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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해변의 들꽃 / 단면

by 緣海 2012. 5. 28.

[갯완두] - 미래의 기쁨

 

 

 

[갯완두]

 

배경으로 보이는 섬이 날아가는 학의 모습을 닮았다.

그래서 이름이 학암이라 붙여졌음직 하나, 학암의 지명 유래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꽃은 완두콩을 닮았으되 바닷가 모래톱에서 잘 자라는 아이이다.

갯가 식물들이 늘 그러하듯, 갯완두도 무척 뻐센 잎과 줄기를 가졌다.

꽃조차도 강인해서 여간해서는 벌레들이 위해를 가할 수 없을 듯 하다.

 

다른 꽃을 담으러 그곳까지 갔다가 목표로 했던 꽃은 못보고 이 아이들만 보고 왔다.

보고자 했던 꽃 중 하나는 아직 꽃봉오리상태로 열흘 전이나 그날이나 마찬가지 상태였다.

또 다른 하나는 누가 작년에 이미 다 떠가 버렸다는 것이다.

자생지에 갈 때마다 가끔씩 듣곤 하는 우울한 소식이다.

 

 

 

 

[갯씀바귀] - 순박함

 

 

 

 

[갯씀바귀]

 

그 해변에서 운좋게도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갯씀바귀를 만났다.

꽃은 씀바귀와 비슷하나 잎은 전혀 닮지 않았다.

갯씀바귀도 일반 씀바귀처럼 쓴맛이 날까?

궁금증은 더해가는데, 저 갯씀바귀 우중충한 날씨에 꽃잎을 더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갯방풍] - 고백

 

 

 

 

 

 

[갯방풍]

 

방풍이란 식물이 있어 예로부터 풍을 방지해주는 약재로 쓰였다 하는데,

비슷한 모양으로 갯가에 산다 하여 갯방풍이라 불렀다 한다.

꽃을 보니 산형과 아이들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잎은 전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뻣뻣한지 잘못하다간 잎주변의 가시에 손을 찔릴 것만 같다.

요즈음 시장에 가면 방풍나물 파는 걸 볼 수 있는데, 갯방풍도 먹을 수 있을까.

 

 

 

 

 

[모래지치] - 치장

 

 

 

 

 

 

 

 

 

 

[모래지치]

 

모래지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자라고 꽃피우지만,

여느 갯씨 가문처럼 갯자가 앞에 붙지 않고 대신에 모래가 붙었다.

그래서인지 모래지치라는 이름만 생각해도 모래가 서걱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난다.

모래의 아름다움을 꽃잎 안에 다 담아낸 까닭일까.

그 하얀 꽃잎과 노란 꽃술 주변의 아름다움은 지치과 식물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게 아름답다.

 

 

 

 

[갯장구채] - 동자의 웃음

 

 

 

 

 

[갯장구채]

 

모래사장에서 무슨 장구 칠 일이 있었을까.

연포 해변은 바닷가 바위 틈에 장구채를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잔치는 끝났는지, 그 많던 장구채도 한잎 두잎 시들어

이제 겨우 한두송이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은 힘을 다하여 기다려준 갯장구채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저 남은 장구채 붙잡고 풍악이나 울려 볼까..

 

 

 

 

[꼬마물떼새 둥지]

 

 

아슬아슬하게 모래위에 틀어놓은 꼬마물떼새의 둥지,

알 네개가 포란 중인 듯, 가지런히 놓여있다.

새의 알에는 모래 해변임을 의식한 듯, 모래와 비슷한 위장 무늬를 그려놓았다.

갯메꽃의 잎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천연의 위장막을 드리우고 있고,

어미새는 어디로 출타중이었을까.

아니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잠시 피신 중이었을까.

꽃만 찾아다니다 가끔씩 이런 장면을 보는 일도 참 재미있다.

 

 

 

 

[표범장지뱀]

 

 

 

태안 해변 모래언덕에서만 서식하는 표범장지뱀이다.

등에 있는 화려한 표범무늬와 장지만큼의 한몸 길이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표범장지뱀은

태안지역 해안사구에 집중돼 분포한다고 한다.

장지는 다섯손가락중 세번째 가장 긴 손가락으로, 저 도마뱀 길이가 딱 그만큼 길다.

멸종위기종 2급인 이 도마뱀은 갯씀바귀, 갯방풍 등 다양한 사구식물이

여름철 더위를 피하도록 그늘을 제공하기때문에 이곳에서 번성한다고 한다.

 

 

 

 

 

단면

 

- 연해 -

 

곱게 씻은 양파를 자르다 말고

거기 물기 어린 삶의 한 단면을 본다

안쪽 방향으로 나이테를 불려온 양파는

한 칸과 다른 칸이 단절이었구나

단절과 단절 사이에 눈물처럼 아린

그리움 한겹씩 자리잡고 있었구나

어쩌면 영원히 비밀이었을 당신의

슬픔을 하나씩 벗겨내지 않고

단칼에 가장 깊은 속까지 들여다본

나는 당신의 단도직입이었구나

벗겨도 벗겨도 껍질뿐인 양파가 아닌

당신 생의 내밀한 단면을 들여다 본

내 눈에 그래서 매운 눈물이 나는구나

 

 

 

 

Shannon Janssen - Heart Journey - 05 The Road To Your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