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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지리산의 6월 야생화들

by 緣海 2013. 6. 15.

[나도제비란] - 비운의 사랑

 

 

 

 

 

 

[흰나도제비란] - 비운의 사랑

 

 

 

 

 

 

 

 

 

 

 

[붉은병꽃나무] - 전설

 

 

 

 

 

[정향나무] - 위엄

 

 

 

 

 

 

[흰정향나무] - 위엄

 

 

 

 

 

[물참대] - 애교

 

 

 

 

 

 

 

 

 

 

 

 

[세잎종덩굴] - 정의

 

 

 

 

[함박꽃나무] - 수줍음

 

 

 

 

 

 

[연인같은 숲]

 

오늘도 숲을 걷는다. 오늘은 성삼재에서부터 노고단까지의 구간이다.

매년 한차례 이상씩은 가곤 하는 코스이지만, 오늘은 예년보다 좀 늦었다.

자동차가 어느정도 높이까지 데려다 주는 바람에 좀 더 수월하게 산에 오를 수 있다.

이 구간을 안다녀온 분은 없겠지만, 이젠 눈감고도 갈 수 있을만큼 익숙해졌다.

평일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함께 걷다가 이내 앞질러 간다.

아무래도 앞, 뒤, 옆, 위까지 눈팅을 해야 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늦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근사한 꽃 하나라도 발견하면 언제 또 출발하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니...

등산로가 평이하다 보니 노고단까지만 다녀오는 커플들도 많이 눈에 띄고,

그렇게 천천히 걷는 사람들과 발걸음이 비슷하여 내내 함께 오르게 된다.

 

이 숲길을 가면서 물참대를 처음 만났었고, 함박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배웠었다.

눈개승마와 지리터리풀의 향연도 맛보았고, 정향나무의 향에 취해보기도 했다.

들꽃 초보시절,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꽃들에 취해 한 발 떼기도 힘들었던 곳,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무슨 꽃들을 만나고 있는지...

오늘은 나이 드신 목사님 한 분만 모시고 단촐하게 가고 있는 중이다.

 

숲은 보석이다. 아마존처럼 거대한 밀림이나 시베리아 침엽수림처럼 크지는 않을지라도

우리의 숲들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연인같아서 참 좋다. 너무 좋다.

그 연인은 숲길을 다 걸어가는 동안 옆에서 함께 손잡아주고 콧노래도 속삭여준다.

나뭇잎 그늘의 그 길 내내 새소리 물소리 놓아주어 발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여름엔 단아한 춤사위의 섬섬옥수가 날아갈 듯 하고, 가을엔 부끄러운 홍조로 시를 적어주기도 한다.

겨울엔 상고대 하얗게 입혀 과다노출의 민망함을 가려주기도 하고,

봄에는 또 어떤가. 단일 색조의 그라데이션으로 덧칠해나가는 숲의  농염은 감히 육감적이다.

호구지책의 밥벌이하는 시간을 제하고 남는 시간에 그 연인 만나는 일을 어찌 마다 하랴.

더구나 활짝 핀 진귀한 들꽃을 준비하여 저렇게 화려한 색으로 유혹하고 있음에랴...

 

 

Ernesto Cortazar / Blue Wa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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