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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새우난초 / 너, 나의 동생아

by 緣海 2012. 5. 22.

[새우난초] - 미덕

 

 

 

 

 

 

 

 

 

 

 

 

 

 

 

 

 

 

 

 

 

 

 

 

 

 

 

 

 

 

 

 

 

 

 

[새우난초]

 

예전, 한참 난초 기르기 취미에 젖어있을 무렵,

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를 구입하여 집에서 길러본 적이 있다.

한겨울 저온처리가 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음을 모르고,

따뜻한 베란다에서만 기르다 결국은 꽃을 못보고 버리고 말았다.

 

그때 그토록 보고싶었던 꽃이 가까운 곳에서도 피어나고 있음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꽃이 피었던 흔적을 처음 확인하고, 그 흔적마저도 열심히 사진으로 담던 생각이 난다.

그 후 매년 그 계곡에 가면 흐드러지는 새우난초의 물결과 그 사이 사이를 누비던 사람들 물결이

바로 여기가 천국인것처럼 느껴져서, 얼마나 황홀한 기분이었는지..

 

그러나 제주도에서만 피던 새우난초가 내륙에까지 피게 됨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 것이니 그닥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요 몇년사이 수많은 사진가들과 불법 채취꾼들의 발길에 짓밟혀

그 많던 새우란들이 사라진 그 계곡을 보면 무참해지는 기분이다.

 

그 계곡을 다시 찾아 새우난초를 만나고 왔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진에 담을만큼은 된다.

이 계곡에서 언제까지 이 아이들의 꽃을 볼 수 있을지,,,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계곡으로 피신하여 자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부디 거기서만큼은 훼손되지 않고 오래 오래 꽃피우길....

 

 

 

 

너, 나의 동생아

 

- 연해 -

 

같은 자리를 빌려 태어나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여동생을 공유하고

해와 달과 안개와 구름을 나누었으며

학교와 교복과 가난과 고생을 물려받고

정과 우애와 갈등과 반목까지도 함께한 세월을 뒤로 하고

 

결별의 시간이다

반백을 훌쩍 넘긴 시간들이 흔적도 없이

수의로 결박되어 사라지는 동안

눈물보다 콧물이 먼저 흐르고

곡성보다 오열이 먼저 터져나오고

다시 돌아나오지 못할 곳으로 들어가고 마는 너,

 

늦게 오는 사람은 더 기쁜 웃음속에 오고

먼저 가는 사람은 더 슬픈 눈물속에 가는 것

너, 나의 동생아 !

그것만이 너의 세상이었던

네가 받은 웃음과 네가 받은 눈물만 기억하렴

한줌 바람으로 늘 우리 곁에 머물 너, 나의 동생아 !

 

 

2012. 05. 18.

형보다 먼저 가버린 못난 동생을 그리며...

 

 

 

 

 

 

Sargasso sea / Suzanne Ciani (수잔 치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