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emone - 김광한 >
[ 와풀표 쇼핑 하우 ]
- 연해 / 황호신 -
다담아 도안점에선 다 담지 말고
하나로마트 가선 하나도 사지 말고
파머스마켓 가지 말고 파먹고 살자고
딱따구리 나무 쪼듯 다짐 받았는데
다른데보다 조금 싸다고 배추 몇 망
큰며느리가 좋아했다고 토마토 한 박스
손녀가 잘 먹더라고 차돌박이 두 세트
초짜 낚시꾼 살림망 같은 카트에
물고기처럼 잡아온 상품이 넘치는데
우리집 냉장고는 언제 다 소화되려나
오늘 들인 물건들을 다 채우려면
오래 묵은 무언가를 또 버려야 할텐데
젊어 좋던 시절에는 윤미라 보급형이니
특별공급형 원미경이니 하며 우아 떨었는데
이제는 손자들 재롱앞에서 정신줄 놓고
온 안면에 주름살 있는대로 다 긋는
어릴적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손녀 영상통화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다가도
매일 보는 남편한테는 잔소리쟁이더만
뭘 해먹이겠다고 주방에서만 사시나
나야 혼밥으로 김치만 있어도 만족하니
제발 좀 쉬라 해도 말로는 예스천사다
둘만 먹는 저녁에 왠 열두첩 반상인지
우리 이제 무슨 무슨 혜택이니
특가대방출이니 따위에 넘어가지 말고
다섯대 냉장고만 파먹고 삽시다
그래도 삼년간은 끄떡 없이 살리라
독거노인 예방용 고마운 그대여
2024. 06. 02. 와풀표 쇼핑 하우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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