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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그늘에서 핀 꽃 / 변산바람꽃

by 緣海 2022. 12. 4.

 

 

 

 

 

 

[  그늘에서 핀 꽃  ]

 

- 황호신 -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아 보았니
네 그림자를 밟혀 보았니

지나가는 햇살을 종일 바라만 보며
그늘에 들어 조그맣게
숨어 피는 넌 그림자가 없어

누군가의 태양이 되어 보았니
내 사소한 빛을 받아 보았니

고개를 내밀어도 닿지 않는 양지쪽
발돋움 하다 하다 지쳐
목이 길어진 너는 발이 없어

흩어진 빛이라도 좋아 
무영의 산란광으로도 난 살 수 있어
갈 수 없어도 괜찮아
뒤쪽에 서있어도 그저 볼 수만 있다면

그늘이라서 더 오래 피고
그늘이라서 더 짙은 색으로
좀 더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넌

내 안의 그늘 속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으로 피어난 넌

 

 

 



<  Johnny Dorelli - L'immensità (조니 도렐리-무한,눈물속에 피는 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