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ere Horses Of Faery Hide - John Doan >
[ 가야산에 간 까닭은 ]
- 연해 / 황호신 -
눈만 흘겨도 한줄금 퍼부을 것만 같은
뾰루퉁 하늘이 부추겨서도 아니고
올라가는 지 내려가는 지 모를 저 밑
구불텅 큰길따라
붙잡고 싶은 추억이 불러서도 아니고
옥양봉에서 석문봉 거쳐 원효봉까지
한 바퀴 돌고 싶어
살 오른 발바닥이 간지러워서도 아니고
가을이 오면 무수히 돋아나서
설움색 짙은 큰꿩의비름
색색으로 물드는 꽃이 그리워서도 아니고
2대 천자지지의 자미원 명당을 굽어보고
발복을 기원하자는
촌스런 이유는 더더욱 아니고
어느 해던가 어느 희미하던 날
한없이 밑으로 내려가던 봉우리들과
그 끝에 꿈틀거리며 언덕을 넘던 신작로들
내려다 보며 주고받던 말들과
새벽 보랏빛 하늘이 통째로 잠기어
꿈속 세상 옥계저수지처럼 빛나던
젊은 그대가 그곳에 있어서
그곳에 서서 손짓하는 것만 같아서
2024. 09. 07. 가야산에 간 까닭은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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