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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27

눈내리는 소리 3 눈내리는 소리 3 緣海 오래 전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연인들의 가슴에 다독이는 한숨의 소리 먼 곳의 임을 그려 물망의 옷을 짓는 옛 여인의 손에 흐르는 실비단 소리 정한의 마음 전하려 밤새워 죽청지 하얗게 펼쳐놓고 새벽에야 구르는 사연의 소리 꽃샘의 추위 사이로 차가운 적설을 들추고 두리번 .. 2008. 3. 3.
눈내리는 소리 2 눈내리는 소리 2 緣海 가슴께를 지나가는 중이다 눈내리는 소리 정수리로부터 흘러내린 서늘함이 시선을 좇아 불면에 머물더니 마침내 허물어지는 빙산처럼 후두둑 흩어지는 그리움 너를 향하는 무언의 마음이 아득한 지상으로 내리다 목덜미를 지나 어깨를 지나 쌓이지 못해 머뭇거리며 아릿한 통.. 2008. 2. 29.
눈내리는 소리 눈내리는 소리 緣海 눈은 벗겨 허물을 드러내지 않고 눈은 덮어 상처를 감싸준다 눈은 알고 왔나 보다 부드러운 허공에 올올이 풀어 헤쳐 말없이 바람에 흩날리다가 말라버린 꽃의 기억위에 쌓이면 안으로 안으로 품는다는 것을 그리하여 눈길은 녹아 한방울 따뜻한 눈물이 되려고 마침내는 저리도 부.. 2008. 2. 27.
겨울나무 <사진 / 만리포 가는 길> 겨울나무 緣海 나이테의 깊은 골을 또 하나 만들고 있는 중이다 밑둥의 턴테이블에 가지의 톤암을 내려놓으면 나지막이 울려나오는 바람소리 톨보이 스피커에 하늘하늘 눈송이 스치면 들려오는 새소리 발밑께를 흐르던 시냇물 소리 겨울나무는 자신의 이력을 연주하는 .. 2008. 2. 3.
눈길 속을 걷다 <사진 / 신두리 소근진> 눈길 속을 걷다 緣海 눈길 속을 걷고 있다 강물은 얼어있고 갈대는 눈을 맞으며 고개 숙이고 서있다 그 위에 눈이 내린다 눈길 속을 걷는다 많은 사람중에 나를 향해 쏟아지는 단 하나의 눈길 눈길 속을 걷는다 조심 또 조심 Yesterday - 웅산(Woong San) 2008. 2. 3.
축복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축복 ] - 緣海 / 황호신 - 너에게 갈 두 다리가 있다는 것 너를 볼 두 눈이 있다는 것 다른 건 없어도 괜찮다 One I Love / Meav 2008. 1. 30.
나를 발견하다 <사진 / 팔봉산 약수터의 얼음> 나를 발견하다 緣海 왜 바깥만을 보았던가 해바라기처럼 살다 지쳐 문득 내면을 들여다 보니 거기 가장 좋은 친구가 있던 것을 왜 진작 몰랐던가 내 곁에 내가 있었음을 내 안에 다른 내가 있었음을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던 또다른 내가 거기 있었음을 나를 만나야.. 2008. 1. 30.
백일홍 <사진 / 대전 용계동의 백일홍> 백일홍 緣海 사랑을 얻은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사랑을 이룬 꽃은 꽃잎을 닫아버린다네 열흘 붉은 꽃 없다는데 누구를 기다리길래 저다지도 애처롭나 백일홍 The Waiting(1998) Michael Hoppe / Martin Tillman / Tim Wheater 2008. 1. 30.
마음이 젖으면 하늘을 본다 <사진 - 서산 팔봉면 양길리> 마음이 젖으면 하늘을 본다 緣海 벗어나고 싶어 답답한 지면을 성층권을 뚫고 올라가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아 상실의 고통과 배반의 노여움도 외계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푸른 별일 뿐이겠지 생각을 키우자 재크의 콩나무처럼 먹구름 뚫고 올라가 거기서 내려다 보.. 2008. 1. 29.
외계에서 2 <사진 - 안면도 방포항> 외계에서 2 緣海 그 별에선 저녁에 해가 지고 밤에는 별이 뜬다며 한달에 한번씩 배가 불러오는 달도 있고 그 별에선 바람이 불면 바다에서 파도가 온다며 여름엔 비가 오고 겨울엔 흰 눈도 온다며 좋겠다 이곳엔 밤도 낮도 없고 누구를 위해 반짝이는지도 모를 별들만 하늘.. 2008. 1. 29.
찰라의 고혹 <사진 - 꽃지해수욕장> 찰라의 고혹 緣海 유성이 흐른다, 외계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흙먼지 속에 묻었다 청춘의 사랑의 고독의 흔적을 묻어두었다 몸이 점점 더워진다, 다가갈수록 비밀을 들킨 것처럼 열정이 갈망이 그리고 목마름의 수은주가 체온에 뜨거움을 더한다 태울듯 덤벼드는 성층권 .. 2008. 1. 26.
세월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 세월 ] - 연해 / 황호신 - 그는 낡은 바람 속으로 가고 오는 것일까 태양이 볕을 쏟아 초목의 우듬지를 짜내어 세상을 온통 초록으로 데코레이션 할 때도 그는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을 이젤위에 걸린 캔버스 삼아 구름과 물이 다투듯 채색해 나갈 때도 그가 오고 간다는 징후는 기미조차 없었다 그는 낡은 바람 속으로 지고 뜨는 것일까 안개속에서 서릿발 맞은 나무마다 잎싹들이 불그락 푸르락 질리듯 변색되어 갈 때도 그의 색깔은 보호색 안에 짐짓 숨어 있었다 야윈 새 발자국 하나라도 흔적으로 남을만큼 세상이 하얀 장막으로 온통 얼어붙었을 때도 그의 뜻은 얼음장 밑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세월, 모습도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살랑거리는 미풍에 완.. 2008.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