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균열]
아름다운 균열
- 연해 -
화합과 통합만이 올바른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인데 아름다운 균열이란 말이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균열이라는 단어에서 불화와 다툼과 쇠락과 패망의 그림자를 읽는다.
또한 균열은 건물과 댐 등 건축물 붕괴의 근원적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사고와 소멸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균열과 분해에는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아니하면 어찌 수많은 밀알로 자라날 수 있겠는가.
로마제국은 그 장려한 중흥사보다 에드워드 기번의 쇠망사가 더 흥미로운 제국의 역사로 각인되었다.
쇠망은 번영만큼이나 소중하고 아름답다.
균열은 통합만큼이나 중요하고 유익하다.
아침이 있으면 반드시 저녁이 찾아오게 마련이요, 늙어가는 모든 것은 언젠가 탄생한 것이 아니던가.
새 봄에 피어나는 꽃봉오리도 아름답지만, 소임을 다하고 뒷무대로 사라지는 낙화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균열이 진행되면 분해로 이어지며, 분해는 해체를 거쳐 재탄생의 계기가 된다.
언젠가 굳건한 콘크리트로 포장되었던 저 골목길은 이제 균열의 단계에서 분해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분해는 분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튼튼하고 새로운 길로의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죽음도 이와 무관치 않아서, 새로운 탄생과 늘 맞물려 있는 것이다.
숲에서 거목이 하나 쓰러지면, 상당히 넓은 범위에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다투듯 자라난다.
하나의 죽음이 수많은 생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숲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건설하고, 새로 짓고, 새로 만드는 일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름다운 마무리, 스러져 가는 것들을 보듬어주고, 도와주는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 생명의 탄생을 도와주는 산파의 역할은 아름답지만,
사람의 마지막 길을 도와주는 호스피스의 역할도 중요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건축 설계사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다한 것들을 치워내는 청소부도 꼭 필요하다.
로마제국의 쇠망사에 눈길을 돌린 에드워드 기번은 그래서 통찰력 있는 역사학자다.
로마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세계는 지금껏 말기적인 혼란상을 지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잘 흥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만, 잘 망하는 것도 꼭 필요한 것이다.
[금강애기나리] - 청순, 깨끗한 마음
[금강애기나리]
지난 해에도 갔었던 각호산에서 금강애기나리를 보고 왔다.
그곳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금강애기나리 뿐 아니라, 큰앵초, 감자난초도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지난 해에는 애기나리, 큰애기나리와 금강애기나리가 꽃만 다르고 나머지 부분은 다 똑같아 구분을 못했는데,
이제는 잎만으로도 애기나리와 금강애기나리의 구분을 할 수 있겠다.
이번 글에서는 [아름다운 균열]이라는 에세이와 균열되어가는 골목길 사진을 메인으로 올려 보았다.
포토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기고하는 어느 계간지에 보낸 글과 사진이다.
어느 당의 분열사태가 매일같이 뉴스의 메인을 차지하는 요즈음,
그 균열의 불협화음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재탄생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아래 사진은 예전에 담았던 법성포 사진,
와탄천이 휘돌아 나가는 법성포의 여름사진을 어설프게 파노라마로 만들어 덤으로 올려본다.
[와탄천과 법성포]
Benjamin Warren / only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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