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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호자덩굴 외 / 600회 글을 자축합니다.

by 緣海 2012. 6. 24.

['인연 바다' 600회 글을 자축합니다]

 

 다음 블로그와 인연을 맺은 것이 2005년 2월 28일이니 7년 반 정도의 세월이 흘렀네요.

처음에는 이 공간에 무엇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 지 막막했던 생각이 납니다.

시와 사진과 음악은 공감대역이 큰,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분야라 생각되어졌습니다.

이 세가지를 기본 재료로 하여,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나중에 되돌아 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완성도 있는 시와 사진을 만들고,

거기 어울리는 음악도 감상토록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참 더디게 게시물을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600 꼭지의 글을 채우는데 7년 반이 걸렸군요.

그래도 시간 나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찍고, 적고, 검색해와 올리곤 한 결과입니다.

가끔씩 예전에 썼던 글로 되돌아가 죽은 음악은 소스를 다시 삽입하거나, 다른 음악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600개의 모든 글을 그런 식으로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3년 전부터는 카페라는 공유된 공간을 만들어 활동하다보니 시간은 더욱 부족해져서

개인 공간인 블로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점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제 600회째의 게시를 하면서, 이번 회는 특집으로 엮어볼까 합니다.

특집이라야 별게 있는건 아니고, 다른 때보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호자덩굴] - 빗방울 편지

 

 

 

 

 

 

 

 

 

 

 

 

 

 

 

 

 

 

 

 

 

 

 

 

 

 

 

 

 

 

 

 

 

 

 

 

 

 

 

 

 

 

누구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 더 관심이 가고, 더 노력하여 더 잘하게 됩니다.

저는 들꽃과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사진과라서 들꽃 자체보다는 사진에 관해서 더 할 말이 많은가 봅니다.

물론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들 하지만, 사진은 겨우 요정도 담아놓고 하는 얘기는 많기도 합니다.

그냥 얼치기 사진가 한사람이 하는 얘기라 생각하고 지나쳐 주셨으면 합니다.

 

주제가 들꽃이니만치 들꽃 감상을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사진을 담을 때는 아무래도 그 꽃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돋보이도록 담게 됩니다.

위의 호자덩굴을 예로 들자면, 꽃잎 안쪽으로 밀생하는 밀모가 아름다움의 포인트입니다.

그러므로 감상하실 때에도 그 빌로드같은 털이 감상의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그 외, 구도나 노출, 색감, 심도의 정도까지도 감상의 대상이 되겠지요.

 

호자덩굴을 담아놓고 꽃말을 찾아보니 아무리 검색해도 보이지 않아

그때 첨부했던 시, '빗방울 편지'로 정해보았던 생각이 납니다.

꽃피는 시기가 꼭 장마철하고 겹쳐져서 그런 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비가 오면 저 섬모가 죄 젖어서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말더군요.

작년에도 장마중에 만났었지만, 올해는 가뭄덕에 최상의 상태인 호자덩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빗방울 편지

 

- 연해 -

 

비오는 날에는

우체국에 가고 싶다

 

눈처럼 하얀 봉투에

바다보다 깊은 색 소인을 찍어

이름만 남은 그사람에게

잘있냐는 사연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는 빗소리가 잘 들리는

창 가 소파에 앉아 커피잔을 들고

마지막 남긴 말보다는

처음 들었던 그 말을 들어보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마음이 먼저 우산을 든다

 

2008. 10. 14.

 

 

 

빗방울 편지 2

 

- 연해 -

 

비오는 날에는

가로등 밤길을 걷고 싶다

 

노란 전구 속에서

눈물처럼 투명하게 쏟아지는

외로운 사연들을

온 몸으로 받아 적고 싶다

 

그 사연들 내게 이르지 못하고

허공을 배회하다

우산끝에 낙숫물로 흐르는

빗나간 주소, 수취인 불명의 그리움

 

비오는 날 거리에 나서면

우산을 버리고 싶다

 

2011. 6. 28.

 

 

 

 

빗방울 편지 3

 

- 연해 -

 

비오는 날 적는

빗방울 편지의 잉크는 무색이다

 

왔다만 가곤 하던 먹구름

그 짙은 색 그리움 펜 끝에 받아

긴 줄 채워가던 수많은 사연들도

아침이면 흔적도 없이 탈색되어 버린다

 

밤새 흐르던 것

투명한건 눈물만이 아니다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빗발치는

서러움의 무게에도 색이 없다

 

비오는 날의 소식은

필경은 물빛 장마려니 싶다

 

2012. 06. 23

 

 

 

 

[옥잠난초] - 조용한 사랑, 변치않는 귀여움

 

 

 

 

 

 

옥잠난초의 감상 포인트는 맑은 날, 잎 위로 비쳐지는 꽃대의 그림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잎위에 던져진 그림자가 밑에서 역광으로 비쳐질 때, 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합니다.

이날은 마침 주변에 늘어져 있던 풀잎에 그림자가 던져졌네요.

