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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매화마름

by 緣海 2013. 5. 2.

 [매화마름] - 맑은 마음

 

 

 

 

 

 

 

 

 

 

 

 

 

 

 

 

 

 

 

 

 

 

 

 

 

 

 

 

 

 

 

 

 

 

 

 

 

 

 

 

 

 

 

 

 

 

 

 

 

 

 

 

 

 

 

 

 

 

 

 

 

 

 

 

 

 

 

 

 

 

 

 

 

 

[매화마름]

 

이제 시작이구나 했던 매화마름이 벌써 끝물이다.

그 많던 논들이 다 갈아 엎어지고 겨우 하나 남은 논에서 담을 수 있었다.

 

매화마름의 생태는 알수록 신기한 꽃이다.

봄 풀이 푸르러지면서 잎을 내고 어느사이 꽃을 피운다.

그러다 뿌리쪽에서부터 말라 떨어지면 매화마름은 보트피플이 되어 수면을 떠다니게 된다.

이 매화마름 보트피플이 물논의 모꼭지에 닿게 되면 다시 그곳에 정착하여 자라게 된다.

꽃을 피우고 며칠 지나면 열매를 맺게 되고, 그무렵이면 논은 이앙을 위해 갈아 엎게 된다.

이때부터 열매씨앗은 다음해 봄이 돌아올 때까지 흙에 묻혀 지내는 것이다.

즉 매화마름은 봄철 모내기까지만 짧은 일생을 논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꽃은 매화를 닮고, 잎은 붕어마름을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

우리 동네 탐방시 매화마름을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는 관광을 위해 논을 묵혀둔 때문이었다.

매화마름은 키가 작아 자연의 상태에서는 키 큰 풀들때문에 생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주로 논에서 살고 있고, 인간과의 공존을 이루고 살아온 것이다.

일년중 겨울을 빼고 벼의 생육기간을 제외한 기간만 살아 번식하도록 적응한 것이다.

그런데 논에서 제초제를 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매화마름도 빠르게 절멸하여갔다.

논마다 그 흔한 잡초였던 매화마름이 급기야는 멸종위기종에 등재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라지기 직전의 아름다움이 더 애잔하고 곱다.

푸른 흰머리가 자라나오기 직전의 할미꽃이 더 붉게 꽃피우며,

다 타기 직전의 장작불이 한번 더 그 환한 불꽃을 사르지 않던가.

이제 마지막 꽃을 피우다가, 긴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땅속에서 견디며,

내년 봄에 다시 우리앞에 먼 항해를 거쳐 돌아온 보트피플처럼 나타날 그들,

논마다 하얗게 쩔어 꽃피우던 그 옛날의 기세처럼 등등하게 번성하길 기원해 본다.

 

 

 

 

 


I Love You / Nikos Ignati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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