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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659

전주물꼬리풀 / 연해 황호신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전주물꼬리풀 ] - 황호신 - 여기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을 품은 기와집들이 서 있었고 옆구리 늪에는 물꼬리풀이 많았지 세상이 이곳을 비껴가는 동안 사람들은 떠나갔고 물꼬리풀도 떠난 자리에 바람만 스쳐 지나가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꽃들이 피었다 지곤 했지 타향도 오래 살면 객지 아니라며 서울사람이 되고 부산사람이 되고 제주사람이 되어 떠나간 후에 먼 곳 물꼬리풀이 제 고향 찾아 기와집 옆구리 늪에 다시 돌아와 보랏빛 꽃을 터뜨렸네 이제 전주에 전주사람이 살고 기와집이 서고 돌아온 입맛처럼 눈녹은 강이 새로 흐르고 바람들이 모여 서로 다독이며 산다 - 제주도 8월의 야생화_ 전주물꼬리풀(꽃말-행운을 부른다) 2023. 8. 27.
유도화 / 연해 황호신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유도화 ] - 연해 황호신 - 속에 독을 품었다 경계심을 무장해제 시킨 붉은 입술에 응어리가 쌓여 농축된 독약 한 잎이면 충분하리 우리 사랑의 치사량은 딱 거기까지 독도 적게 쓰면 약이라지만 멈출 줄 모른 댓가는 달게 받으리니 아찔한 높이의 절벽에서 더 아찔하게 피워낸 붉은 꽃 투신과 음독은 어딘지 닮아있다 협죽도 댓잎과 복사꽃 사이 어디쯤에 우리 사랑은 잠들어 있을까 - 제주도 8월의 야생화_ 유도화(협죽도) 2023. 8. 26.
흰 날개로 내리다 / 연해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흰 날개로 내리다 ] - 연해 황호신 - 어느 먼 우주를 날아 이곳까지 왔을까 어느 전생에서 첫사랑으로 기억되지 않은 만남이 있었을까 가벼운 깃털은 모두 버리고 날개 대신 뿌리로 서서 잡혀지지 않은 시간일랑 모두 버리고 지금 떠오르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마주 보아야 할까 - 제주도 8월의 야생화_ 흰 날개로 내리다 2023. 8. 25.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 연해 황호신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 - 연해 - 붙잡지 말자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내버려 두자 어차피 되돌아 오지 않을 세월 낙심하지 말자 그저 순서가 되었을 뿐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자 마음의 강줄기 따라 지는 해 세상은 따뜻하라고 있는 거지 다시 뜨는 해 우리는 사랑하라고 사는 거지 그냥 붙잡지 말자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2022. 12. 31. 2023. 1. 1.
꽃샘비 / 처녀치마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샘비 ] 날씨 맑으면 좋다 비 오면 더 좋고 눈이라면 더 바랄게 없지 나쁜 날씨란 없다 나쁜 욕심이 있을 뿐 * * * * * * * 선과 악, 좋고 나쁨이란 무엇을 기준으로 나뉠까. 철저하게 이기적인 판단으로 내리는 결론이 아닐까. 가령 낚시로 큰 물고기를 낚으면 나에게는 좋겠지만, 잡힌 물고기에겐 최악의 흉사인 것이다. 자연에 좋고 나쁨의 구분이 어디 있으랴. 인간적인 욕심이 들이댄 헛된 잣대인 것임을... 2023. 1. 1.
빙화 / 태백바람꽃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빙화 ] 온 몸이 얼어붙고서야 꽃이 되었다 얼음꽃은 피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 떨리도록 추워도 괜찮아 당신 그리움 품고 있으니 * * * * * 4월도 중순에 다다른 강원도의 그 산은 아직 두터운 얼음이 녹지 않은 얼음계곡이다. 설중의 수많은 꽃들을 지나쳐 정상에 올라서면 태백바람꽃이 그곳에 피는 걸 안다. 눈이 쌓였다 녹다가 다시 얼다가 하는 곳 꽃에도 잎에도 고드름이 맺힌다 온 몸이 얼어붙는 추위속에서도 꽃이 피는 사연은 무엇일까 속에 꽃말 그리움 하나 품고 있으면 얼어도 얼지 못하리니... 2023. 1. 1.
