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

채우면서 비우기 / 비비추난초

by 緣海 2024. 6. 7.



<  첸 (CHEN) ‘빈 집 (Empty) >

 

 

 

 

 

 

 

[  채우면서 비우기  ]

 

- 연해 / 황호신 -



박혀 있던 흙에서 뽑혀
허공에 들려 올려진 무 뿌리처럼
산 허리를 돌려 비틀어
산꼭대기로 나를 뽑아 올리면
무우처럼 뿌리 박혀
떠나 보내지 못 한 생각들
아스라이 멀어진 발 밑 세상사들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들숨 다시 깊이 들이면
허파에 채워지는 건 바람 아닌 텅 빔

무우 빼낸 빈 자리 같은 숲길
허파가 쉴 만한 나무 밑으로
채워서 비운 공간 하나 내려 보낸다

 

 

2024. 06. 07. 채우면서 비우기 / 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