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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 겨울비 오는 저녁

by 緣海 2013. 1. 23.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 대구시 중구 대봉1동

 

언젠가부터 보고 싶어했던 김광석 거리를 다녀왔다.

달구벌대로와 신천대로가 만나는 곳,

수성교가 있는 방천시장 입구에서부터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시작되고 있었다.

 

고통은 더한 고통으로 잊혀지고,

슬픔은 슬픔으로만 치유될 수 있는것인가,

참을 수 없던 그리움은 더 지독한 그리움을 만나 잊혀지고 있었다.

 

그 그리움이 다 잊혀지기 전에,

하늘은 금방이라도 흐느껴 울 것 같은 잿빛이었고,

흐린 그 하늘에 더 진한 잿빛으로 꾹 꾹 눌러 편지를 쓰고 싶을 때,

아픈 마음 부둥켜 안고 다녀오고 싶었고, 다녀왔다.

그리고 그 편지는 수신인이 상실된 채로, 부쳐지지 못하고 하늘 서랍속에 갇혀지고 말았다.

 

 

 

 

 

 

 

 

 

 

 

 

 

 

 

 

 

 

 

 

 

 

 

 

 

 

 

 

 

 

 

 

 

 

그날 차라리 오늘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렸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시원스럽게 비를 뿌리지 못한 하늘은,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아쉬움만 잔뜩 남겨놓았다.

다시 부르기 길을 걷는 동안 그리움과 함께 걸었고,

김광석 거리에서 길을 잃는 시간에 지난 추억도 길을 잃고 헤메고 있었다.

 

 

겨울비 오는 날은

 

- 연해 -

 

마음의 상처가 잘 익어

열꽃이 화끈거릴 무렵에는

그 생열에 그리움 녹아 겨울비 내린다

 

지난 가을

흐린 하늘에 눌러 써둔 그 편지가

수취인을 찾지 못해 구름으로 떠돌다

어쩌다 바람 배달부를 만나

저마다의 사연으로 밖에 나온 사람들 아무에게나

오래 기다려온 소식처럼 뿌려지는 것이 아닐까

 

겨울비 오는 날은

단풍도 없는 늦은 가을이다

빈 가지를 적시는 그 사연이

그 가을 어느날 당신 눈에 맺힌 눈물이기 때문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내가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다.

봄이 오면 어느 꽃이나 다 향기 날리고,

여름 오면 어느 새나 다 노래부르고,

가을 오면 어느 나무나 다 단풍에 물든다.

사랑 받으면 누구나 다 꽃이 된다.

 

사람은 다 세상에 살고,

세상은 모든 걸 다 품는다.

사람은 만났다 떠나지만,

만남도 떠나감도 모두 세상안에 있다.

그래서 세상은 사랑이다.

 

 

 

 

 

 

 

 

 

 

 

 

 

 

 

 

 

 

 

 

 

 

 

 

 

 

일요일인데도 뜸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점심무렵이 되자 여기 저기서 모여든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객"이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 붙는 그는

1964년 1월에 이곳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서 전업사집 아들로 태어났다.

생전에 6장의 기념비적인 음반을 발매하고,

1996년 1월에 3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1월에 왔다가 1월에 가버린 김광석,

그래서 1월이 다 가기 전에 이곳에 꼭 오고 싶어 했었다.

엊그제 같은데 올해 벌써 17주기째다.

고 김광석을 추모하는 추모 콘서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26일 오후 3시와 7시에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추모공연에는 박학기, 동물원, 한동준, 유리상자, 자전거 탄 풍경, 홍대광, M.C The Max 등이 출연한다. 

 

- 영남일보에서 발췌 -

 

 

 

 

 

 

 

 

 

 

 

 

 

 

 

 

 

 

 

 

 

 

 

 

 

 

 

 

 

 

 

 

 

 

 

 

 

 

 

 

 

 

 

 

 

오랜만에 다시 찾은 대구,

김광석 거리를 찾아 왔지만, 100m 남짓의 짧은 구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점심을 방천시장 골목의 김광석 카페 (첫 사진)에서 먹었는데,

마침 옆 자리에 앉은 두 아저씨가 푸근한 사투리로 말을 걸어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번에 올 때는 경대병원 근처의 왕금이라는 곳에서 막창을 먹고 싶으며,

동인동 찜갈비 골목에서 갈비찜도 맛보고 싶다.

평화시장의 닭똥집이나 북성로 포장마차의 연탄불고기 맛도 좋으리라...

 

오후에는 앞산 케이블카를 타고 앞산에 올라 대구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아쉬운 것은 흐린 날씨와 박무로 인해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없었다는 것,

두류공원 정도만 간신히 구분해 볼 수 있었다.

이후에는 계산성당과 그 주변의 이상화 고택, 약령길을 따라 약령 문화의 거리 등지를 탐방했다.

 

 

 

 

 

 

 

 

 

 

 

 

 

 

 

 

 

 

 

 

 

 

 

 

 

흐린 눈으로 광석과 이별하고 온 다음날, 하늘은 기어이 겨울비를 뿌렸다.

겨울비는 하릴없는 그리움이었다. 사흘째 연이어 오고도 그치지 않는......

 

 

 

겨울비 오는 저녁

 

- 연해 -

 

얼마나 무거운 그리움이었으면

눈되어 날아오지 못하고 비가 되어 흐를까

며칠 겨울비 내리더니

겨우내 눈덮인 기억까지 다 헤집는다

상처의 깊이를 묻지 마라

아픔은 말해지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빗방울의 수로 헤아려지나니

지금 오는 비가 그날 내렸더라면

찬 비 맞은 눈시울에

사랑은 아직 두터움으로 남았으리라

젖은 눈으로 겨울비 오는 저녁

흐려진 기다림과 헛된 그리움이 오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