꽃 진 자리 새잎 나고 / 광대나물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 진 자리 새 잎 나고 ] - 연해 황호신 - 누군들 꽃이 아니었겠는가 얼굴 붉지 않았겠는가 앞다투어 찾아오는 유혹들 그 속셈 모르지 않지만 꽃잎을 열어 받아 들이지 않았겠는가 꽃 지고 그 자리에 새 잎 되어 이제 찾아주는 이 없어도 아직은 아까운 푸른 잎 섣불리 낙엽으로 지진 않으리라 몸서리 치도록 서러운 이 가을날에는 꽃은 잎 진 자리에 피거니 다시 꽃잎 붉은 봄이 오거든 주기만 하다 다 주고 떠난 잎을 기억하리 꽃에는 잎이 들어 있음을 잊지 않으리 2022. 12. 13.
꽃에게는 / 자주족도리풀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에게는 ] 한 줌 흙이 무대의 전부다 한 줄기 빗방울이 생명수의 다이다 한 자락 바람이, 한 뼘의 햇살이 필요한 우주 넓이 전체이다 없어도 되는 건 온 산을 다니고도 세상이 비좁은 나 * * * * * *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도 만족을 모르는 나, 그리하여 천지사방 떠돌아 다니는 나, 그런 나에게 붙박이 꽃은 반면교사이다. 욕심을 줄이라 한다. 세상에 도움이 되라 한다. 그들의 아름다움만을 탐하다 짓밟지 말고 아껴주고 존중해 달라 한다. 2022. 12. 13.
꽃의 뒤쪽 / 구슬이끼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꽃의 뒤쪽 ] 짧은 봄 꿈 다음으로 꽃의 낙화 뒤편으로 여름을 기다리는 열매들 꼭지는 꽃이 지던 고통의 흔적 꽃의 뒤쪽엔 그늘이 있네 * * * * * * 구슬이끼는 참 예쁜 이끼입니다. 동글동글한 포자의 모양이 외계인의 눈을 닮기도 하고, 여인의 유두의 모습을 닮기도 했습니다. 특히 갓 열렸을때 연두색으로 투명했던 꼭지가 점점 빨간 색으로 변하다 마침내는 갈색으로 시들어가는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몇 아이들을 키워내다 마침내 할머니가 되어 볼품없이 쪼그라든 유두가 연상됩니다. 생명을 길러낸 위대한 흔적이지요. 꽃말 '모성애'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2022. 12. 13.
무언의 언덕 / 황호신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무언의 언덕 ] - 연해 황호신 - 무엇이 밀어 올렸을까 바람의 언덕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찾아 오르는 동안 뛰었던 절박한 박동 지난 일들이 시시해지고 지난 곳들이 흐릿해질 즈음 말없이 언덕에 서네 이제 무엇을 더 바랄까 무엇이 다 가져갈까 지나쳐온 날들 비에 젖은 수묵화처럼 아련해지면 등떠밀리듯 내려가네 바람이 잦아 들고 달아 올랐던 마음이 식어지면 2022. 12. 4.
그늘에서 핀 꽃 / 변산바람꽃 [ 그늘에서 핀 꽃 ] - 황호신 -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아 보았니 네 그림자를 밟혀 보았니 지나가는 햇살을 종일 바라만 보며 그늘에 들어 조그맣게 숨어 피는 넌 그림자가 없어 누군가의 태양이 되어 보았니 내 사소한 빛을 받아 보았니 고개를 내밀어도 닿지 않는 양지쪽 발돋움 하다 하다 지쳐 목이 길어진 너는 발이 없어 흩어진 빛이라도 좋아 무영의 산란광으로도 난 살 수 있어 갈 수 없어도 괜찮아 뒤쪽에 서있어도 그저 볼 수만 있다면 그늘이라서 더 오래 피고 그늘이라서 더 짙은 색으로 좀 더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넌 내 안의 그늘 속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으로 피어난 넌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 12. 4.
복수초와 연복초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복수초와 연복초 ] 당신이 웃으면 같이 웃고 당신이 슬프면 따라 웁니다 어디서든 당신을 보려고 사면석불로도 모자라 머리 위에도 꽃피워 두었습니다 꽃 : 연복초 꽃말 : 영원한 행복 * * * * * * 복수초를 캘 때 따라 나왔다 하여 연복초라 합니다. 꽃피는 시기나 꽃피는 장소로 볼 때 그 복수초는 흔히 볼 수 있는 개복수초가 아니고 소위 오리지널 복수초인 듯 합니다. 연복초는 사면에 얼굴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머리 위에도 얼굴이 하나 핍니다. 꽃말 마저도 복수초와 같은 '영원한 행복' 입니다. 2022.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