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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빛 저편 그늘에게 / 나도수정초

by 緣海 2024. 5. 15.



<  DANIEL - 은방울 (Lily of the Valley) >

 

 

 

 

 

 

 

 

 

[  빛 저편 그늘에게  ]

 

- 연해 / 황호신 -



언젠가부터 몸에서 풀냄새가 사라졌어요

토막 빛이 나무들 틈으로 사라진 뒤
남은 어둠은 길었어요 결국
엽록소 비릿한 향이 몸에서 떨어졌지요

어둠에 팽겨쳐진 운명은 쉽게 어둠에 물들어요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십니다
들썩이는 어깨는 듣기만 하네요
"어느 놈의 그림자길래 허여멀건 무골장승이여"
나오려던 말이 지하로 스며들고 말았어요

녹색이 사라진 몸에는 

우윳빛 지느러미만 포장지처럼 나풀거리는데
반투명 그림자 얼굴이 

지금 와서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데요

그 날 이후

달력에서 숫자들이 보이지 않아요
그늘도 세월이 짙어지면 알비노가 되나 봐요

 

 

2024. 05. 15. 빛 저편 그늘에게 / 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