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늘에서 핀 꽃 ]
- 황호신 -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아 보았니
네 그림자를 밟혀 보았니
지나가는 햇살을 종일 바라만 보며
그늘에 들어 조그맣게
숨어 피는 넌 그림자가 없어
누군가의 태양이 되어 보았니
내 사소한 빛을 받아 보았니
고개를 내밀어도 닿지 않는 양지쪽
발돋움 하다 하다 지쳐
목이 길어진 너는 발이 없어
흩어진 빛이라도 좋아
무영의 산란광으로도 난 살 수 있어
갈 수 없어도 괜찮아
뒤쪽에 서있어도 그저 볼 수만 있다면
그늘이라서 더 오래 피고
그늘이라서 더 짙은 색으로
좀 더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넌
내 안의 그늘 속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으로 피어난 넌
< Johnny Dorelli - L'immensità (조니 도렐리-무한,눈물속에 피는 꽃) >
'詩 안에서 > Poem & Flow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 연해 황호신 (1) | 2023.01.01 |
---|---|
꽃 진 자리 새잎 나고 / 광대나물 (0) | 2022.12.13 |
그저 꽃이라 하네 / 모데미풀 (0) | 2022.11.26 |
봄꽃은 이르게, 가을꽃은 더디게 / 지칭개 (0) | 2022.11.26 |
맹지에 길을 내다 / 해국 (0) | 2022.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