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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각시 나는 신랑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너는 각시 나는 신랑 ] 지난 세월들이 건너와 말을 붙이면 기억으로 기억을 잊고 꽃으로 꽃을 피우네 너는 부끄러움이고 뜨거움이었거니 아픔으로 아픔을 어루만지고 슬픔으로 슬픔을 삼키려 하네 * * * * * * 어릴적부터 산에서 더러 보았던 각시붓꽃입니다. 그때는 이름도 모르고 꺾어서 가지고 놀곤 했지요. 그 시절에 각시 신랑하며 함께 놀았던 여자애들이 있었구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어른들 흉내를 내 소꿉놀이를 했지요. 그 아이들 지금쯤 내 생각도 할런지요. 그 시절 생각하며 나처럼 얼굴도 붉힐런지요. 마음속 기억에서만큼은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소녀 신부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다시 만나질 수 없는 나의 신부들입니다. 2022. 11. 17.
황금의 꽃 / 금오족도리풀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황금의 꽃 ]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소중한 꽃이 핀다 시집가는 딸의 머리를 올려줄 때 엄마와 딸의 눈에 맺히는 눈물 황금의 꽃은 그 눈물 속에 꽃잎을 연다 * * * * * * * * 족도리풀 중에 주변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금오족도리풀, 그중에서 녹화 금오족도리풀입니다. 저렇게 땅 가까이에서 옆이나 밑을 보고 꽃잎을 여는 것은 흙을 기어다니는 개미나 파리 등에게서 수분을 기대한다는 의미겠죠. 그래서 꽃색도 화려하지 않고 수수합니다. 녹화 말고 일반적인 꽃은 거무튀튀해서 눈에 잘 띄지도 않지요. 생긴 모양은 예전 시집갈 때 쓰던 족도리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꽃말도 '모녀의 정'인가 봅니다. 그런데 저 녹화 꽃은 화사한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족도리 쓰고.. 2022. 11. 17.
한 장의 사진 / 둥근털제비꽃 [ 한 장의 사진 ] - 연해 - 사진은 표현입니다. 사물을 베끼는게 아닙니다. 들꽃의 표현은 마음입니다. 외모의 재현이 아닙니다. 들꽃에게 건네는 언어와, 들꽃에게 보내는 눈길이 마음을 드러내 보일 때 사진은 사람을 움직입니다. 한 장의 사진은 바로 그 감동이어야 합니다. * * * * * 2022. 11. 12.
단풍에 물들기 / 애기중의무릇 [ 단풍에 물들기 ] - 연해 - 혼자 가을숲에 들어가 봐야겠다 가을비 마음까지 적셔오니 쌀쌀한 기운이 오히려 후련치 않더냐 세상은 곤혹과 좌절에 물들지만 숲길은 온통 설레임으로 향기롭구나 단풍은 없던 색깔을 물들이는게 아니라 엽록소를 버림으로서 비로소 보이는 것이듯 심중에 간직한 서러운 노래는 그대를 보내고서야 비로소 슬픔이더라 그리하여 단풍은 낙엽으로 지는게 아니라 마지막 할 말을 다 하는 것 사랑은 이별로 멀어지는게 아니라 마음깊이 눈물로서 간직되는 것이리라 주고 받았던 환희의 눈빛들이 애닯은 색깔로 터져나오는 것이리라 헤어짐으로 분주한 단풍숲에서 서러운 옛노래 하나 품고 사는 사람아 나에게 들려줄 선율은 언제까지나 첫 날 첫 노래처럼 가슴 떨리는 눈부신 고백이게 하였으면 그 봄날 한숨에도 떨어지던.. 2022. 11. 12.
꽃의 양자도약 / 솔붓꽃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의 양자도약 ] 기쁜 소식 적으려고 붓이 되었을까 색지함에 전하려고 솔이 되었을까 서간체의 사연이 꽃봉투에 보내질 때 기쁨은 에너지를 얻어 양자도약을 한다 솔붓꽃의 감동방정식이다 * * * * * * * * 솔붓꽃이라는 이름은 그 식물의 뿌리를 말려 묶어서 풀을 바르는 솔을 만들었다해서 붙여졌다 합니다. 솔붓꽃이 봉오리 시절일 때 모습은 붓을 닮았구요. 먹을 머금은 붓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붓을 만드는 털을 만든 동물은 그 붓으로 전해진 소식을 알았을까요. 먹을 만드는 숯검댕을 만든 식물은 그 소식의 기쁨과 슬픔을 알았을까요. 이 모든 것들로 이루어진 한 줄의 소식을 들고 감동에 겨울 때 우리의 의식은 감동으로 도약을 합니다. 원자가 에너지를 얻는 양자도약.. 2022. 11. 12.
