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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좀딱취 / 순례자의 가을

by 緣海 2011. 11. 17.

 [좀딱취] - 가을의 전설

 

 

 

 

 

 

 

 

 

 

 

 

 

 

[좀딱취]

 

좀딱취가 피어나면, 봄부터 시작되었던 들꽃들의 순례도 거의 마감된다.

맨 처음 눈보라속에서 가냘픈 하얀 잎을 펼쳐보이던 변산바람꽃부터 시작해서

한 해동안 우리나라를 온갖 색깔과 갖가지 이야기로 꽃피워오던 들꽃은

가을 찬바람속에서 여린 꽃잎을 펼쳐보이는 좀딱취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간간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들꽃도 있지만,

대부분 철모르고 피어나거나 뒤늦게 피어나는 꽃들이어서 제철 들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겨울에도 양지쪽에는 조금만 따뜻한 햇살이 보이기만 하면,

개쑥갓, 큰개불알풀, 광대나물, 별꽃, 벼룩나물 등을 쉽게 볼 수도 있다.

또한 겨울 숲속에는 꽃들이 남기고 간 열매들이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좀딱취는 여러 면에서 신비스러운 꽃이다.

여름에 피어나는 꽃 단풍취와 거의 흡사한 모습인데, 훨씬 작은 크기이다.

같은 국화과 단풍취속으로, 우리나라에 단 2종, 단풍취와 좀딱취가 있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꽃잎이 긴 꽃대 위에 달리고, 잎은 땅바닥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워낙 늦은 가을에 피어나는 꽃이라서 암꽃 수꽃이 한몸에 달려 피고,

곤충도 없는 계절에 꽃을 피우니, 자가수분을 할 수 있도록 폐쇄화로 피어 번식한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좀딱취 보러갈 날짜를 헤아리다가 좀 늦게 가게 되었다.

하루 이틀만 늦었어도 아마 꽃을 보진 못했을 터, 여기 저기 이미 잎을 닫은 꽃들이 많았다.

숲속은 봄부터 희귀한 꽃들을 보여주는 야생화의 명소답게 고요하고 생기에 가득 차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또한 서해안 최대의 일몰 촬영지가 있으니, 이곳은 보배와 같은 곳이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니,

그 발에 짖밟혀 아까운 야생화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또 다시 임의로 정한 꽃말, '가을의 전설'처럼 늘 변함없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가을철마다 돌아와 우리에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순례자의 가을

 

- 연해 -

 

그것이 기도인 줄도 모르면서

단풍잎은 두손을 모은다

가느다란 바람에도

시린 잎 빨갛게 되도록

 

나무의 발길은 숲을 걷는다

그것이 순례인 줄도 모르면서

떨어져 수북히 쌓인

기도의 낙엽을 헤치며

 

성지는 어디에 있을까

고난의 그림자는 길어만 가는데

기도의 손짓들은 흰눈에 덮이고

언제나 다다르는 곳은

내년이 보이는 언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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