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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서봉의 꽃 / 꽃과 8월 1, 2, 3

by 緣海 2024. 8. 22.



<  Lisa Lynne - Isla Del Luna >

 

 

 

 

 

 

[  꽃과 8월  ]

 

- 연해 / 황호신 -

 

 

1.

너의 얼굴에 붉은 열꽃이 피었다

날마다 고개를 빼어

하늘을 바라 보더니만

 

비로소 네 안에까지 스며든 뜨거움

차마 손 델까 만지지 못 할

단 얼굴

 

흘러가는 바람

소나기 실은 구름도

 

이젠 높아서 막지 못 할

네 마음의 신열

 

 

2008. 08. 06. 꽃과 8월 / 연해

 

 

 

2.
8월에는 꽃들이 산으로 갔다

8월의 산은 절해고도 외딴 섬
혼자 된 남자들이 
두 발로 노를 저어 찾아와서
바위마다 정박하고 먼 하늘을 본다

치달은 기온이 
수은주 끝에서 내려오지 못할 때
수평선 끝에서부터
몰려오는 구름처럼 다가오는 옛 일들
소나기라도 쏟으려나

8월은 꼭대기 높은 산
갈라파고스 섬처럼
더위를 피해 꽃들이 모여 들고
난파선같은 남자들이 온다

옆에서는
위로하듯 꽃들이 손을 흔들고

 

 

2024. 08. 16. 꽃과 8월 / 연해

 

 

 

3.
산구비 수없이 올라가면서
떠올랐던 상념들
다른 생각들에 잊혀지고

지난 겨울 폭설에
쓰러져 겹겹이 쌓인 나무들
못 다 한 생들 위로 
다시 나무들 솟아 오르네

마침내 능선에 올라서서
올라온 곳 바라볼 때
흰구름 스러진 곳 먹구름 돋아나

한바탕 소나기 끝 저녁 노을이
꽃빛으로 물들고 싶어지면
구름위에 온 몸 던지지

산등성이에 피었다 지는 8월의 꽃
수없이 저물어간 하늘 아래
다시 그려낸 곳은 지난 날 꽃자리

무심히 흐르는 시간
무심히 피었다 지는 꽃들

 

 

2024. 08. 22. 꽃과 8월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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