꽃의 결 어긋남 / 문모초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의 결 어긋남 ] 큰 나무와 작은 풀이 만나 죽은 뿌리와 산 꽃이 만나 어우러지는 화해와 공존 경계가 어디쯤인지 모를 결 어긋남이 함께 가는 자연이다 * * * * * * * * 삶이 이어짐은 죽음이 이어짐과 같습니다. 수많은 삶이 이어져 지구별 생명의 역사가 지속되고 그 역사는 죽음의 연속위에 이루어져 왔습니다. 뿌리째 뽑힌 큰 나무 뿌리 곁에 작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삶과 죽음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공존의 개념입니다. 무에서 시작된 결 어긋남이 거대한 세상을 이루듯 자연은 모든 어긋난 것들이 함께 이루는 것입니다. 2022. 11. 12.
들현호색 / 연해 들현호색 / 연해 여태 만나온 들꽃중에 가장 적극적이고 정열적인 사랑의 꽃을 꼽으라면 들현호색을 꼽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으리라 들현호색의 붉은 립스틱 짙은 입술을 바라 보고 있자면 립스틱 물매화의 그것 보다도 입술망초의 그것 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불나비처럼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을 던지는 사랑 들현호색처럼 나를 마취시켜 그 불길 속에 던지고 싶다 2022. 10. 27.
저녁의 노래 / 연해 만가(晩歌-저녁의 노래) - 연해 - 1 시간을 잃고 꽃들 사이에 앉아있다 황망히 일어서는 저녁 옷섶에 스며든 풀냄새가 어스름 저녁노을로 번질 즈음 점점 더 탁해지는 하늘 지친 바람도 쉬어가는 나뭇가지에 실루엣으로 앉은 한마리 휴식 그 휴식의 날개가 파르르 접힐 즈음 하루는 내 안에서 저물었다 오늘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너는 나에게 무엇이고 나는 너에게 무슨 의미였던가 더 어두워야 별을 보여주는 하늘 결국 갈데까지 다 가보아야 어둠와 밝음은 구별될 것인가 이제 별들은 하늘을 하얗게 뒤덮는데 2 해마다 바다에 파도치지 않는 해 없었듯 날마다 마음에 바람 불지 않는 날 없었다 파도치는 숲에서 그대에게 묻는다 왜 하필 그대여야만 하는지 나무를 흔드는 바람앞에 마음에게 묻는다 수많은 사람중에 그대 아니면 .. 2022. 10. 27.
꽃의 관심법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꽃의 관심법 꽃이 말을 걸어왔다 "그냥 가시게?" 못 본 체 하고 지나치려다 그 꽃 앞에 앉고 보니 멈춰야 보이는구나 본다는 건 사랑이구나! * * * * * * 무너진 성벽 위 한 무더기의 각시붓꽃이 자리를 잡았다 바람에 흔들리며 유혹하는 몸짓에 어찌 그냥 갈 수 있을까 이제 막 터져나온 색의 유혹에 어찌 발길 돌릴 수 있을까 2022. 10. 27.
충그리며 걷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충그리며 걷다 꽃이 있는 곳이면 강물도 얌전히 흐른다 봄도 천천히 지나간다 꽃이 고운 곳이면 세월도 머뭇거린다 나도 충그리며 걷는다 * * * * * * 봄날 아지랑이처럼 느린 보폭으로 흐르던 강물 옆 바위틈에 피어있던 달랑 한 송이의 개구리자리가 생각난다. 2022. 10. 27.
다시 태어나도 이 별에 / 연해 [ 다시 태어나도 이 별에 ] - 연해 - 그대여, 다음 생에 살만한 곳 다른 별을 찾고 있는가 하나 뿐인 태양이 하늘을 비추어 밤과 낮의 구분이 있으며 동행한 달이 날마다 모습을 바꾸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내면 바닷물이 모습을 바꾸어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되고 땅마다 온갖 생물을 길러내는 곳 그 대지에 바람이 불면 거기 사는 모든 것들의 내음이 몰려와 코끝을 간지럽히는 곳 적도에서 극지까지 살지 못할 곳 없고 함께 살아왔고 같이 살아 갈 동물과 식물들이 가득 한 곳 그리움 가득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 바로 여기 지구별 화성을 테라포밍 하여 저녁마다 지구를 올려다 보고 유로파와 가니메데의 지하바다 그 물속에서 유영하자 다른 태양계를 찾아 빛으로 4년 알파 센타우리에 가자 과연 갈 수 있을.. 2022. 10. 20.
하지 / 연해 하지 - 緣海 - 낮이 가장 길던 날 아침 일찍 안개속에서 떠나던 사람 한 걸음씩 왔던 발자국 지우며 흘리던 길어 하염 없을 마음속 눈물 밤이 가장 짧던 날 산그늘 밑으로 어둠도 내리고 등불밑 눈자위 되돌아 보면 들려올 듯 발자국 소리 짧아 속절 없을 그림자 하나 더 이상 길어지지 못할 밝음 더 이상 짧아지지 못할 어둠 햇볕이 가장 뜨겁던 날 오후의 태양은 허공에서 불타고 보여준 뒷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나면 이별의 설움에 우는 사람아 하지의 해는 언제쯤 지려나 2022.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