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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Memory

녹슨 굴뚝을 바라보며

by 緣海 2007. 11. 28.



 





녹슨 굴뚝을 바라보며 글/사진 緣海 한 때는 자존심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힘이었다

넘치는 열기를 감당치 못해 부글 부글 끓던 불길은 고로 안을 맴돌다 벽돌을 구워내고도 견디다 견디다 못해 우뚝 일어선 굴뚝으로 뭉클 뭉클 게워내듯 연기를 피워 올렸었다

그날에는 팔뚝에 잔뜩 힘줄 돋은 남정네들이 끈질기게 굵은 팔을 휘둘러 풀무를 돌리고 돌리면 숨가쁘게 들썩이는 검은 등짝엔 끈적한 땀방울이 흘러 내렸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굴뚝 연기를 받아들이던 하늘이 참다 못해 눌린 비명을 지르면 하늘과 굴뚝은 한 몸이 되어 비가, 비가 시원스럽게도 내렸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지붕은 무너지고 아직 구워지지 않은 흙벽돌 저리 많은데 불길은 어느새 스러져 버렸네

힘찬 태양은 중천에서 부럽기만 한데 드리워진 그림자 더욱 짙어지고 주변 갈대꽃은 드문 드문 꺾이어 자그마한 바람에도 그저 일렁이네

문이 닫히니 찾아주는 이 없고 외로운 밤 싸늘한 바람만이 더불어 벗하자고 달려 드네

아직은 고개 숙이지 않은 저 굴뚝에 어느 세월 다시금 불이 지펴지고 힘차게 연기 뿜을 날 있으려나 눈 쌓인 응달엔 그림자 짙은데 눈물 글썽 한 낮은 길기만 한데 하늘은 아직 저리 푸르기만 한데

You're beautiful - James Blunt



2006. 02. 09 作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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