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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철지난 강가에서 / 꽃의 기도

by 緣海 2011. 11. 20.

[광대나물] - 봄맞이

 

 

 

 

 

 

[광대나물]

 

가을더위가 계속된 탓이었을까. 식장산의 등산로 주변에 광대나물이 곱게 피어났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양지쪽에서 한두개체씩 피어주곤 하는 아이지만,

꽃이 다 들어가는 계절에 다시 봄이 온듯 활짝 피어난 이 아이들을 보니 무척 반갑다.

꽃말이 '봄맞이'이니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봄을 그리며 피어난 것일까.

분홍색 광대들의 강시춤같은 군무가 화려하고 산뜻하다.

 

 

 

 

 

 

 

[애기석위] - 긴장

 

 

 

 

[애기석위]

 

좀바위솔이 피어있는 바위 벼랑에는 애기석위도 세들어 동거하며 같이 살고 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세입자인지 모르나 서로가 서로를 꾸며주며 다정한 한살림 꾸리고 있다.

석위의 종류도 제법 많은 것 같으나, 대부분 석부작으로 가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애기석위 또한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다른 식물의 배경으로 많이 심어지고 있는것 같다.

콩짜개란이나 콩짜개덩굴이 그런 목적으로 많이 심어지는데,

생긴 모습도 콩짜개덩굴처럼 생기고, 자라는 모습도 흡사하다.

 

 

 

 

 

 

[좀바위솔] - 가사에 근면

   

 

 

 

 

 

 

 

 

 

 

 

[좀바위솔]

 

올해는 햇빛 좋은 날 좀바위솔 자생지에 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근무하는 직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피어나기에 그동안 몇번 다녀왔고, 포스팅도 했었다.

철지나 별로 기대도 안하고 찾아간 이날은 햇볕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서 배경 보케가 많이 잡혔다.

다른 일정으로 시간이 별로 없는데 보케놀이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씁쓸한 것은 이곳도 워낙 알려지게 되어 그 많던 개체가 다 짓밟히고 뭉개져서

예전의 그 풍성했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까마중] - 동심, 단 하나의 진실

 

 

 

[까마중]

 

까마중이 여러면으로 배풍등과 비교되는 꽃이라는 것은 지난번 배풍등 열매 포스팅할 때 밝혔었다.

까마중은 비교적 늦게까지 꽃피우고 열매맺는 식물이지만, 이 개체는 비교적 더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배풍등 열매가 방울토마토와 흡사한 모습이라면, 까마중 열매는 화초고추를 닮은 듯도 한 모습이다.

어릴때 저 까마중 열매를 많이 따먹곤 했었는데, 너무 많이 먹어 배가 아팠던 기억도 있다.

열매의 까맣고 반질반질한 모습이 중의 머리를 닮아 그렇게 이름붙여졌다는 말이 있으나 믿거나 말거나이다.

 

 

 

 

 

 

 

[흰젖제비꽃] - 성실, 겸양

 

 

 

[흰젖제비꽃]

 

 4~5월에 피어나는 흰젖제비꽃이 11월도 다 가고 있는 요즘에 활짝 피었다.

씨앗마저 다 날려보내고 남은 씨방과 함께 하얗게 피어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다 장성한 자식 여의고, 손주들 키워주고 있는 노년의 모습 같아서 보기에 좋다.

무당벌레 한마리,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갈 길을 잃은듯 배회하고 있다.

진딧물 잡아먹고 사는 무당벌레가 요즘같은 철에 진딧물 있을리 없으니 어찌 살아갈지...

 

 

 

 

 

 

[가시박] - 미움

 

 

 

 

 

 

[가시박]

 

생태교란종 외래식물로 미움을 톡톡이 받고 있는 가시박이지만, 꽃은 여느 식물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러나 그 열매는 비수를 품은 무사처럼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어찌 저리 무서운 모습으로 여물어가는지..

미움을 많이 받아서인지 꽃말조차 없다. 용서하기엔 너무 무서운 속도로 기존 생태계를 점령해버리는 욕심사나운 모습,

무엇이든 미움을 받다보면 그 저주로 인하여 세력도 시들시들해지는가 보다. 예전보다 이곳 가시박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

황소개구리나 베스, 블루길 등 동물계의 생태교란종들도 미움을 많이 받다보니 세력이 약해진 듯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일터, 모쪼록 남에게서 미움 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으로 흐르던 곳이 댐으로 가로막혀 호수가 된 곳, 철지난 그곳에서 철지난 꽃들을 많이 만나고 왔다.

제철이 아니기에 더 애틋하고, 맺지 못할 열매이기에 더 안타까운 꽃들이다.

그러나 피어나는 저 왕성한 생명력을 무엇이 말릴 수 있을까 싶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랑일지라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을 하는 듯 하다.

 

 

 

 

 

 

 

꽃의 기도

 

- 연해 -

 

나의 밤은 쓸쓸하고

그리움 쪽으로만 깊어간다

정해진 길을 걸어간

태양처럼

 

머리위에서 별빛 반짝이면

꿈으로 저물어간 눈길

머리풀고 누워 되뇌이는

오직 한목소리의 기원

 

다시 한낮을 주소서

어느 봄날

나를 만진 당신 손길에

깊어진 향기처럼

낮은 쪽에 다시 꽃피게 하소서

 

 

 

 

 

 

Elena Kamburova /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