꽃의 색이라든가 크기, 모양, 향기 등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보다는

제 한 몸 지탱해주는 가느다란 꽃대, 두장의 꽃잎, 그리고 가냘픈 꽃 몇송이의 단촐한 구성으로

사진가들의 눈길을 붙잡아 매력을 호소하는 듯 합니다.

 

 

 

 

하지

 

- 緣海 -

 

낮이 가장 길던 날

아침 일찍 안개속에서 떠나던 사람

한 걸음씩

왔던 발자국 지우며 흘리던

길어 하염 없을 마음속 눈물

 

밤이 가장 짧던 날

산그늘 밑으로 어둠도 내리고

등불밑 눈자위 되돌아 보면

들려올 듯 발자국 소리

짧아 속절 없을 그림자 하나

 

더 이상 길어지지 못할 밝음

더 이상 짧아지지 못할 어둠

 

햇볕이 가장 뜨겁던 날

오후의 태양은 허공에서 불타고

보여준 뒷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나면

이별의 설움에 우는 사람아

하지의 해는 언제쯤 지려나

 

2009. 06. 21

 

 

 

하지 2

 

- 연해 -

 

끝에 도달한 여름

길어진 낮시간의 정점에서는

그대 차라리 눈을 감으시게

 

더 갈 수 없는 아쉬움과

돌아서야 하는 미련 사이에서

그대 차라리 한숨 거두시게

 

만나 아쉬움만 키우다가

보내고 그리워 할 사람이라면

붙잡을 수 없는 미련에 눈물 거두시게

 

길은 길을 찾게 되고

물은 물을 찾게 되듯

사랑이 사랑을 찾게되면

그때 무심한 세월 마음껏 흘려 보내시게

 

2012. 06. 23

 

 

 

 

[정금나무] - 추상

 

 

 

 

 

 

정금나무는 산앵도나무와 더불어 초여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꽃도 서로 비슷하고 열매도 서로 비슷하지요. 색깔만 약간 다르답니다.

산앵도나무 열매는 먹어보았지만, 정금나무 열매는 아직 맛보지 못했네요.

두 나무의 매력포인트는 레이스 달린 짧은 투피스의 치맛자락이 아닐까 합니다.

그 치마 밑으로 쳐다본 현장도 매력이 넘칩니다.(민망하진 않네요.)

 

정금나무의 꽃을 담으려면 팔뚝이 좀 아파야 합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가지의 꽃을 담으려면 여간 중노동이 아니거든요.

한번 담고, 두번 담고, 사진을 확대하여 흔들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끝도없이 찍어댑니다.

그래도 결과물이 아름답기만 하다면 모든게 용서가 됩니다.

아니, 담아줄 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고 행운입니다.

 

 

 

 

 

마음을 담는 그릇

 

- 연해 -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마음밖에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다른 이의 마음 밖에는 없습니다

 

마음은 크기에

마음은 변치 않기에

 

더 크고

더 오래 가는

당신 마음에 내 마음을 담아주세요

 

2009. 06. 28

 

 

 

 

시심의 풍경

 

- 연해 -

 

1.

더 어둑한 쪽의 밤시간

어느 초현실주의 화가의 화폭처럼

몽상의 운무는 피어오르고

거기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다

느리게, 어느때는 조금 더 느리게

 

오후의 햇살이 드는 정원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시간들

그림자 떨어진 나무의자

앉아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마음에도 그늘이 들었다

 

2.

시로 대답하고 시로 고백한다

시로 울고 시로 웃는다

몸에서 시를 토해내다 못해

더 토해낼 시 한 편 남지 않을 때

그때가 되면 시인이 시가 된다

시가 되는 날 나는 단편이 되고 싶다

짧게 읽혀 그의 마음에 오래 기억되고 싶다

 

2012. 06. 23.

 

 

 

[하늘산제비란] - 비운의 사랑

 

 

 

 

 

 

 

 

 

 

 

 

내가 알고 있는 제비란 종류에는,

제비란, 나도제비란, 산제비란, 하늘산제비란 등이 있습니다.

하지무렵, 하늘의 태양이 뜨거워지면, 비로소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는 아이들이지요.

숲속에서 주로 피는 나도제비란을 제외하면,

다른 제비란들은 주로 햇볕이 잘 드는 무덤가에서 피어난답니다.

햇볕도 뜨거운데, 무덤가를 배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처럼 제비찾는 사람이 틀림 없습니다.

그 무덤가에는 필시 화려한 정열의 색깔을 가진 털중나리도 몇 무리 피어있을 거구요.

재수 좋으면 아래 보이는 방울새란이나 큰방울새란도 볼 수 있을 테지요.

 

호자덩굴 보러 간 김에 서해안 몇군데를 뒤져 하늘산제비란을 만났습니다.

