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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그리운 시간이 말려 있다 / 산매자나무

by 緣海 2024. 6. 27.



<  Hiko - A Kiss Unexpected >

 

 

 

 

 

 

 

[  그리운 시간이 말려 있다  ]

 

- 연해 / 황호신 -



빗소리가 뻐꾸기를 불러낸 한 낮
오래 된 기다림은 흐린 하늘빛이다

결코 곁을 안주는 푸른 눈 고양이처럼
무지개는 언제나 건너편 언덕에 뜨고
궁금한 꽃은 늘 먼 곳에 핀다

한 무리 목소리 물방울로 맺혀
분주한 몸짓들 거꾸로 달아 맬 즈음
안개 한 뭉치 할 말을 잊은듯 슬며시 다가왔다

치마를 도르르 말아 올린 산매자나무
자세는 박쥐나무보다 나긋하고
유혹은 얼레지보다 은밀하다

저 꼬임에 확 빠져볼까
꽃잎의 역사보다 오래 말려 있는 시간
그 계산에 쓱 말려 들어 볼까

가슴은 더 뜨거워지고 머리는 더 혼미해져서
꽃앞에 주저 앉아버린다
뻐꾸기 울음에 나는 사라져버린다
너무 그리우면 절로 맺혀지는 눈물처럼

 

 

2024. 06. 27. 그리운 시간이 말려 있다 / 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