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ltic Music - Cliffs of Moher >
[ 너무 높아 예쁠 리 없는 그 꽃 ]
- 연해 / 황호신 -
절벽에 붙잡힌 삶은 높이를 거역하지 못한다
노랑발도요가 대지를 벗어나 날개를 달기로 작정했을 때
어떤 꽃들은 벼랑에 뿌리 내려 운명을 바꿨다
당신이 섬에서 나와 바다를 건넌 것처럼
더 갈 곳 없는 하늘 밑에 이르러서야
머리 풀듯 향을 내린다
모든 손으로부터의 도피
날개도 없이 높은 곳에 오른 꽃은
눈표범한테서 달아난 아이벡스처럼
절벽 끝 달 속에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마디가 있는 뿔이 날카롭다
그곳은 괜찮니? 지낼 만 해?
올려보다 고개가 아파진 나는
너를 찾아 올라온 절벽 밑에서 어쩔 수 없는 발길을 돌린다
만질 수 없는 저 꽃이 미울 리 없다는 미련도 접는다
2024. 05. 11. 너무 높아 예쁠 리 없는 그 꽃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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