산제비란과 하늘산제비란의 차이는 거(꽃 뒤쪽의 꿀샘)가 땅쪽을 향해 있거나,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있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 연해 -

 

당신은 어쩌면 우주의 머나먼 공간을

기나긴 시간동안 날아와

이자리에 꽃피운 한송이 꽃이지요

 

바람이 왔다 가고

그림자가 길어졌다 짧아지는 동안

수없이 빛나는 보석 매달고

말없이 피어있는 한송이 꽃이지요

 

꽃이 지고 꼬투리 맺혀

열매로 익어가는 동안에도

떠나고 보냄에 잃지 않는 의연함

당신은 내가 감탄하는 한송이 꽃이지요

 

2011. 06. 03.

 

 

 

나에겐 감탄인 당신

 

- 연해 -

 

꿈속에 있어요

바람 살랑이는 언덕에

당신은 앉아있고 나는 서 있네요

 

들현호색 지천으로 피고

너무 붉어 햇빛조차 부서지는

그 꽃 얼굴보다 더 뜨거운 마음을 가진 당신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감탄입니다

 

밤마다 나는 언덕에 서고

당신은 들현호색 되어

내 눈앞에 미소짓고 있습니다

 

손바닥같은 잎새에 꽃 얼굴 묻고

뿌리처럼 깊어 변하지 않을 마음으로

늘 그자리에 서서 내게 잎새 흔들어줄 당신

나는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2012. 06. 23.

 

 

 

[방울새란] - 가여운 사랑

 

 

 

 

 

 

방울새란은 필시 방울새를 닮아 그리 이름 지어졌을 듯 하나,

방울새를 생전 본 적 없으니 확인은 불가합니다.

만개해봐야 겨우 저정도이니 방울새가 노래할 때는 입을 조금밖에 벌리지 않는가 봅니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워낙 보기 힘든 꽃이니 만나면 행운이고, 정신없이 담게 됩니다.

 

야생화에도 3대 특종의 조건이 있다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매우 귀하여 보기 힘든 꽃이거나,

2. 꽃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꽃이거나,

3. 남들보다 가장 먼저 만난 꽃이거나,

 

방울새란은 아마도 1번에 해당되는 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방울새보다 더 활짝 꽃피우는 큰방울새란은 더 귀한 꽃이라서 한송이만 보아도 대접을 받는 것 같구요.

 

 

 

우리는 늘

 

- 연해 -

 

처음처럼

조그맣게

 

어두워도

힘들어도

서로의 그늘에서

 

서로의 아픔만을

위로하고

어루만지고

부둥켜 안으며

 

퇴색하여도

세월을 원망치 않고

 

추울 지라도

계절을 탓하지 않으며

 

그렇게

지금처럼

 

조그맣게

처음처럼

 

2008. 06. 27

 

 

 

 

사랑을 위한 제안

 

- 연해 -

 

보여준 그 마음

한없이 소중하기에

 

보여지지 않은

뒷모습에서

더 많은 꽃이 피기에

 

그늘에 들어서도

그 열정 잃지 말고

 

아프지 말고

후회하지도 말고

 

언제까지나 첫 마음으로

그렇게 우리

한마음으로 늘

 

2012. 06. 23.

 

 

 

 

[타래난초] - 추억, 소녀

 

 

 

 

 

 

늘 스크류바를 연상시키는 꽈배기, 타래난초입니다.

생긴 모습이 실타래가 꼬인 것처럼 보여 그렇게 이름 붙었나 봅니다.

앞서 세가지 조건 중에 3번의 조건,

3. 남들보다 가장 먼저 만난 꽃이거나,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해마다 무덤가나 낮은 산 양지쪽에 지천으로 보이는 꽃이지만,

맨 처음 본 그 감동은 또 다른 것이지요.

 

블로그 시작한 후, 600번째의 글을 올리면서 몇몇 사진과 시도 함께 올렸습니다.

별것도 아닌 자그마한 일에 너무 시끄럽게 떠든 것이나 아닐지....

그렇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살면서 이룬 것 별로 없지만, 이 공간만큼은 시간과 열정을 기울여 만들어 온 것이니까요.

그 의미를, 찾아주신 블친님들과 더불어 소중히 나누고자 합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사흘간 제주도에 다녀옵니다.

거기에서 어떤 꽃들을 만나게 될 지 아직 모릅니다.

이 세상은 인연의 바다이듯, 만나지는 들꽃도 세사의 인연이 닿아서이겠지요.

가서 좋은 만남, 잊지 못할 만남, 가지고 오겠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 이시간까지 붙잡고 씨름한 이 글, 이제 맺습니다.

아니, 날이 바뀌었으니, 어제 아침부터 하루종일 작업했었군요.

친구님들, 휴식이 있는 고운 밤시간 되시구요,

음력 5월 5일 단오인 오늘, 편안하고 아름다운 휴일 보내세요.

저도 이제 꿈나라로 가겠습니다.

<나에게 감탄인 당신>을 만나러요....^^*

 

 

 

 

200회 축하의 글 : http://jong21.tistory.com/14850598

 

400회 축하의 글 : http://jong21.tistory.com/15638205

 

5주년 블로그 생활기록부 : http://jong21.tistory.com/15638114

 

 

 

 

 

 

당신과 나 / 민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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