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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꽃 곁의 친구들

by 緣海 2013. 6. 22.

 

[花蝶圖] - 털중나리와 호랑나비

 

 

花蝶圖(화접도), 꽃과 나비가 함께 들어있는 그림.

예로부터 꽃과 나비, 꽃과 새가 함께 있을 때 아름다움을 느꼈나 봅니다.

화접도와 더불어 수많은 花鳥圖를 남겼으니까요.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꽃 친구들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고양이와 나비가 패랭이꽃 옆에 등장하는 변상벽의 묘접도,

모란과 패랭이 민들레 그리고 가지와 당근까지 나비와 함께 있는 심사정의 화채호접도,

모란만 등장하는 모란도도 화조도로 불렀다 합니다.

벌레와 곤충이 풀과 함께 어우러진 사임당의 초충도,

송나라의 휘종은 복숭아꽃 옆에 비둘기도 그려 桃鳩圖(도구도)라 이름 붙였지요.

그중 그래도 꽃과 가장 가까운 친구는 나비가 아닐까 합니다.

 

 

蟻蚊之爭(의문지쟁) - 개미와 모기의 다툼 

  

 

 

 

 

  

 

 

 

 

蟻蚊之爭(의문지쟁), 개미와 모기의 다툼 

 만인산에서 벤치에 잠깐 앉아 땀을 식히는데, 모기 한마리가 허벅지에 앉아 피를 빨려고 합니다.

일장지타에 모기를 때려잡고 잡은 모기를 벤치에 올려 놓았더니 개미가 소문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아직도 버둥거리는 모기를 개미는 목을 먼저 물어 숨통을 끊어놓더니 끌고가려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아 끙끙대기만 하는데, 다른 개미가 나타나 가로채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모기 다리, 길고 날씬한 각선미가 아름답네요. 요즘 말로 끝내줘요.

산에만 갔다하면 모기에 몇방씩 물리곤 하는 요즘, 그림으로나마 통쾌함을 느껴 보세요.

개미나 모기는 둘 다 풀숲에서 서식하지요. 여름철 모기 조심하세요.

 

 

 

蜂養幼蟲(봉양유충) - 벌이 새끼를 기르다.

 

 

蜂養幼蟲(봉양유충), 벌이 애벌레를 기르다.

 만인산에는 만인산 휴양림이 있고, 주변을 잘 살펴보면 벌집이 많이 발견됩니다.

이 벌은 종류는 잘 모르겠는데 꿀같은 채식보다 육식을 하는 벌로 보입니다.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를 잡더니 한참을 입으로 우물거리며 씹고 있습니다.

왜 빨리 안먹고 저러나 했더니 곱게 씹어 애벌레들한테 먹이네요.

새끼들이 어미 오는 기척에 고개를 내밀면 그 먹이를 주고 애벌레는 얼른 받아먹습니다.

애벌레는 이내 다시 벌집속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숨어버립니다. 

 벌의 크기가 상당히 작아서 60마 렌즈를 거의 후드 안까지 접근시켜 찍었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요즘, 진드기보다 벌에 더 조심하세요.

 

 

 

蜘蛛護衛(지주호위) - 새끼를 지키는 거미

 

만인산 학습원길의 바위 틈에는 많은 새끼 거미들이 모여있습니다.

몇십마리의 새끼들이 거미줄에 매달려 서로를 의지하고 적당한 간격으로 은폐해 있지요.

 

 

 

 

 

그보다 조금 더 밑에는 어미 거미가 호위무사가 되어 망을 보고 있습니다.

새끼들은 어미의 보호아래 무럭무럭 자라서 어미가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기린초의 넓은 잎이 은폐물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얼핏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광경입니다.

ISO를 1250으로 올리고 나서야 겨우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잘못하여 옆의 기린초 잎을 건드렸더니 갑자기 어미가 그자리에서 흔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원을 그리는 듯도 하고, 시계추처럼 진동하는 듯도 합니다.

 

 

 

 

 

 

이같은 행동은 새끼에게 어떤 위험이 닥쳤을 때 경고의 행동으로 보여집니다.

즉 이렇게 화가 나 있으니 얼른 물러가라는 무언의 신호겠지요.

여차하면 달려들듯이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하찮은 거미에게서조차 자식사랑의 애틋함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목숨을 내놓고 새끼를 지키는 것이지요.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 채집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가락을 함께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들 어여뻐

아주 잊듯이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이선희 /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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