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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Memory

세월

by 緣海 2008. 1. 13.



<  Once in the long ago - Kevin Kern >

 

 

 

 

[  세월  ]

 

- 연해 / 황호신 -

 

 

그는 낡은 바람 속으로 가고 오는 것일까
태양이 볕을 쏟아 초목의 우듬지를 짜내어
세상을 온통 초록으로 데코레이션 할 때도
그는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을 이젤위에 걸린 캔버스 삼아
구름과 물이 다투듯 채색해 나갈  때도
그가 오고 간다는 징후는 기미조차 없었다

 

그는 낡은 바람 속으로 지고 뜨는 것일까
안개속에서 서릿발 맞은 나무마다 잎싹들이
불그락 푸르락 질리듯 변색되어 갈 때도
그의 색깔은 보호색 안에 짐짓 숨어 있었다
야윈 새 발자국 하나라도 흔적으로 남을만큼
세상이 하얀 장막으로 온통 얼어붙었을 때도
그의 뜻은 얼음장 밑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세월, 모습도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살랑거리는 미풍에 완강했던 얼굴이 스러지고
연약한 가랑비 몇방울에 두터웠던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
문득 그는 자신의 자취를 아프게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2005. 4. 26 작성

 

 

Once in the long ago / Kevin 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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