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ny Boy · Sheila Ryan >
[ 선봉령을 넘다 말고 ]
- 연해 / 황호신 -
버들잎 하나 붙들고 지난 이력을 묻는다
이 고개를 넘어갔던 사람들과
넘어온 사람들의 안부와
행방에 대하여 듣는다
하나의 풀잎에서 그들의 발자국 소리와
눈물 한 방울과
소박했던 미소까지도 읽는다
그 때 그 사람들 따라
남으로 북으로 흩어졌던 꽃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피는가
신화는 사라지고
역사는 잊혀지고 말았네
시간들이 몰려왔다 몰려가는 동안
생경한 말소리와 낯선 얼굴들만 남아
바람은 동으로 꽃은 서쪽으로
꽃잎 떨어지고 구름은 흘러
모두 다 어디에 있는가
바람이 몰려 다니다 올려 놓은
고개에 선 사내 하나
몸뚱이 하나에 어느 시간들이 모여
나는 여기 서 있는가
저 구름 한 장은 어느 곳을 떠돌다
저 하늘에 떠있는가
이제 어느 인연들을
여기 저기 퍼부어 놓을 건가
그리운 옛날이여
사랑했던 사람들이여
언뜻 주워든 풀잎에 보이는 슬픈 얼굴들
숱한 사내들의 무용담과
야생초 닮은 여인들의 총명함은
기와 파편이 되어 어디에 묻혔는가
대륙을 향해 대업을 꿈 꾼
웅혼의 기상과 장대한 이야기들은
어느 바람결에 실려 가버렸는가
얼굴조차 잊혀진 이름들에게
가슴 먹먹해지도록 그리운
선봉령에서 묻는다
2024. 07. 10. 선봉령을 넘다 말고 / 연해
백두산 야생화 탐사 (제1일차, 선봉령 일대) - 2024.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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