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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Essay & Photo

매물도 동백꽃 / 동백꽃

by 緣海 2013. 3. 7.

[등대섬과 동백꽃]

 

 

 

 

 

[매물도와 동백꽃]

 

 

 

 

 

 

 

 

 

 

 

 

 

 

 

 

 

 

 

 

 

 

 

 

 

 

[해금강 동백꽃]

 

 

 

 

 

 

 

 

 

 

 

 

 

 

 

[소매물도 동백꽃]

 

 

 

 

 

 

 

 

 

 

 

 

 

 

 

 

 

 

동백꽃 / 연해

 

유난히 매서운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로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했던 이번 겨울도 어느덧 지나가고, 입춘, 우수, 경칩까지 다 보내고 나니 어느덧 완연한 봄날이다.

남녘으로부터 전해진 화신은 변산바람꽃과 복수초, 그리고 노루귀 등 전령사들의 부지런한 발길을 빌어 너도바람꽃 등의 봄꽃들을 활짝 꽃피워 놓고 있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도저히 생명이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던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나더니 온 산마다 봄 꽃들이 한바탕 꽃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냇가에는 버들강아지 춤을 추고, 양지바른 곳마다 목련 꽃봉오리가 곧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겨울이 한창인 때에도 늘 꽃은 피고 있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겨울날에도 낮에 조금만 기온이 오르면 양지쪽마다 봄까치꽃이 앙증맞은 푸른 꽃잎을 펼치고 있었으며,

까까머리의 광대나물이 우스꽝스럽게 뛰어가는 광대처럼 빨간 꽃을 하얀 눈 속에서 피워내고 있었다.

뿐 만이랴. 여름에도 볼 수 있었던 개쑥갓 꽃이 그 추운 겨울날 아침에 노란 꽃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겨울꽃 중에 가장 으뜸은 의당 동백꽃이라야 마땅할 것이다. 冬栢은 이름 그 자체로도 겨울나무란 뜻이다.

겨울에도 늘푸른 잎을 가지고 있으며, 여느 꽃들이 다 지고 난 다음인 한겨울에 비로소 붉디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겨울꽃이다.

 

동백은 차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꽃말은 ‘자랑’ 혹은 ‘겸손한 마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및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만 자랄 수 있으며, 특히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는 명소로 알려진 동백나무 군락지가 많다.

대나무, 소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는 반면,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부르기도 한다.

겨울에 피기 시작하여 봄까지 개화하며, 특히 늦게 피는 선운사 동백꽃은 4월 중순경까지 피어있기도 하다.

붉은 꽃잎 안에는 노란색 수술과 세갈래로 갈라진 암술이 있으며 그 밑에서 많은 양의 꿀이 나와 동박새가 이것을 먹는 틈에 꽃가루받이가 일어나므로 전형적인 조매화(鳥媒花)라 할 수 있다.

 

동백꽃을 찾아 일박이일의 남도 여행을 하고 왔다.

내 방 한쪽에 사진달력 한 장이 매달려 있는데, 반 정도 면적에는 활짝 핀 동백꽃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바다위에 바위절벽과 물에 비친 반영, 그리고 그 위로는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떠가는 사진이 2월의 캘린더를 장식하고 있다.

혹한의 겨울을 지내는 동안 환상적인 그 풍경은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아 버렸고, 봄이 오면 저곳을 찾아 반드시 더 아름답게 담아보리라 다짐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촬영지를 밝히지 않은 그곳이 어디쯤일지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가능한 후보지를 압축해 나간 끝에 드디어는 가장 가능성 높은 한 섬을 유추해 내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시간을 내어 가장 적기의 동백꽃을 담기 위하여 그 섬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싣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예정된 날은 날씨가 그럭저럭 좋은 편이었고, 아직 겨울을 다 보내진 않았어도 남도지방임을 과시라도 하는 양 초여름처럼 오히려 덥기까지 한 기온이었다.

추울 것을 염려하여 잔뜩 걸치고 간 웃옷들을 다 벗어놓고,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유혹하며 섬으로 향하는 뱃전에선 수평선과 그 수평선에 걸쳐진 아름다운 섬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30여분 만에 그 섬에 도착하고, 숙소를 정한 다음,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온통 동백나무가 섬을 독차지하고 있고, 그 사이로 광나무, 후박나무, 곰솔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달력에서 본 그 포인트를 찾아내기 위해 부지런히 섬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 고운 노을이 서쪽 바다를 물들일 때까지도 이렇다 할 만 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길이 열려 건너갔던 등대섬에서 물길이 다시 닫히기 전에 건너오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다음날은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부터 섬 전체를 누비고 다녔고, 오후에는 인근 섬으로 옮겨와 높은 봉우리를 모두 밟아가며 동백나무와 배경이 될 만한 후보지를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결국 원하던 그림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다행으로 꿩 대신 닭인지 등대섬을 배경으로 한 동백꽃 사진을 한 장 얻을 수 있었으니 전혀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더구나 유난히 푸른 색깔의 바다와 꿈꾸는 섬들, 그리고 자연산 방풍나물 반찬과 맛난 섬의 식사를 할 수 있었으니 오히려 닭 대신 꿩인 여행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직 넘어가지 않은 그 달력을 본다.

늘 파도가 이는 바다에 물 반영이 생긴 것도 수상쩍고, 그곳의 차마 다 벌어지지 않는 토종 동백꽃이 아닌, 활짝 핀 꽃봉오리도 어딘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보아도 그 섬을 닮지 않은 바위 모습도 그러하고. 그러나 진위 여부를 어찌 확인할 수 있으랴. 단지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의 점순이를 닮은 내 사진의 동백꽃이 더 예쁘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볼 뿐이다.

 

 

 

 

..........Danny Wright - Wings of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