바람과 한 편일 걸 나는 풍매화니까 2024. 04. 01. 풍매화 / 연해 2024. 4. 1.
수선화의 독백 / 수선화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수선화의 독백 ] - 연해 / 황호신 - 그날 물가에 가지 말아야 했어 하필 봄이었고 봄바람에 마음이 먼저 방황했지 세상 쪽으로 고개 돌려야 했어 하지만 물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야 말았지 이를 어쩌나 이보다 아름다운 얼굴은 세상에 없어 그러나 저 모습은 나인 걸 이제 누구를 기다리고 누구를 그리워해야 하지? 내가 바라 보고 나를 바라 볼 누군가가 없다면 누가 나를 기억해 줄까 부질없이 물망초처럼 나를 잊지 말아 달라 나에게 말하며 수선화 꽃이 되어 가는 나는 나르시스 2024. 03. 30. 수선화의 독백 / 연해 2024. 3. 30.
고이지 않는 봄비 / 태고사 계곡의 들꽃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고이지 않는 봄비 ] - 연해 / 황호신 - 풀밭에 내려 앉는 봄비 꽃 재촉하다 마음만 적셔 놓았습니다 봄비는 종일 내려도 만년강에 이르지 못하고 풀잎만 휘청입니다 무엇이 고여 있길래 그대 마음에 나 머물 수 없는 것일까요 한 번 간 마음은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봄비에 꽃잎 흩어지고 갈 곳 없어 무거워진 내 발자국 강변 따라 걷는데 강물은 꽃잎 싣고 흘러 갑니다 뒤도 안돌아 보고 갑니다 2024. 03. 28. 고이지 않는 봄비 / 연해 2024. 03. 27. 태고사 계곡의 들꽃 2024. 3. 28.
꽃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 / 큰괭이밥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 ] - 연해 / 황호신 - 어둠 뒤 하늘 물들이고 그 하늘에 눈동자 오래 기다렸던 여명처럼 서서히 봄을 풀어 내는 동안 내가 먼저 쓸쓸해지고 싶진 않았는데 유빙같은 겨울을 보내며 풀린 강 들판을 달리며 오래 참았던 숨처럼 가쁘게 꽃을 피워 내는 동안 내가 먼저 서러워지긴 싫었는데 2024. 03. 26. 꽃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 / 연해 2024. 3. 26.
제7시집 - 2024년 ~ 2024년 【 그대가 내 안에 첫 꽃을 피웠을 때  】황호신 시집  《 무해설 On-line 시집 》      自       序 올해도 봄은 잊지 않고 찾아 왔다.봄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꽃은 쉬임 없이 피건만,왜 봄꽃은 늘 마음을 자극할까.죽었던 이 땅을 다시 생명으로 뒤덮는 꽃이기 때문이 아닐까.그래서 꽃과 사랑은 사람을 시인으로 만든다.죽어버린 내 마음의 토양에 다시 봄이 오길 희망하며, 한 손에 펜을 들고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아직 살아 있고 아직 젊은 나,이제 내 마음에서 나온 글들은 어느 곳으로 향하게 될까.       차                  례  * * * * * * * * *     제1부  영춘화 꽃시는 누가 썼을까    * * * * * * * * * 01. 봄은 벌써 흐르고 있었나 .. 2024. 3. 24.
여행 6 / 동강할미꽃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여행 6 ] - 연해 / 황호신 - 서로 다른 사람끼리 한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나선다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배경에 불과한 것 중요한 건 떠난다는 것이다 그 안에 너를 세우고 네 옆에 나를 기대어 두기 위해 함께 길에 선다 한 자리에 같이 서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같은 시간에 함께 있기 위해 공간이 있어야 하듯 여행은 서로 다른 기억에 한 추억을 채우고 나서 돌아오는 것이다 2024. 03. 24. 여행6 / 연해 2024. 3. 24.
춘분을 이기는 꽃샘은 없다 / 얼레지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춘분을 이기는 꽃샘은 없다 ] - 연해 / 황호신 - 첫 꽃 피운 얼레지 추위를 무찌르고 승전보처럼 보라색 꽃잎 펼쳤네 고난 끝에 이룩된 꽃밭 그러나 단정하게 오지 않는 봄 봄바람 꽃샘이 심술 부리네 겨울을 건너온 꽃은 원망하거나 억울해 하지 않아 꽃샘은 춘분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바다에는 풍랑이 일어도 수평선은 틀어지지 않듯 그저 고요히 미소 지은 꽃의 얼굴 하늘 꽃밭에 가면 별 대신 꽃을 피우고 싶어 하늘에도 꽃이 피어난다면 조금 어두워도 괜찮아 이윽고 세상은 더 환해질 테니까 2024. 03. 22. 춘분을 이기는 꽃샘은 없다 / 연해 2024.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