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 가을 할미꽃

[할미꽃] - 충성, 슬픈 추억

 

 

 

 

 

 

 

 

 

 

 

 

 

 

 

[할미꽃]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있는데, 아가씨도 아닌 할미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늦가을까지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다 보니 잠시 계절을 혼동하신 것일까?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다. 해마다 이곳에서 늦은 가을까지 할미꽃이 피어나니까.

찾아보니, 함경도 관모봉에 산할미꽃은 가을에 꽃피운다고 되어있으나,

국생종에는 분홍할미꽃을 산할미꽃이라 이명으로 적혀있고, 산할미꽃은 정보가 없다.

따라서 이 할미꽃이 산할미꽃은 아닌것 같고, 보통의 할미꽃이 가을에 다시 한번 꽃피운 것으로 보여진다.

늦가을에 봄꽃이 피는 일은 그다지 귀한 일은 아니니까,

어찌되었든 늦게까지 꽃을 보여주시는 할미꽃이 반갑다.

아마도 결실은 맺지 못할테지만, 자꾸만 피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은 할미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가을 할미꽃

 

- 연해 -

 

아내의 화장은 나이들수록 진해지고

할미꽃 립스틱은 가을에 더 붉다

 

잔디 색깔 다 바래버린 무덤에

낮은 햇살만 잠시 지나가는 산중인데

젊음이 지나가버린 자리에

흰 머리칼만 더 서러운 중년인데

 

화장은 가리기 위해 하는게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거라며

아침마다 공을 들이는 아내의 모습에서

벌 나비도 없는 계절에 피어나

더 빨갛게 물드는 할미꽃의 속셈을 엿본다

 

이야기도 꽃으로 피워내고

까치발 패이도록 웃음도 꽃으로 피워내며

이슬비같은 추억도

장맛비같은 한숨도 빨간 독백으로

색우산 펼치듯 피워내는

아내는 점점 더 할미꽃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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