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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불갑사에서 선운사까지의 야생화 / 뒷모습만 바라보았네

by 緣海 2012. 5. 26.

[나도수정초] - 숲속의 요정, 요정의 사랑, 슬픈 기다림

 

 

 

 

 

 

 

 

 

  

 

 

[나도수정초]

 

매년 개체가 줄어 속상한 아이들이다.

이 꽃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혹은 난초로 보기도 하고, 혹은 버섯 종류로 보기도 하고, 혹은 양치류로 보기도 한다.

모습을 보고는 혹은 외계인으로, 혹은 말 머리로, 혹은 해마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노루발과의 엄연한 풀꽃이다.

비록 엽록소가 없어 희끄무레한 색이 되었고,

부생식물인 까닭에 갑자기 땅속에서 솟아 오르지만,

갖출 것 다 갖춘 한송이 꽃인 것이다.

 

 

 

 

[한라새둥지란] - 은밀한 성장

 

 

 

[한라새둥지란]

 

이름처럼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던 야생란이다.

저 모습을 보고 새둥지를 연상시킨건 고개가 갸웃거려지나,

새둥지처럼 은밀한 곳에서 피어나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짐작해 본다.

난초과에 속하니 자세히 살펴보면 난초꽃의 구성요건을 다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아이도 엽록소가 없어 푸른 색이 없는 분홍색에 가까운 색상을 띄고 있다.

천마나 춘란의 유령처럼 부엽란 종류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꽃말처럼 고요한 숲속 깊은 땅속에서 은밀히 성장하다 어느날 불쑥 꽃대를 땅위로 올려보내는 것이다.

안보이던 모습이 갑자기 보이니 반가움이 더 할 수밖에~~

 

 

 

 

[약난초] - 귀한 인연

 

 

[약난초]

 

약난초는 뿌리에 항균성분이 있어 그리 이름 붙여졌다는데,

그런 소문이 나서인지 그 계곡에 그 많던 약난초를 이번에는 달랑 한개체밖에 보질 못했다.

귀한 식물이 인간을 위해 이롭게 쓰여짐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더 효능 좋은 약들이 즐비함에도 확실하지 않은 효과를 믿고 식물을 남채함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사람도 살고, 식물도 번성하는 공존 공영의 길은 없는 것일까.

 

 

 

 

[자란] - 서로 잊지 말자

 

 

 

 

[자란]

 

불갑사 계곡에서 야생화들을 만나고 내려오다 의례이 눈에 띄어 담아오게 되는 꽃,

언제부터 그곳에 자리잡고 꽃피우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하산길에 마지막 고운 손 흔들어 주는 그 유혹에 그냥 발걸음 지나치지 못한다.

수많은 살갈퀴 무리속에서 홀로 몇송이 화려한 색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계곡엔 나도수정초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란을 담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선운사를 향한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곳의 석곡을 담기 위함이다.

 

 

 

[석곡] - 고결함

 

 

 

 

 

 

 

[석곡]

 

석곡은 덴드로비움 계열의 유일한 동양란이다.

서양란중에는 덴빠레를 비롯하여 수많은 품종의 덴드로비움 계열의 난초들이 개발되어 있고,

카틀레아나 심비디움, 심지어는 파피오페디룸 계열의 꽃들과도 교배가 되어 신품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동양난에서는 이 석곡이 거의 유일한 덴드로비움 계열의 난초인 것이다.

물론 꽃색이나 잎무늬 변이종을 가려 몇몇 품종이 개발되어 있기는 하나

서양난에 비하면 아쉬울 정도로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대신 석곡에서는 서양난 계통에서 볼 수 없는 은은하고 풋풋한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풍란에 비해서는 약간 가벼운 편이며, 맑은 청향이라 할 수 있다.

보세란의 향기에 비해서는 한층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난향중 최고라는 춘란이나 한란, 사계란 등과는 비교할 바 못된다 하겠다.

 

선운사 주차관리원에게 물어보니 도솔암까지는 차를 가져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말 믿고 도솔암까지 약 3km 넘는 길을 혼자 걸어갔다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걸어가지 않아도 될 길이었지만, 덕분에 차를 타고는 못 볼 호젓함을 맛볼 수 있었다.

그 한적한 숲속 오솔길을 걸어가는 동안의 그 호사스러움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하랴..

그렇게 석곡 향을 만나러 가는 길은 외로움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했다.

 

 

 

 

 

 

뒷모습만 바라보았네

 

- 연해 -

 

길 하나가 고갯길을 올라와

다른 쪽에서 넘어온 길과 만났네

길은 길과 만나고 있었지만

길을 따라온 마음과 마음은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시선만 서로 비켜가는 사이

길은 헤어져 서로의 길을 가고

안타까운 눈길이 비수처럼 지나갔지

잊을 수 없는 눈빛은 아픔이 되어 남았네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의

꽃무더기가 머리를 뒤로 말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흔드는 동안

길은 길을 따라가고 싶어서

그 길따라 나란히 걷고 싶어서

아쉬움이 떠난 그 길 뒷모습 바라보며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에 미련만 남겼네

 

 

 

 

 

 

 

Gale Revilla / Cu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