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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반디지치

by 緣海 2013. 5. 17.

[반디지치] - 희생

 

 

 

 

 

 

 

 

 

 

 

 

 

 

 

 

 

 

 

 

 

 

 

 

 

 

 

 

 

 

[반디계곡]

 

백선을 보러 반디계곡을 찾았는데 아직도 무성한 반디지치들이 남아있다.

나뭇잎은 벌써 제법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고,

벌레들이 거미줄을 늘이고 길게 허공에 매달려 있다.

요즘의 숲속은 그래서 썩 들어가기가 내키지 않는다.

이날도 본의아니게 벌레 몇마리를 목덜미 주위에서 잡아냈다.

 

이미 꽃이 져버린 넓은잎각시붓꽃은 잎만 무성하게 남아있고,

옥녀꽃대도 새로 꽃을 피운 몇개체를 제외하고는 다 지고 있는 중이다.

저번에 활짝 피었던 뻐꾹채는 꽃이 져버렸고,

새로 몇개체가 꽃을 피우려 꽃봉오리를 열고 있는 중이다.

중간 중간 으름덩굴이 한창 꽃을 피우고 벌들을 모으고 있으며,

백선은 이제 막 밑에서 몇송이씩 꽃송이를 활짝 열었다.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운 은난초도 다소곳이 무덤 옆에 서있고..

 

이미 여름에 들어선 숲은 이렇게 가고 오는 생명들로 가득하다.

정확히 네박자로 노래하는 휘파람새가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 하다.

휘파람으로 그 소리를 따라하면 곧잘 장단을 잘 맞춘다.

그러다 음정의 패턴을 좀 달리하거나 한박자 빼먹으면 그쪽도 헷갈린다.

나비들과 함께 머리털 하얗게 세버린 할미꽃이 무덤가에서 춤을 춘다.

이무렵 숲은 잘 세팅되어진 한무리의 관현악단이다.

 

 

 

 

 

 

제게 휘파람을 불어주세요. / 스카보로우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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