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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색맹, 색이 무너질 때 / 매화노루발

by 緣海 2024. 6. 9.



<  Old Sea Brigade - Hope >

 

 

 

 

 

 

 

[  색맹, 색이 무너질 때  ]

 

- 연해 / 황호신 -



파도가 다 지나간 바다는 고요하고 쓸쓸했습니다

어제까지는 피는 줄도 몰랐던
꽃의 낙법 앞에서 좌절할 때

벼랑 끝에 선 남자의 센 머리
까칠한 수염 끝에서 해저를 읽지요

이곳까지 가라 앉는 동안 
몸의 마디에 읽혀지는 수압의 납득과정

난 그 의미를 알지도 못하죠

끝을 잃어버린 흑백의 세계에서
짚고 일어설 바닥을 헤아려 봅니다

색이 무너지던 날
화선지처럼 피어난 꽃
나는 꽃잎의 화소를 버리고 동굴벽화가 됩니다

 

 

2024. 06. 09. 색맹, 색이 무너질 때 / 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